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중국 화웨이를 둘러싼 논란이 깊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연간 출하량이 2억대를 돌파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지난 2분기 출하량 기준 애플을 넘어 2위에 오른 상태에서 조만간 1위 삼성전자를 추격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화웨이 전성시대
현재 화웨이는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희생양이다. 중국의 ZTE가 미국의 견제를 받아 절벽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후 지금은 화웨이에 미국의 화력이 집중되고 있다. 북미 시장 진출은 꿈도 꾸지 못하는 처지에서 미국의 우방국을 중심으로 통신장비 시장에서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으나, 화웨이의 스마트폰 존재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분위기다. 역시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는 진출하지 못하고 있으나 중국과 아시아, 유럽 등 지역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대를 넘겼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전략 스마트폰 라인업이 시장에 안착하며 점유율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프랑스 파리에서 공개된 P20(HUAWEI P20)와 화웨이 P20 프로(HUAWEI P20 Pro)는 독일 라이카와의 협력이 돋보인다. 화웨이는 P20 프로의 라이카 트리플 카메라와 화웨이 P20의 최대 5배 하이브리드 줌 라이카 듀얼 카메라를 통해 고급 카메라 기능을 살렸다는 설명이다. 40MP RGB 센서, 20MP 흑백 센서, 8MP 망원 센서로 구성된 라이카 트리플 카메라가 적용됐다. 색 온도 센서(a color temperature sensor)도 탑재되며 와이드 조리개도 지원된다.

최대 5배의 하이브리드 줌 장거리 사진 촬영도 가능하며 고감도 이미지 센서로 ISO 102400까지의 저조도 사진도 포착 가능하다. 960fps 슈퍼 슬로우 모션 기능을 통해 울트라 스냅 샷도 가능하다. P20와 화웨이 P20 프로 모두 24MP 셀피(selfie) 카메라를 탑재했다. 자체 모바일 AP인 기린970으로 인공지능 기술력도 살렸다. 인공지능 안정화 기술인 화웨이 AIS(AI Image Stabilization)도 새롭게 탑재됐다.

리처드 위(Richard Yu)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는 디자인과 혁신에 대한 접근 방식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기 위해 예술가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면서  "화웨이 P20 시리즈는 라이카와의 협력을 토대로 개발되었으며, 화웨이 P20 프로의 트리플 카메라 및 화웨이 P20의 프리미엄 듀얼 카메라, 그리고 두 스마트폰 모두에 적용된 강력한 인공지능 기술로 사용자들은 보다 선명하고 현실감 있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트 20 시리즈는 10월 영국 런던에서 공개됐다. 카메라 기능이 눈길을 끈다. 화웨이 메이트 20의 카메라는 화웨이 P20 시리즈(HUAWEI P20 Series) 카메라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며, 16mm 라이카 초광각 렌즈가 추가됐다. 화웨이 메이트 20 프로에는 40MP 메인 카메라, 20MP 초광각 카메라 및 8MP 망원 카메라가 장착됐다. 화웨이 메이트 20 시리즈는 AI 포트레이트 컬러(AI Portrait Color) 비디오 모드도 지원한다.

스마트폰의 핵심인 SoC가 강력해졌다. 최첨단 7나노 공정으로 제조된 SoC는 1㎠ 다이 사이즈(die size)에 69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해 기존의 기린 970 대비 CPU, GPU, NPU가 각각 75%, 46%, 226% 더 강력해졌다는 설명이다. CPU, GPU, NPU의 효율은 각각 58%, 178%, 182% 증가했다. 기린 980은 업계 최초로 듀얼 NPU(Dual-NPU)를 장착해 모든 형식의 AI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온-디바이스(On-Device) AI 처리 성능을 제공한다.

화웨이 메이트 20 프로는 4.5G LTE Cat. 21 표준을 지원하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이다. 고용량의 4,200mAh 배터리가 내장되었으며, 40W 화웨이 슈퍼차지는 30분 안에 70%의 충전이 가능하다.

화웨이는 지난 2010년 스마트폰 출하량 300만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억5300만대 출하량을 기록한 후 이제는 2억대를 돌파하며 명실상부 2인자의 위치를 공고히하는 분위기다. 아시아 아이폰의 성지인 일본에서도 승승장구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중국 시장 1위를 지키면서 유럽과 아시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심의 라인업을 짜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화웨이는 내년 삼성전자를 누르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에 등극하겠다는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22%의 점유율로 1위, 화웨이는 11%로 절반에 그쳤다. 그러나 3분기 삼성전자가 19%로 주춤하는 가운데 화웨이는 14%까지 점유율을 올리며 맹추격에 나서고 있다.

