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최근 면역관문억제제와 CAR-T와 같은 면역항암제가 크게 부상하면서 업계와 시장은 서로 다른 두 개의 항원을 인식하는 항체인 ‘이중항체(Bispecitic Antibodies)’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면역관문억제제와 기존 암 항원에 대한 표적항체 치료제 또는 서로 다른 타깃의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으로 투여하는 요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이중항체 기술의 중요성은 더 강조된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A)의 승인을 받은 이중항체는 3개에 불과해 주목된다.

두 개 항원 인식하는 ‘이중항체’ 어떤 기술?

항체는 인체의 면역체계의 주요 단백질로 외부물질이나 감염성 물질에 반응을 나타내는 단백질이다. 이는 두 개의 무거운 사슬(Heavy Chains)과 두 개의 가벼운 사슬(Light Chains)로 구성됐다. 자연계에 있는 항체는 모두 두 개의 똑같은 항원 인식 부위를 보유하고 있어 단일특이성(Monospecific)이 나타나는 2가염색체(Bivalent)라고 부른다.

▲ 일반적인 항체의 구조(왼쪽)과 이중항체의 개념. 출처=하나금융투자

이중항체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항원을 인식하는 항체로 자연계에는 없는 인공적인 항체다. 이는 1960년대 개념이 나타났지만 유전자 조작기술 등의 한계로 구현되지 못하다가 최근 10년 동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중항체는 두 개의 단백질을 가깝게 연결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들이 입증되면서 “차세대 항체”라고 불리고 있다.

현재까지 선진국 규제기관인 미 FDA와 유럽 EMA의 허가를 받은 이중항체는 3개뿐이다. 이는 T세포의 CD3와 림포마 B세포에서 과발현하는 CD19가 타깃으로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이 적응증인 글로벌 제약사 암젠(Amgen)의 ‘블린사이토(Blincyto)’와 CD3와 암세포에 발현하는 EpCAM을 결합한 트리온(Trion Pharma)의 ‘리무밥(Removab)’, 글로벌 제약사 로슈(Roche)의 A형 혈우병치료제 ‘헴리브라(Hemlibra)’다. 업계에 따르면 헴리브라는 2023년 약 23억달러 규모의 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글로벌 이중항체의약품 시장 규모 추이와 전망. 출처=신한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글로벌 이중항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억8000만달러 규모에서 2030년 93억달러까지 연평균 34%씩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이중항체 시장은 리무밥 2009년, 블린사이토 2014년, 헴리브라 2017년 허가 등 서서히 열리고 있는 단계로 2015년 이후 얀센(Janssen)과 암젠을 중심으로 해마다 1~2건의 기술수출 계약이 있었으며, 계약 규모는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마일스톤 포함 4억4000만달러에서 17억5000만달러에 이르렀다.

글로벌 제약사 이중항체 기술에 주목 왜?

서로 다른 항체를 한 개의 항체로 합쳐 두 개의 항원에 대응하는 이중항체 기술이 최근 더 주목받는 이유로는 면역관문억제제와 CAR-T 등 면역항암제가 차세대 치료제로 부상한 점이 꼽힌다.

이전까지 항암제 대세를 구축했던 항체치료제와 TKI 등 표적항암치료제는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 이동, 침윤 등의 세포 작용에 중요한 기능을 억제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작용기전을 나타내지만,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기능을 조절해 이를 활성화함으로써 암을 치료하는 작용기전을 보인다.

▲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요법 기대감(왼쪽)과 증가한 병용요법 임상 건수. 출처=하나금융투자

면역관문억제제의 단점은 단독요법으로 고형암에서 치료율이 낮은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제약사들은 면역관문억제제와 기존 항암제의 병용요법을 임상에서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요법 임상은 약 765건이다.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해 유전적으로 변형시킨 후 이를 다시 환자에게 투여해 악성 세포를 찾아내 파괴하는 CAR-T 치료법 분야에서 이중항체는 면역 자극제(T-Cell Engager)로 설계됐다. 하나의 항체 한쪽에서는 면역세포(T Cell)를, 다른 한쪽은 항암세포의 항원을 타깃으로 이중항체를 디자인하면, 면역세포와 암세포를 물리적으로 가깝게 위치하게 만들어 항암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중항체 기술개발, 국내 제약사도 활발

한국에서는 한미약품이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종근당은 관련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벤처 기업 중에선 파멥신과 ABL바이오가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동아ST와 유한양행은 ABL바이오로부터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공동개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7년 1월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북경한미가 개발한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인 펜탐바디(PENTAMBODY)를 소개했다. 한미약품은 이중항체 파이프라인 전임상 결과로 면역관문억제제인 PD-1과 암세포 표적항원인 HER2를 타깃으로 각각 항원을 발현하는 두 종류의 세포를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데이터와 PD-1과 PD-L1의 이중항체로 각각 PD-1, PD-L1 단일항체 대비 세포사멸능력(Cytotoxicity)을 더 증가시켰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펜탐바디는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가 자체 개발한 기반기술로, 하나의 항체가 서로 다른 두 개의 표적에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차세대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이다”라면서 “면역 항암치료와 표적 항암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특징, 자연적인 면역글로불린G(LgG)와 유사한 구조적 특징을 갖추고 있어 면역원성과 안정성 등에 우수하고 생산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종근당은 이중항체 후보물질 ‘CKD-702’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고형암을 성장시키는 수용체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과 c-Met(Hepatocyte Growth Factor Receptor)을 동시에 타깃으로 두는 이중항체로 미국에서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 전임상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종근당 측에 따르면 CKD-702는 표적항암제에 내성을 나타내는 비소세포폐암 동물실험에서 우수한 항암효과를 나타냈다. 폐암뿐만 아니라 위암 등 다른 고형암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도 확인됐다.

종근당 관계자는 “이중항체는 일단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서 “개발에 성공하면 크게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앱클론은 새로운 이중항체 개념인 ‘어피맵(AffiMab)’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항체보다 25분의 1(1/25) 수준으로 크기가 작은 어피바디를 활용하는 이중항체 기술이다.

앱클론은 플랫폼 기술을 적용, 류마티스 관절염을 대상으로 TNF-α(종양괴사인자 알파)와 IL-6을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항체 신약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동물모델에서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Abbvie)가 개발한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글로벌 1위 의약품 ‘휴미라’에 비해 우수한 효능을 나타내고 있다.

ABL바이오는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001’로 국내 최초 임상 1상을 진입했다. 이는 내년 초 임상 1a상을 끝내고 3분기부터 임상 1b상에 돌입할 예정으로 적응증은 위암, 난소암, 대장암이다.

ABL바이오의 이중항체는 면역항암제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ABL001은 두 타깃 중 한 곳에 암 연계 항원(TAA)을 붙이고 다른 한쪽에 면역 자극제(T Cell Engager, 4-1BB)를 붙여 기존 4-1BB 면역자극제 단독항체의 부작용인 간독성 발생을 제거했다.

유한양행과 동아ST는 각각 ABL바이오로부터 이중항체 관련 기술을 기술도입했다. 두 기업은 이중항체 면역항암제인 ‘ABL104(적응증 대장암, 두경부암)’과 ‘ABL105(적응증 유방암, 위암)’에 대한 세포주 개발과 공정 개발, 비임상 시험 등을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중항체는 일반적으로 기술 관련 계약이 체결되는 임상 1~2상이 아닌, 개발 도중 혹은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수출과 도입이 이뤄진다”면서 “초기 단계의 후보물질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점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