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위키커먼스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상하게 지면이 울퉁불퉁한 곳이 있다. 아무리 승차감이 좋은 차라도 이 구간을 지난다면 차가 덜컹거리기 마련이다. 도로 위에 이 울퉁불퉁한 길은 왜 있을까. 이는 ‘럼블 스트립(Rumble Strip)’이라는 하나의 안전장치다. 노면요철포장구간이라고도 부른다.

럼블 스트립은 ‘털털거리다’라는 ‘Rumble’과 ‘띠’를 뜻하는 ‘Strip’의 합성어다. 이름 그대로 털털거리는 띠다. 럼블 스트립이 탄생한 이유는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도로 가장자리에 울퉁불퉁한 홈을 만들어 졸음운전 대처를 해왔다.

해외에서는 보통 차로 부분에 설치돼 있다.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면 차선을 벗어나면서 울퉁불퉁한 곳을 지나가게 된다. 이때 거친 표면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진동이 운전자를 깨운다. 이러한 원리로 럼블 스트립은 졸음운전 예방에 도움된다.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해주는 역할까지 한다. 단순히 도로에 홈만 팠을 뿐인데 교통사고로 인한 중상이나 사망 건수가 최대 35%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럼블 스트립은 양각과 음각 시공이 있다. 음각 시공은 도로에 홈을 파서 운전자가 진동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 음각 시공은 콘크리트에서 자주 사용된다. 아스팔트에서 음각 시공을 하면 홈 주변이 빠르게 마모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양각 시공은 기존의 도로 위에 포장재를 덧대는 방식이다. 콘크리트 도로보다 상대적으로 연약한 아스팔트에서 주로 사용되는 공법이다.

럼블 스트립은 운전정숙성과 승차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터널과 톨게이트, 도로 갓길 등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하이패스 진입 구간에는 럼블 스트립이 설치돼 있다. 이는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보다 톨게이트 부분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사용된다. 이 대문에 단순히 진동과 소음만으로 톨게이트를 알려 승차감이 좋지 않은 도로로 인식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점을 미리 고려, 횡방향 럼블 스트립보다 운전자의 불안감을 줄여주고 시선 유도에 유리한 종방향 럼블 스트립으로 바꾸는 추세다. 특히 럼블스트립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럼블스트립과 타이어의 마찰을 이용한 ‘멜로디 도로’가 운전자들 사이에서 인기 대상이다.

멜로디 도로는 홈 사이의 간격으로 인한 타이어 마찰음의 주파수 차이로 음의 높낮이를 조절, 일정 속도로 구간을 지나면 재미있는 노래가 나오도록 설계한 도로다. 도로의 음계는 홈과 홈 사이 간격이 10.6㎝일 때 ‘도’, 9.5㎝는 ‘레’, 8.4㎝ 구간은 ‘미’ 등의 음이 나온다. 음의 길이는 럼블스트립 구간의 길이로 조정할 수 있다.

멜로디 도로는 2003년 홋카이도의 나카시베쓰에서 최초로 적용됐다. 내리막길에서 주의를 주면서 운전의 즐거움을 준다. 미국에서는 중서부의 앨버커키와 티라제스 사이 66번 국도에 뮤지컬 로드에 설치돼 있다. 이 구간을 45mph 속도로 지나면 아메리카즈 뷰티풀 멜로디를 최상의 상태로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럼블 스트립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청원~상주 방면 고속도로 68.6㎞ 지점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판교방면 103.2㎞ 지점에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