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2차 대전 이후 베어마켓이 도래한 경우 주가는 평균 30.4% 하락했고 평균 13개월 동안 지속됐다.    출처= Mediu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요즘 같이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선 ‘베어마켓’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시장이 당분간 여기에 머물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월가에서 ‘베어마켓’이라는 용어는 주식 시장의 심각한 장기 하락과 동의어다. 수치로 보면 베어 마켓은 최근 최고치에서 20% 이상 하락한 것을 말한다.

S&P 500은 지난 24일 마침내 52주 만에 최고치에서 20% 하락하며 이 같은 징후를 나타냈다. 시장은 대공황 기간이었던 1931년 이래 최악의 12월 실적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12월은 1년 중 가장 시장 분위기가 좋은 시기다.

하락율 외에도, 베어마켓을 측정하는 보다 더 감정적인 방법들도 있다.

바로 비관론자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경제 지표들은 여전히 견고한데도 매도자들을 진정시킬 만큼 좋은 소식이 없을 때, 시장은 계속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바로 그것이 베어마켓이라는 징후다. ‘아직 잔에 물이 반이나 남았다’(glass-half-full)는 낙관적 견해는 사라지고 긍정적 뉴스도 거래가 종료될 때 다 잊혀지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12월 한 달 동안 시장은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매도 열풍은 투자자들이 더 큰 무언가에 대해 걱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경기 침체의 적신호를 보내고 있지 않는데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 대개 본격적인 베어마켓의 전조라는 것이다.

주가는 언제 반등할까?

이번 베어마켓의 출현이 지난 번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주식 시장이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골드만삭스와 CNBC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2차 대전 이후 베어마켓이 도래한 경우 주가는 평균 30.4% 하락했고 평균 13개월 동안 지속됐다. 베어마켓이 나타난 이후 다시 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에는 평균 21.9개월이 걸렸다.

주가가 최근 최고치에서 10% 이상 떨어진 수준을 의미하는 이른 바 ‘조정 기간’(correction” territory)에 진입한 경우에도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역사는 현재의 바닥 수준으로 떨어지기 전 13% 하락했던 지난 4개월 동안이 ‘조정 기간’이었음을 보여준다.

트레이더들은 시장이 내년에 베어마켓으로 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아주 긴 목록을 가지고 있다. 우선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돈을 빌리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지난 주 중앙은행은 올해 4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의 추세로 대차대조표를 계속 완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투자자들은 또 중국과의 무역 협상, 이번 주말까지 지속될 지 모를 정부 셧다운(Shutdown, 예산안 처리 무산으로 인한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정지 상태), 그리고 불안정한 유가에도 신경이 곤두서 있다.

▲ 투자자문회사 오펜하이머는 “올해 말 미국 증시의 매도 열풍이 ‘매력적인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기회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Moneycontrol

그런데, 지금이 주식을 살 기회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해외 파병 장병들과 회상 대화를 한 뒤 기자들과 가진 대화에서 "지금이(미국 기업들의 주식을) 사야 할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말을 듣고 투자자들이 마음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월가의 한 회사가 “올해 말 미국 증시의 매도 열풍이 ‘매력적인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기회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문회사 오펜하이머(Oppenheimer)의 존 스톨츠푸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24일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투자자들이 '목욕탕에서 성급하게 튀어나오는 아기들’을 경계할 것을 거듭 강조한다"고 쓰고 있다.

그는 "시장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투자자들은 부정적인 위험에 너무 많이 집중하는 나머지 '낮게 사서 높게 판다'(buy low, sell high)는 옛 격언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정점을 찍은 후 S&P 500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모두 약 18%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약 21% 하락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베어마켓으로 본격 진입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매도 열풍은 주가수익비율(price-to-earnings ratio)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 스톨츠푸스에 따르면, 공공 부문을 제외하고는, S&P 500의 모든 기업의 평가액이 5년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스톨츠푸스는 "투자자들은 지금을 주가가 매력적인 가격에 노출되는 기회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가에서 투자자들에게 지금이 시장에 들어올 좋은 시기라고 제안하는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다.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 번스타인(Alliance Bernstein)은, 지난 주 주식 펀드에서 390억 달러(44조원)의 순유출이 발생했는데, 이는 "18년 동안 집계해 온 주(週) 단위 데이터 역사상 달러 기준으로 최대 규모”라며, 이로 인해 오히려 투자심리지표(sentiment indicators)를 ‘사자’ 영역으로 표시할 기회라고 지적했다.

투자전문회사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스(Fundstrat Global Advisors)의 톰 리 파트너도 "역사적으로보면 투자심리가 극단의 하락세(bearish level)를 보이면, 정반대로 그때가 바로 ‘사자’ 신호”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주가가 낮다고 해서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성탄을 보낸 이후 26일 평균 1% 이상 하락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BI)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