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어른들의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

우리나라 상법이 걱정하는 범죄로부터만 연약한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사고를 당하거나 재해 피해 등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연약한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그 피해가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상법은 15세 미만 어린이의 사망보험금을 모든 보험에서 보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지 어린이들이 뜻하지 않게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만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 어린이들이 범죄가 아닌 예기치 못한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건은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범죄 아닌 화재로 생명 잃은 유치원생들

매우 크게 이슈가 된 사건으로 지난 1999년 6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 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서울 소망유치원생 42명, 서울 공릉미술학원생 132명, 안양 예그린유치원생 65명, 부천 열린유치원생 99명, 화성 마도초등학교 학생 42명 등 497명의 어린이와 인솔교사 47명 등 총 544명이 있었다.

이 중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강사 4명 등 23명이 생명을 잃었고 5명은 부상을 당했다.

그렇다면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잃은 유치원생들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당시 보상금은 화성군에서 담당했다. 특별위로금을 포함해 1인당 평균 약 2억2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랜드는 과거 국제화재(현재 MG손해보험)의 영업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고 있었으며, 보상한도는 사고 한 건당 사람의 경우 2억원으로 설정돼 있었다.

또 많은 유치원생을 잃은 서울 소망유치원은 현대해상의 유아기관종합보험에 가입하고 있었다. 보험의 보상한도는 사망·후유장애의 경우 1인당 1000만원을 보장하고 있었다.

따라서 화재로 생명을 잃은 어린이들은 화성군의 보상금과 함께 씨랜드와 유치원에서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뿐, 아이들이 갖고 있는 보험을 통한 사망 보장은 받을 수 없었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15세 미만 어린이의 사망과 관련해서는 기관 등이 가입한 배상책임보험 등을 통한 보험금 지급도 책임 소재 등을 구분 짓다 보면 실제 지급이 쉽지만은 않다”면서 “씨랜드 사건과 같이 크게 이슈가 된 경우에나 그나마 적은 금액이라도 쉽게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15세 미만의 세월호 희생자 사망보험금 0원

가까운 예로는 세월호 사건도 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사건이다.

당시 세월호에서 생명을 잃은 9세와 11세 아이의 경우는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아이들은 15세 미만이라서 국내 상법에 따라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계기로 국내 상법을 단체보험과 관련해서는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따라서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정부의 보상금과 더불어 개인이 갖고 있던 보험과 여행자보험 등 여러 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았다면, 이 어린 아이들에 대한 생명의 값은 오로지 정부의 보상금이 전부였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범죄사고가 아니어도 어린이들은 학교 등의 기관을 통해, 혹은 수학여행 등의 행사에서, 또는 일상생활 중에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심지어는 뜻하지 않게 생명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상법상 어린이들의 귀한 생명 값은 인정되지 않는다.

범죄가 아닌 불의의 사고로 인한 것일지라도 아이들에 대한 생명보험금, 다시 말해 사망보험금은 0원인 것이다.

기관이 가입한 보험 등을 통한 보상

물론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씨랜드와 세월호 사건처럼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일 학교나 학교의 수학여행 등 행사를 통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학교안전공제중앙회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사고 없는 학교를 만들어 학생들은 학업에 충실하고, 선생님은 본연의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안전망을 구축하고자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보험회사 관계자는 “15세 미만의 어린이가 학교 행사 등을 통해 사망할 경우에는 보험 상품 대신 학교가 가입한 보험이나 학교안전공제중앙회 등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어 “아이들의 생명과 별개로 보상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금액이 적거나 받는 절차 등이 까다로울 수 있다”며 “크게 알려진 사건이 아니라면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15세 미만 어린이는 법에서 사망보험금을 보장하지 않으니 기관이 가입한 보험 외에는 기관의 대표나 피해를 입힌 사람 등이 도덕적인 의무 등에 따라 개인적으로 보상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