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글 알파고 쇼크가 국내는 물론 세계를 강타했을 당시, 많은 석학들은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했다. 실제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1월 서울에서 열린 포용적 성장 실현을 위한 정책 논의 컨퍼런스에서 "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5400만개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악영향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성장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9년까지 인공지능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면서도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을 통해 창출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의견을 내놨다. 라가르드 총재도 "신기술의 영향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지만, 반면 새로운 일자리도 동일하게 생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일자리, 즉 노동시장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자리의 긍정적인 변화를 꾀한다는 논리다. 이는 강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해도 인류의 장밋빛 미래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 무게를 둔다. 그러나 최근 우후죽순 성장하고 있는 온디맨드 플랫폼 비즈니스에는 이러한 전제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온디맨드 플랫폼은 인공지능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노동시장에 최악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대국하고 있다. 출처=구글

VCNC의 타다, 돌풍의 이면
이재웅 대표가 이끌고 있는 쏘카의 자회사 VCNC는 최초 커플앱 비트윈으로 사업을 했으나, 최근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를 출시하며 성공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앱 다운로드는 20만건을 넘겼으며 회원수는 16만명을 돌차했다. 타다 베이직을 비롯해 타다 플러스 등 파생 서비스에 나서는 한편 타다 어시스트와 타다 에어까지 영토를 넓힐 계획이다.

택시업계가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화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이재웅 대표에 대한 택시업계의 불신도 극에 달하고 있으나 최소한 VCNC의 행보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일 택시업계가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여의도 국회에서 대규모 집회에 돌입했을 당시 카카오 모빌리티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계획했으나 이를 철회하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보여줬으나, VCNC의 모회사 쏘카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강행하며 굳건한 자신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타다의 강점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강점은 기본적인 사용자 경험에 있다. 택시 서비스의 질적인 하락에 질린 승객 입장에서 깍뜻한 기사와 편안한 이동 환경은 타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11인승 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넓은 공간을 제공할 수 있고 카풀 서비스를 기점으로 불거지는 택시업계에 대한 반발이 커지는 사회적 분위기도 타다의 인기에 큰 공헌을 했다. "타다를 타면 왠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도 성공요인이다.

타다의 성공 방정식을 보면 애플의 전략이 오버랩된다. 타다는 일반 택시요금보다 다소 비싸고, 아이폰도 일반 스마트폰보다 고가다. 타다를 이용한 승객이 왠지 특별한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아이폰 팬덤의 감성과 비슷하다. 현재 각종 SNS에서는 '뉴 프런티어'를 자처하는 이들의 타다 이용 후기가 자세하게 나오는데, 이는 아이폰을 구매한 후 이를 자랑하는 초기 애플 팬덤과 결을 함께 한다.

타다의 성공은 거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문제다. 정교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승객 이동의 ICT 전략을 짜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이동의 기기를 통해 라스트 마일 등 세밀한 로드맵을 보여주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저 '편안하게 이동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하나에만 방점이 찍혔다.

질 나쁜 택시 서비스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할수록 타다의 존재감은 커지겠지만, 만약 택시 서비스와 카풀과 관련된 논란이 ICT를 기점으로 대승적인 합의점을 찾거나 또 다른 사업자가 규모의 경제를 동원한다면 타다의 비즈니스 모델은 순식간에 위험해질 수 있다. 커플앱을 운영하던 업체가 어느 순간 '쏘카 버프'를 받아 단 몇 개월만에 타다를 출시한 점을 보면 알수 있다. 시장 진입 자체가 너무 쉽다.

▲ 타다가 확장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출처=쏘카

한 골목에 즐비한 중국 음식점들이 항상 불량한 위생상태와 불친절한 행태, 형편없는 맛으로 사람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어느날 자본을 갖춘 프랜차이즈가 골목에 짬뽕 전문점을 개소하려고 하자 지금까지 지탄받던 중국 음식점들이 우루루 몰려가 반발한다. 그러던 어느날 A라는 중국 음식점이 슬며시 문을 열며 "우리는 깨끗하고 친절하게 영업합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곳으로만 간다.

A라는 중국 음식점은 그대로 성장해 골목을 제패할 수 있을까? 어렵다. A의 성공은 당장 프랜차이즈 짬뽕집과 기존 중국 음식점의 반발에 따른 일종의 후광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고, 무엇보다 서비스의 본질인 '맛'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불량한 위생상태와 불친절한 행태는 당장 '돈'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오묘한 맛의 세계는 그럴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전혀 다른 프랜차이즈가 청결함과 친절함은 물론 맛까지 보증하며 무장해 골목에 진입한다면? A는 짐을 싸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온디맨드 그림자
타다는 A 중국 음식점의 미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동의 플랫폼을 추구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오묘한 맛'의 세계도 정복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파생 서비스 라인업만 봐도 기존 모빌리티 업계의 관성을 그대로 답습하는 등 어려운 행보만 보여주고 있다.

타다의 그림자가 선명히 보이는 가운데, 더 큰 문제도 보인다. 바로 온디맨드 플랫폼의 한계다.

현재 공유경제 기업으로 스스로를 포장한 기업은 많지만, 이들은 엄연히 온디맨드 기업이다. 한정된 자원을 공유하거나 긱 이코노미를 추구한다는 가면을 쓰고 있으나 강력한 플랫폼이 존재하는 순간 이들의 비즈니스는 온디맨드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뜻이다. 한정된 자원을 합리적으로 소비하려는 공유경제에 플랫폼이 관여해 수수료를 받는 순간 논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용자 입장에서 수수료를 내고 한정된 자원을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일부 공유경제의 틀에 들어가지만, 문제는 공급자다.

타다의 경우 공급자는 기사다. 이들은 타다라는 강력한 플랫폼에서 철저한 '을(乙)'이며 그들의 생사여탈권은 오로지 타다 플랫폼에 달렸다.

기사들은 심지어 타다의 직원도 아니다. 별도의 용역업체를 통해 기사가 수급되는데 이는 타다는 물론 다른 모빌리티 업계도 비슷하다. 기사들은 용역업체로부터 타다에 추천되어지며, 이는 현행법 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기사들이 플랫폼의 철저한 을로 활동하며 온디맨드가 보여주는 최악의 고용시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타다는 배회영업을 할 수 없지만, 아직 한정된 차고지 등으로 사실상 배회영업을 하며 그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시 그 책임은 기사들도 피할 수 없다. 일부 몰지각한 승객들의 난동을 온전히 받아내야 하고, 그럼에도 기사들은 철저하게 예절교육을 받아야 한다.

타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긱 이코노미의 가면을 쓴, 공유경제의 가면을 쓴 온디맨드 플랫폼이 공급자를 철저하게 을로 만드는 고용구조에 있다. 법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플랫폼 성격 자체로 보면 심각한 문제다. 만약 모든 세상에 이러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통용된다면 지옥이 펼쳐질 수 있다.

타다는 모빌리티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영악한 전략도 보여주고 있으나 그들이 보여주는 플랫폼 비즈니스에는 헛점이 너무 많다.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은 실체적 현상을 보여주지만 그 이상의 길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택시기사들이 왜 카풀에 반대하며 모빌리티 전반에 불신을 가지는 지, 그 이유를 여기서도 일부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