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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의 월街 내부자들] ③ 정복자들의 파티제5화 월가의 무적함대 갤리언의 침몰
   

2007년 6월, 한여름의 밤이 깊어 가는 시간, 커다란 한 유람선 한 척이 뉴욕 허드슨 강 위에 떠 있었다. 배의 옆으로는 맨해튼의 마천루들이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휘황찬란한 불빛을 뿜으며 환상적인 자태를 연출하고 있었다.

검은 바다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흥겨운 파티 중이었다. 그들은 월가에서 가장 잘 나가는 헤지펀드 중 하나인 갤리언 펀드의 설립자 겸 펀드매니저인 라자라트남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라자라트남은 자신의 5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커다란 유람선을 빌렸고, 약 200명의 동료들과 친구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을 초대했다. 술을 마시고 흥에 겨워 소리 지르며 춤을 추는 축하객들을 태운 유람선은 허드슨 강을 따라 맨해튼 남단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갤리언과 라자라트남의 동지들이 모두 모였다.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월스트리트와 금융 센터의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며 승리의 축배를 들었다. 그것은 월가를 지배하는 정복자들의 축제였다.

라자라트남은 배의 제일 위층 꼭대기에서 친구들과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었다. 대서양의 싱그러운 여름 바람이 바다 냄새와 함께 밀려왔다. 그는 친구들에게 “나는 내가 원한다면 이 배를 살 수 있어”라고 뻐기고 자랑했다. 라자라트남 생애 최고의 시간이었다. 그는 세계 정상에 선 것이다.

그가 운용하는 헤지펀드 갤리언은 자산 규모로 세계 7위에 올랐다. 놀라운 성공이었다. 다음 해인 2008년, 그는 처음으로 <포브스>가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400”에 포함됐다. 그는 스스로가 성공했다고 자축할 만한 상황에 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그해 여름, 무려 3개나 되는 파티를 준비했다. 약 3주 전, 그는 SEC 뉴욕 본부에서 내부자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았지만, 그는 SEC 변호사들을 성공적으로 물리쳤다고 생각했다. 그는 SEC가 자기를 못 잡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그가 준비했던 2007년의 여름 축제를 시작했다.

2007년 7월 초, 라자라트남은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가족들과 가까운 친구들을 포함해서 약 20명의 사람들을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17세기의 성인 샤또 그리말디(Chateau Grimaldi)로 초대했다. 그 성은 11개의 침실과 9개의 욕조를 갖추고 있었고, 특히 멋진 정원을 가지고 있었다. 라자라트남의 핵심 동지들이 함께한 럭셔리한 파티였다.

그는 프랑스 휴가 이외에 또 다른 커다란 이벤트를 준비했다. 8월에 비행기를 전세 내어 가장 가까운 동료들과 친구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까지 아프리카 케냐로 초대했다. 이 여행에는 약 70명이 참석했다. 이 케냐 여행 역시 그가 그해 맞이하는 50세 생일 축하 모임의 하나였다.

유람선은 맨해튼의 남단 끝을 돌아 세계금융센터 옆을 지나고 있었다. 라자라트남은 야경에 빛나는 거대한 빌딩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과 3주 전, 라자라트남은 그 빌딩 16층에 위치한 SEC 뉴욕 본부에서 내부자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받았다. 그는 자신이 SEC 변호사들을 물리쳤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쉽게 끝날 일이 아니었다.

라자라트남이 허드슨강에 유람선을 띄워 놓고 그의 동료와 친구들을 대거 초청해서 질퍽하게 술을 마시며 환호하던 바로 그 시간, 세계금융센터 16층에서는 라자라트남을 잡기 위해 SEC 변호사들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날도 갤리언의 트레이딩 데이터와 이메일, 통화 기록 등을 뒤지고 있었다.

이미 SEC는 라자라트남이 ‘루미(Roomy81)’라는 여성과 주고받은 이메일 중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발견했다. 루미는 라자라트남에게 “내가 가이드를 줄 때까지 폴리컴을 사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1월 말, 폴리컴은 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루미는 폴리컴 거래에서 30만달러를, 라자라트남은 두 배인 60만달러를 벌었다.

루미는 ‘루미 칸(Roomy Khan)’을 의미했다. SEC는 칸의 전화를 추적한 끝에 인도 출신이며 폴리컴의 간부인 수닐 발라(Sunil Bhalla)를 찾았고, 그가 칸의 정보원일 것으로 추측했다. 그리고 칸은 라자라트남의 내부정보 서클에서 중요한 인물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어 SEC 변호사들은 인텔의 다른 임원이 라자라트남과 빈번하게 연락하고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텔은 갤리언이 거래하기 좋아했던 몇 안 되는 기술주 중 하나였다. 그의 이름은 라지브 고엘(Rajiv Goel)이었다. 그는 라자라트남과 와튼 스쿨 친구였다. 고엘은 찰스 슈왑에 증권 계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계좌에서 이루어진 거래는 모두 갤리언 그룹의 IP 주소를 달고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것은 갤리언의 누군가가 그의 계좌를 관리해 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왜 갤리언이 그를 대신해서 거래를 해주고 있는가? 고엘의 계좌에서 거래된 주식들은 모두 라자라트남이 대량으로 거래했던 의혹 있는 주식들과 일치했다. 아마 고엘이 제공한 내부정보의 대가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고엘의 계좌에 이익을 남겨 주는 것은 아닐까? SEC 조사관들은 고엘 역시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았다.

라자라트남에 대한 조사가 더 진행되면서 라자라트남의 와튼 스쿨 동창인 아닐 쿠마르(Anil Kumar)가 나왔다. 그는 유명한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 & Co)의 선임 임원이었다. 내부정보를 원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맥킨지 같은 컨설팅 회사는 매우 중요한 정보원일 수 있다.

맥킨지 정도라면 미국에서 중요한 많은 회사와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며, 특히 M&A 같이 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에 대해서도 자문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SEC 조사관은 쿠마르에 이어 맥킨지의 전 CEO였던 라자트 굽타(Rajat Gupta)도 라자라트남과 빈번하게 통화하고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라자라트남과 같은 남아시아계 출신들이었다.

이처럼 라자라트남은 주로 남아시아계라는 인종적인 유대 관계, 그리고 대학 동문이라는 친밀감을 이용해 내부정보 링(Ring)을 구축했다. 그들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부패한 욕망은 월가의 정상적인 금융 시스템의 작동을 비웃고 있었다. 와드와가 라지브 고엘에 이어 아닐 쿠마르의 개입 가능성을 보고받았을 때, 그는 “망할 놈의 와튼 스쿨 83년 학번 모두를 기소해야 하는가?”라고 내뱉었다.

SEC가 볼 때 사건은 당초 생각보다 점점 더 규모가 커지고 있었고, 그들은 로우 맨해튼의 뉴욕 남부 연방 검찰청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결국 검찰이 이들을 형사사건으로 기소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와드와는 지금까지 확보한 자료와 증거들을 뉴욕 남부 연방 검찰청과 FBI에 보냈다.

라자라트남이 이처럼 은밀한 자신의 내부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월가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엄청나게 럭셔리한 생일 파티를 즐기고 있을 때, SEC와 FBI 역시 보이지 않게 그를 추적하고 있었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김정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1.01  07: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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