▲ 화웨이의 메이트 20 시리즈가 보인다. 출처=화웨이

5G와 폴더블...그리고 '정치'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정체현상을 보이는 상태에서 애플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몸집을 불리며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는 장면이 연출되자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반등의 열쇠는 초기술 격차다. 삼성전자는 내년 5G 정국을 맞아 가장 빠른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통신장비 기술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5G 단말기를 넘어 넓은 범위의 5G 전략을 구축할 수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자체 모바일 AP와 5G 모뎀을 탑재하는 방안이 단적인 사례다.

▲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모바일 AP는 엑시노스 9820이다. 엑시노스 9820은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4세대 CPU 코어를 적용하고 설계를 최적화해 성능과 전력효율이 동시에 향상됐으며 인공지능 연산 속도는 전작과 비교해 약 7배 늘어났다. 최신 그래픽 프로세서(Mali-G76)를 탑재해 전작 대비 그래픽 처리 성능을 약 40%, 동일 성능에서의 전력소모를 약 35% 개선했으며, 업계 최초 8CA(주파수 묶음) 기능과 초당 2기가비트(Gbps) 다운로드 속도의 통신이 가능하다.

5G 모뎀은 엑시노스 5100 모뎀이 책임진다. 엑시노스 5100 모뎀은 하나의 칩으로 5G를 넘어 각 세대별 이동통신 규격(GSM/CDMA, WCDMA/TD-SCDMA/HSPA, LTE 등)까지 지원하는 '멀티모드' 방식이다. 5G 통신환경인 6GHz 이하 주파수 대역에서 기존 4G 제품보다 1.7배 빠른 최대 2Gbps의 데이터 통신속도를 지원하며, 초고주파 대역(mmWave, 밀리미터파)에서도 5배 빠른 6G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한다.

여기에 퀄컴과 협력한다. 모바일 AP 스냅드래곤 855는 3D 소닉(Sonic) 센서를 탑재해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DFS) 시스템을 지원하며 전작과 비교해 3배 성능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모바일 게임 등에 특화됐으며 멀티 기가비트급 5G 기능도 강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퀄컴의 X50 모뎀이 혼용될 전망이다.

▲ 퀄컴의 새로운 모바일 AP도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지원된다. 출처=퀄컴

폴더블과 프리미엄 스마트폰 자체 경쟁력, 중저가 라인업 강화와 지역 거점 생산 전략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폴더블 스마트폰을 최소 100만대 출하할 예정이며 갤럭시S10에는 강력한 사용자 경험을 탑재해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S10이 6.7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며, 5G가 지원되는 한편 6개의 카메라가 탑재될 것으로 보도했다. 카메라는 후면에 4개, 전면에 2개가 유력하다. 다만 5G 지원은 전 단말기에 탑재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모델에만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갤럭시S10 관련 루머는 꽤 구체적이다. 극단적인 베젤리스 디자인이 유력하며 삼성전자가 개발자 회의를 통해 공개한 4개의 디스플레이 중 하나가 지원될 전망이다. 인피티니 U, 인피니티 V, 인피니티 O, 인피니티 뉴가 거론되는 가운데 갤럭시S10에는 인피니티 O가 유력하다. 왼쪽 상단에 O 모양의 카메라 라인을 남기는 이색적인 디자인이다.

홍채인식을 넘어 초음파 지문인식 기술도 유력하다. 극단적인 베젤리스를 추구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에 지문인식 스캐너를 내장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3D 안면인식 스캐너 탑재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에 중저가 스마트폰에 최신 기술을 넣는 방안과 인도와 베트남 등 거점 지역에서의 생산 전략을 유연하게 펼쳐 1위의 위상을 굳건하게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화웨이가 '넘어야 할 벽'이다.

정치적인 이슈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화웨이를 둘러싼 미국의 문제제기는 주로 통신장비 시장에 집중된 상태지만 화웨이가 스마트폰 경쟁력을 강하게 키우는 만큼 언제 불똥이 튈 줄 모른다. 미중 무역전쟁의 신경전이 길어질수록 화웨이가 피해를 보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