[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지상과제는 에너지밀도를 높여 더 많은 주행거리를 나오게 만드는 배터리를 제작하는 것이다. 무게는 무겁게 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주행거리를 확보하고, 여기에 더해 안전성까지 구현해야 하는 일명 ‘끝나지 않는 숙제’를 전기차 배터리 업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짊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배터리 업계는 소재혁신, 전고체배터리와 같은 안전성이 높아진 차세대 배터리연구에 매진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배터리 업체들은 기존 몇몇 완성차 업체가 선보인 고속충전 관련 연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 출처=SNE리서치, 신한금융투자

전기차 배터리 2020년 빅뱅온다

업계는 2020년을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매출을 신장시킬 수 있는 해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배터리 보조금 지급 정책이 중단된다. 자국 배터리 업체를 더 이상 보호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인데 이 틈새를 한국 배터리 업체를 포함한 세계 주요 메이저 배터리 업체들이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유럽, 미국에서도 강화되는 환경규제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고 이와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 배터리 원료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세계2위는 중국의 CATL인데 보조금 지급 정책이 중단된 후에 어떤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2020년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 업계 관계자는 공통적으로 “2020년 중하반기부터는 배터리 업체간 경쟁에서 누가 승리할 수 있는지 확실히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경쟁이 펼쳐진 후에는 정말로 실력있는 배터리 제조사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 이후부터는 중국과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은 주춤할 수 있어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SDI 전기차용 배터리. 출처=삼성SDI

소재혁신·전고체 배터리·충전속도 관련 연구에 집중

현재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중국의 CATL, BYD, 일본의 파나소닉, 한국의 LG화학, 삼성SDI정도다. SK이노베이션도 2025년까지 생산물량을 55GWh(기가와트시)까지 높여 이들 메이저 플레이어들과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600km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에너지 밀도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배터리 업체들은 소재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데 직접 관여하는 것은 양극재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양극재는 리튬과 금속성분의 조합으로 이뤄지는데 어떤 방식으로 금속을 조합하느냐에 따라 배터리 밀도가 달라진다.

현재 양극재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NCM이다. NCM은 니켈, 코발트, 망간으로 이뤄진 양극재로 N인 니켈 비중을 높일수록 에너지 밀도가 더 높아진다. 이런 이유에서 업계는 NCM811에 주목한다. NCM811은 니켈과 코발트, 망간이 각각 80%, 10%, 10%로 혼합된 양극재로 높은 니켈 비중으로 인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양극재로 업계서 각광받고 있다. 통상 니켈비중이 높아질수록 안전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안전성을 어떻게 구현하느냐도 중요한 이슈다.

배터리 음극재에서도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시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론 양극재 만큼 내놓을만한 연구성과가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음극재에서도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면 주행거리가 늘어난 배터리 구현이 보다 쉬워지는 만큼 관련 연구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리콘 비율을 높인 음극재 연구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통상 음극재의 주원료인 흑연보다 에너지밀도가 4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리콘 음극재는 충전과 방전시 부피가 팽창하는 현상으로 인해 배터리 수명을 현격히 단축시킨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LG화학이 제작한 재규어 아이페이스용 배터리 팩. 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전고체 배터리 연구 수준은 어느정도?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배터리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 내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꿔서 폭발이나 화재 위험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는 배터리다. 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면 600km이상의 장거리 주행을 안전하게 할 수 있게 해 주는 꿈의 전기차 배터리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일본의 완성차 업체 도요타다.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를 실제로 전기차에 적용해 주행시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완성차업체인 폭스바겐과 BMW도 지분투자, 기술협업 등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배터리3사도 지난 11월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와 관련해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고 공동 연구개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고체 배터리 연구 움직임이 있지만 본격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전해질이 고체면 액체일 때보다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는 리튬이온의 이동성이 낮아져 자칫 안전성은 잡을 수 있지만 성능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우려점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들이 관련 연구를 진행중이지만 상당히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해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지상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일부에서 전고체 배터리 소량 상용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완벽하게 전해질이 고체로 이뤄진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얼마나 더 나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전기차에 적용될 만큼 많은 물량의 전고체 배터리를 제작할 수 있는 본격 상용화 시점은 상당히 멀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배터리 충전 속도 혁신

배터리 충전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것은 배터리 업체뿐만 아니라 전기차 완성차 업체의 숙제기도 하다. 배터리 업체도 보다 충전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배터리 제작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속도를 보다 빠르게 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 연구가 진행중인 것은 맞지만 자세한 연구 방식이나 기술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기차 고속 충전 기술을 공개한 업체는 BMW, 포르쉐다. 이들 완성차 업체는 지멘스와 손잡고 100km주행에 필요한 배터리를 단 3분만에 충전할 수 있는 450kw충전소를 최근 공개했다. 450kw충전소는 테슬라의 슈퍼 충전기인 120kw보다 훨씬 빠르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급속 충전기보다 10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일반적인 충전소는 50kw급인데 이 충전소에서는 200km대의 주행거리인 전기차는 30분 정도 충전 시간이 소요된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수소전기차 충전에 보통 5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에 비해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이유에서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는 충전속도를 앞당기는 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