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지 별 가구수와 평균 경쟁률. 출처=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연말 분양시장에 전용면적 85㎡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들이 뛰어들고 있지만 단지별로 상반된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공급량이 적은 탓에 잠재 투자가치를 기대하고 각광을 받는 듯 했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중소형 전성시대'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대형'이라는 평형대보다 단지의 위치와 분양가가 투자가치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가 20일 발표한 청약접수 경쟁률에 따르면, 성남 대장지구의 ‘힐스테이 판교 엘포레’는 세 블록에 공급된 아파트 836가구에 총 2594개의 청약 통장이 투입됐다. 각 블록당 평균 경쟁률은 ▲A3블록 3.18:1 ▲A4블록 2.6:1 ▲A6블록 3.35:1로 나타났다. 해당 주택은 전용면적 85㎡ 초과 물량으로 모든 가구가 특별 공급이 없는 일반분양 물량이다.

판교대장지구 A6블록 가운데 132가구가 공급되는 전용면적 128.0160㎡형 아파트는 당초 111가구만 응모하면서 당해지역 1순위 응모자가 부족했지만, 이내 기타지역에 534명의 예비청약자가 몰리면서 미달 사태를 방지했다.

이는 향후 대형 평수 아파트의 투자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급량 가운데 전용면적이 85㎡를 초과하는 주택은 약 7.9%의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중대형 아파트의 희소성이 커지면서 향후 투자 시장을 좌우할 것이란 판단이 나온 이유다.

반면 18일 1순위 청약을 마감한 서울 상암동의 DMC SK뷰는 평균 91.62배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중대형 평형인 전용면적 112㎡형은 91.88:1을 기록하면서 성남 대장지구의 경쟁률을 크게 상회했다. 

전문가들은 중대형 평형의 선호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희소가치에 따라 반짝 관심을 모으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투자가치가 높은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대형 수요가 늘어난 것은 지금까지 공급량이 적었고, 가격 면에서도 다른 곳은 상승장인 반면 중대형 평형은 덜 올랐기 때문에 일정 부분 기대심리가 작용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중대형 평형의 향후 전망을 두고 “중대형 평형은 애초부터 ‘성공하는 입지’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대형 평형을 원하는 수요자의 많은 비중을 부자들이 차지하는데, 그들은 서울, 그 중에서도 몇몇 인기 지역에 모여 사는 경향이 있다”면서 “부천에서 성공한 의사, 포천에서 성공한 의사라도 몇 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강남에서 출퇴근을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대형 평형의 장점을 놓고 전문가는 “택지지구에 공급되는 주택은 지역난방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규모가 커질수록 분담하는 금액이나 전체 관리비가 낮아지는 효과는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그러나 “성공할 수 있는 입지가 제한적이고, 가구수는 늘고 세대당 가구원수는 주는 추세인 현재의 인구구조를 감안하면 중대형 평수가 필요한 가구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넓은 집에 살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있고, 1주택자들의 갈아타기 수요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시장의 조류라기엔 작은 흐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서울지역에서 분양된 ‘힐스테이트 녹번역’의 경우, 전 가구가 85㎡ 이하인 주택 194가구에 1만1455명의 청약 신청이 쇄도하면서 평균 59.05: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여전한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의 경쟁률을 두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제도가 개편된 점, 분양가가 저렴하지만 대출이 어려운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DMC SK뷰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자리했음에도 약 1965만원의 3.3㎡당 평균 분양가를 기록했다”면서 “대장지구는 서판교터널이 개통할 계획이지만 아직은 테크노밸리와 떨어져있는데, 분양가 또한 2600만원을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판교라는 특수성과 함께 가격면의 차등이 두 단지의 성패를 갈랐다는 해석이다.

또한 북위례 지역의 대장주 ‘위례포레자이’ 역시 중대형 아파트로 비슷한 시기에 공급되면서 예비청약자들의 고민은 더해지고 있다. 위례포레자이는 지난 21일 분양승인이 한 차례 더 연기된 후 2019년 1월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해당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에 해당돼 3.3㎡당 평균 분양가가 약 1820만원에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암동 DMC SK뷰,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 보다 낮은 가격으로, 시세 차익을 기대한 예비청약자들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와 함께 대장지구에 공급될 계획인 ‘퍼스트힐 푸르지오’, ‘더샵 포레스트’의 당해지역 1순위 청약도 26일로 다가왔다. 해당 두 단지는 전량 85㎡ 이하의 전용면적으로, 대장지구의 더 면밀한 수요층별 분석이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