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미국 증시가 휘청이면서 여기저기 주변에서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미국 증시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경제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세금 완화 등의 당근으로 한동안 큰 호황을 누렸다.

지난 3년간 다우산업지수는 1만포인트 이상 상승했고 지난 10월에 다우지수 10년간 최고점인 2만6828포인트를 기록했다.

스탠다드푸어스 500지수도 지난 10년 이내 최고점인 2930포인트를 올해 9월 말에 달성했다.

누구누구는 아마존이나 구글 주식에 투자해서 수십배의 수익을 남겼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2014년 무렵까지만 해도 주당 300달러를 밑돌았으나 이후 급격히 주가가 상승해서 2017년 1000달러 고지를 넘더니 올해 9월에는 2000달러를 잠시나마 넘어서기도 했다.

아마존의 20년 전 공모가는 주당 18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익인데, 여기에 3차례 액면분할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수백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알뜰하게 모으고 투자해서 일찍 은퇴하자는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운동이 세간에 널리 알려진 것도 이즈음이다.

워낙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있으니 아마존과 같은 똘똘한 주식에 투자하면 10년 이내에 100만달러를 만들어서 30대나 40대 초반에 은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FIRE 운동은 들불처럼 불타올랐고 많은 직장인이 직접 투자는 물론 인덱스펀드나 뮤추얼펀드에 그간 모았던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기 시작했다.

주식에 관심 없는 사람들까지 투자를 시작하면 폭락의 징조라고 하더니, 조기은퇴와 금융자립을 꿈꾸던 밀레니얼 세대들에 산타랠리가 아닌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낙폭이 시작됐다.

미국 뉴욕 증시는 미국 정부의 셧다운(정부 업무 일시정지)과 세계 경기 둔화 우려, 미중 무역 마찰 등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연말 들어 악화된 증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올해 벌어들인 수익을 반납하게 만들었다.

개개인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따라서 일부 투자자들은 수익은 물론 본인의 원금까지 까먹고 들어가는 상황이 다가왔다.

조기은퇴를 꿈꾸던 사람들은 원금도 손실을 본 상황에서 은퇴는커녕 잃어버린 돈을 찾을 궁리에 나서게 됐다.

대표적 FIRE 은퇴족이자 유명 투자블로거인 샘 도겐은 FIRE가 바보 같은 몽상가들이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Foolish Idealist Returns to Employer)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고 증시의 불확실성에 대해 경고했다.

샘 자신은 부인과 함께 30대에 충분한 자금을 모아 은퇴하고 아이를 낳아서 전업부모로서 생활하고 있지만 현실주의자로서 FIRE 대신 DIRE가 더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고 밝혔다.

DIRE는 조기은퇴를 꿈꾸는 대신 베어마켓인 시장의 현실을 인식하고 은퇴를 미루되 미래의 금융독립을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D는 주택대출금 등을 갚기 위해 은퇴를 미루라는 Delay, I는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으라는 Inherit, R은 은퇴를 의미하는 Retire, E는 세상을 떠난다는 의미의 Expire를 각각 의미한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FIRE 운동에 증시 호황에 동참하면서 사실상 최고점에 들어왔다가, 시장이 하락하면서 손실을 되찾을 길이 없어서 최대한 늦게까지 일하면서 은퇴자금을 모으고 상속을 받을 길이 없나 고민하게 되고, 결국은 FIRE 운동을 알게 된 것을 후회하면서 눈을 감을 수도 있다는 경고다.

조기은퇴라는 달콤한 결과에만 집착한 결과 오랜 시간 천천히 은퇴자금을 모으는 DIRE 대신 FIRE를 선택할 경우 반대로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고 샘 도겐은 경고한다.

그 자신도 시장환경이 생각보다 악화되고 있어서 자산 감소를 줄이기 위해서 다시 취직을 할 생각이 있다고 본인의 금융 블로그를 통해서 공개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은퇴 후 7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과연 자신이 다시 재취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FIRE 운동의 부작용도 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