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國難)’으로 기록된 IMF 구제금융 요청을 소재로 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경제계에서 여러 가지 관점으로 해석됐다. 결국 영화가 전달하고자 한 궁극적인 메시지는 “위험하다”라는 것이었다.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언론들은 1998년 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로 들면서 ‘10년 주기 경제 위기론’을 주장했고 여기까지 상황을 이끈 대통령과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매우 강하게 비판해왔다. 국내 한 경제단체의 중역은 지난 11월 10일 일본의 경제 매체인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経済新聞)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지난 9월까지 국내 설비투자와 광공업 생산 증가율이 지속 하락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지표로 한국 경제의 위기를 진단한 기사를 SNS에 공유하면서 “(이것은) 보고 싶지 않지만 봐야 할 현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련의 내용들에서는 이번 정권의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한 내용이 언급됐다.

일련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다른 매체에서는 “언론만 보면 한국 경제가 망할 것 같다”면서 위기를 지나치게 부각하는 언론들의 논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지난 2018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이 “OECD 경제전망은 어둡지만,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8년 2.7%, 2019년 2.8%, 2020년 2.9%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 내용을 주요 언론들이 거의 다루지 않았음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한국 경제에 대한 언론의 해석은 마치 정치권의 진영 논리가 되어 서로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매체들이 논리 싸움으로 이기고, 지고를 가르는 것이 절대 아니다. 각 매체들의 주장대로 소비심리는 다시 얼어붙고 있고, 일반 서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대로 미국-중국의 경제위기 조짐으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그나마 ‘잘 버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언론들은 혼란의 상황에서 최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이러한 대립의 관점을 잘 관찰하고 깨달음을 얻어 잘하고 있는 것은 더 잘할 수 있게, 부족한 점은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단서를 찾는 것이다. 잘 하고 있다는 칭찬, 못하고 있다는 비판 양 쪽이 제시하는 근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이나 경제 관료들이 신이 아닌 이상 모든 판단이 완벽할 수 없다. 그래서 더 그래야만 한다. 현재 언론들의 의견 대립을 단순하고 편협한 진영 논리로 여겨 듣기 좋은 말만 골라 들으면 이번 정권이 지난 정권과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위기라고 여겨지는 상황일수록 정부는 귀를 열고, 이야기를 듣고, 지금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국민들은 또 큰 아픔을 겪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