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9월 ‘테슬라 상장폐지’ 트윗으로 논란을 일으킨 엘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주식 사기 혐의로 고발하고, 내부 직원 감시 고발까지 제기되는 등 악재가 겹치자 머스크는 이사회 의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출처= twoeggz.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카리스마가 강한 기업 지도자들은 종종 세계적인 문화적 아이콘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TED 강연, 베스트셀러 자서전, 그리고 록 스타들의 인기에 버금가는 소셜 미디어 노출로 시대정신을 사로잡는다.

CEO들에게 높은 문화적 명성은 자신의 훌륭한 브랜드일 뿐 아니라, 다소 저조한 실적이나 이사회의 반대 마저도 간단히 무마해 버린다. 상황 판단이 빠른 CEO들은 트위터를 이용해 월가의 루머나 악성 여론에 대응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의 기술 업계 CEO들이 보여준 혼란은, 그런 명성도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같은 사람들은 그동안 세심하게 자신의 공적 모습(public personas)을 치장해 왔지만, 정부 수사관들이 이들을 집중 조사하면서 이들의 세계적 명성이 결코 난공불락이 아님이 드러난 것이다.

사실, 기업의 유명인사들은 그들의 이해 관계나 규모로 인해, 다른 분야의 성취자들보다 훨씬 더 빨리 명성을 날리는 경우가 많다. 요즘 같은 불안정한 시기에 10억 달러가 넘는 국제적 기업을 이끄는 것은 확실히 보통 작가나 배우들보다 책임감이 훨씬 더 무거울 것이다.

세계적 유명 인사의 순위는 대부분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종종 공직자들이 아이콘의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Ruth Bader Ginsburg, 미국 연방 대법원 사상 두번째 여성 대법관, 여성의 사회진출에 기여했고 진보 진영 법관의 대모로 불린다)이 그런 경우다. 일부 과학자들(스티븐 호킹이나 NASA의 캐더린 존슨)이나 작가(해리포터 시리즈의 조앤 K. 롤링이나 건물 경비원 출신에서 최고의 스릴러 작가가 된 스티븐 킹)들이 순위에 오른 적은 있지만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다.

재계에서도 불가사의한 기업 지도자들이 늘 있었지만, 헨리 포드,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사 스튜어트(리빙 옴니미디어 회장, 살림이라는 주부들의 일상을 비즈니스로 끌어올린 입지전적 인물) 같이 문화적 상징이된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그들은 대개 실제보다 과장된 인격이나 우리의 삶을 바꾸는 기술을 통해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최근 유명 인사로 변신한 기업 지도자가 많은 것은 그 이유도 가지가지다.

첫째,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스캔들(약물이나 성추문 관련)로 실추되면서 대중들이 이들에 대해 실망한 것도 기업인들이 유명 인사가 된 이유 중 하나다. 사실 프로 스포츠는 전체적으로 탐욕(연봉이나 승리 보너스를 최우선시 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다. 예전에는 운동 선수들은 희생과 용기로 가득 찬 영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적인 잘못으로 선수 생활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타이거 우즈의 경우). 이제 대중은 한 번 실망하면 그들을 더 이상 용서하지 않는다.

▲ 한때 성공한 여성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정보유출 사태·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 ‘몸통’으로 지목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출처= The Hollywood Reporter

둘째,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CEO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정치적 우여 곡절은 워터게이트 시절에도 있었지만 요즘같은 당파적 대립이 강해진 시대에 정치 논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고(故)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장례식은 단순히 전 대통령의 서거 못지않게 시민 지도자 정신의 상실을 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CEO들은 차선(lane)을 변경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분야 간의 경계가 흐려진 것이다. 경력의 범위가 융통성을 갖게 되면서 야심 찬 경영자는 텔레비전에서 정치,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넘나들 수 있게 되었다. 영리하고 현실적인 기업가를 높이 치켜 세우는 풍조는 ‘샤크 탱크’(Shark Tank, 사업 아이템을 샤크들에게 설명하고 투자를 받는 미국 ABC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같은 인기 리얼리티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크게 번창하고 있다.

넷째, 세계 어느 곳이든 소셜 미디어가 없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CEO의 노출은 일부 전통적인 비즈니스 뉴스 매체에 국한되었고,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라 할지라도 그들에 대한 뉴스는 거의 회사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상황이 얼마나 변했는가! 오늘날에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지원을 받는 수백 개의 언론 매체가 경제와 기업의 모든 측면을 다루고 있다. 그들은 CEO의 가십 거리, 개인적인 문제, 그리고 회사 내부의 갈등까지 동원해 기업 뉴스를 드라마로 만든다.

하지만 기업 유명 인사들에게 그것은 위험이 될 수도 있다.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얻어진 명성은 표적성 트윗이나 악성 게시물로 인해 단번에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관심을 끈 그 명성 때문에 유명 CEO는 대중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The law of unintended consequences)은, 주주나 종업원을 직면해야 하는 슈퍼스타 CEO들에게 큰 부담을 가중시킨다.

오늘날 기업 지도자들이 유명 인사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확실히 훨씬 쉬워졌지만, 변덕스러운 대중들의 호감을 사는 것은, 가장 카리스마 있는 최고 지도자라 할지라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야망 있는 지도자들에게 가장 좋은 경험 법칙은, 명성과 악명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선을 넘지 않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마라'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었다. 스타 CEO들이 새겨 들어야 할 교훈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