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주식시장이 26일 기적 같은 반등을 보였다. 다우 지수, S&P 500, 나스닥 세 지수 모두 2009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을 나타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최악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낸 미국 주식시장이 26일(현지시간) 기적 같은 반등을 보였다.

다우 지수는 1086.25 포인트, 4.98% 상승하며 사상 최고의 하루 상승폭을 기록했고, S&P 500도 4.9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5.84% 상승했다.

세 지수 모두 2009년 3월 이후 하루 상승폭으로 가장 큰 폭이다.

미국 증시는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는 3대 지수가 모두 2% 넘게 하락하는 역대 최악의 거래를 기록했다.

미츠비시금융그룹(MUFG)의 크리스 러프키 전무는 "현재와 미래 수익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에 비해 주가가 너무 싸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크리스마스 다음날 염가 쇼핑(bargain shopping)을 했다"고 평했다.

"안개(불확실성)가 걷히자 사람들이 다시 길거리로 나왔습니다. 아직 세상의 종말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사실 별다른 새로운 소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폭등한 것은 그 자체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대개 12월 마지막 주는 거래량이 적고 큰 뉴스 없이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장 마감 시간이 될 때까지 트위터를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것이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백악관은 오후 2시가 지나서야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이 이라크를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해임을 참모들과 상의하고 무역 전쟁 확전을 시사함으로써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S&P 500은 1종목을 제외한 504 종목이 상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뉴몬트 마이닝(Newmont Mining Corp) 한 회사만 0.1% 하락했다. 뉴몬트는 이브인 24일 금값이 상승하면서 S&P 500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었다.

이날의 상승세를 이끈 종목은 역시 기술주였다. 아마존이 9.5%, 페이스북, 넷플릭스가 각각 8%, 애플이 7%, 알파벳이 6% 상승했다.

에너지 종목이 뒤를 이었다. 미국내 5위 정유사인 마라톤 오일(Marathon Oil)이 11.9%, 원유 및 천연가스 시추 회사인 헤스(Hess Corp.)가 11% 상승했다.

소비재주도 크게 올랐다. 의류 회사 콜스(Kohl’s)가 10.3%, 나이키(NKE)가 7.2% 상승했다.

마스터카드(Mastercard)는 미국의 소매업계가 6년 만에 최고의 할리데이 시즌 매출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아마존도 높은 할리데이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임금 인상과 유가 하락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소비지출 증가에 일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상 처음으로 주가가 1달러 이하로 떨어졌던 제이시페니 백화점(JCPenney)도 상승세를 나타냈고, 개장 초에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포드 자동차의 주가는 소폭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 블룸버그는 26일의 반등을 예년의 ‘크리스마스 랠리’라기 보다는 데드 켓 바운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출처= SpeedTrader

하루 반등, 트렌드라고 볼 수 없어

26일은 투자자들에게 지난 한 달 동안의 힘든 와중에 잠시 쉬어 가는 날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주가가 재상승한다는 신호일까? 블룸버그는 이를 예년의 ‘크리스마스 랠리’라기 보다는 데드 캣 바운스(Dead-Cat Bounce, 주가가 급락한 뒤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26일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S&P 500은 역사상 가장 긴 강세 시장(bull market)을 끝내고 약세 시장(bear market)의 문턱에 있다. S&P 글로벌 지수(S&P Global Indices)에 따르면 올 12월은 1931년 이래 최악의 12월로 꼽힌다.

지난 24일, 부분적인 정부 셧다운(shutdown),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은행 건전성에 대한 의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 가능성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다우존스는 이날 하루에만 653포인트 하락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장이 곤두박질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을 여전히 신임한다"고 말했지만, 연준에 대해서는 금리를 너무 빠르게 인상하고 있다며 다시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26일의 반등으로 주식 시장에 약세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내년 미국 경제가 얼마나 빨리 동력을 잃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번 달 시장에서 유일한 확실한 사실은 시장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미한 나쁜 소식마저도 시장을 궤멸로 빠뜨릴 수 있다.

아시아 시장은 여전히 불안

유럽 시장은 26일 개장하지 않았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니케이 지수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가 1% 상승으로 마감했다. 니케이 지수는 25일에도 5% 떨어지며 일본 시장도 베어마켓에 진입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나타냈으나, 27일 11시 장중 2만선을 돌파하며 전일 대비 3.48%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6일에도 0.3% 하락했다가 27일 11시 0.58% 상승한 상태다. 

아시아 시장은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최근 며칠 동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미국발 불길한 소식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혼란으로 다른 나라의 거래자들까지도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의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전쟁, 브렉시트를 둘러싼 예측 불가능성 등 세계 투자자들에게는 고민 거리가 줄줄이 서있다.

홍콩의 아시아 시장 전문 이코노미스트 앤드류 설리번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불확실성은 시장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