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어린이들의 생명에 대한 무게, 그 값을 놓고 여러 의견이 팽팽하다.

보험업계의 관계자들과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경우도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이는 개인이 바라보는 우리 사회와 관련이 깊었다.

우리 사회가 아직은 살 만하다고 여기는 이들은 혹시라도 불의의 사고로 자녀를 잃어 슬퍼할 부모를 걱정해 어린이들의 생명 값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우리 사회에 대한 불신이 깊은 이들은 최소한의 장치로라도 절대 법을 바꾸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또 혹시라도 아이를 잃을 경우 그에 따른 사망보험금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생각을 보였다.

 

 

법으로 15세 미만 보호하는 것 옳아

생명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성인이 아닌 아이의 경우 약자로서 인지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친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이를 피보험자로 설정해 보험을 가입시킬 수 있다”며 범죄 이용 대상이 될 것을 걱정했다.

손해보험사의 한 관계자도 “아이들은 저항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학대나 보험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계획적인 상해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이 이미 나가고 있는 마당에 법이 허용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범죄가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보험회사 관계자는 “아이가 죽을 것을 생각해 보험을 가입하는 부모는 없지만 어린 아이들과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는 있다”며 “즉 아이들을 이용한 범죄는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아이가 잘못됐는데 보험금을 못 받아 슬퍼할 부모는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와 소비자단체의 경우도 이 같은 의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아기를 키우는 한 부모는 “요즘은 사탄도 울고 갈 정도로 범죄들이 잔인하고 다양하다”며 “국내 상법에서 규정한 15세 미만 어린이의 사망보험금 지급 규제는 지키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 국장은 “15세 미만자의 사망보험금을 금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단체보험의 경우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입장이라면 억울할 순 있으나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며 “보험금을 빌미로 가족을 이용하는 현실 속에서 법이 개정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내 보험 산업 발전 위해서라도 개정

반면 국내 상법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며 선진국처럼 규제를 풀고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갖가지의 규제들로 국내 보험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즉 실제 범죄가 일어나는 수치는 많지 않은데, 이 범죄 때문에 15세 미만 어린이의 사망보험금이 주는 순이익을 놓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생명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실제 사고를 통해 아이를 잃은 부모의 경우 슬픈 와중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상 가능한 것은 돈뿐”이라며 “큰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돈으로라도 보상을 받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인데, 생명을 잃음으로써 그 아이가 세상에서 펼칠 꿈들이 꺾였으니 이에 대한 보상은 지원되는 것이 맞다”고 어필했다.

손해보험사의 관계자도 “요즘은 어린이들도 여행을 많이 다니는 시대”라며 “선진국과 같이 단체보험이나 여행자보험 등을 통해서 어린이들의 생명이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점차 바뀌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들의 교육과 관련된 자리에 있는 이들도 의견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천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방 모 교사는 “15세 이전의 아이도 사람이기 때문에 귀한 생명의 값을 인정해줘야 한다”며 “성인보다는 적게 판단될지라도 사망보험금은 지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방 교사는 이어 “어린이들의 경우 특히 아프거나 사고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데 보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보험을 왜 드는가에 대한 의문까지 낳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완정 인하대학교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15세 미만자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어린이 살해를 부추길 수도 있겠으나 이를 모든 보험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태아를 사람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논란과 비슷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세상이 변하고 삶의 양태가 변하듯 이제는 재논의를 할 시점”이라며 “조건을 세분화해 집단 사고 등으로 인한 15세 미만의 사망에 대해서는 보호가 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