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패션업계의 거물인 윌리엄 김 전 올세인츠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려고 물밑교섭을 벌이는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최근 인공지능 전문가를 대거 빨아들인 삼성전자가 패션업계의 유명인사를 영입하려는 이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ICT 초연결 시대를 준비하는 한편,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아직 영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윌리엄 김 전 올세인츠 최고경영자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김 전 CEO는 글로벌 패션업계의 유명인사다. 유명한 명품 브랜드 구찌에서 임원을 지냈으며 버버리에서는 디지털 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2년 파산 위기에 처한 영국 패션업체 올세인츠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단숨에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사례로 명성이 높다. 지난 9월부터는 영국 사모투자회사 라이언캐피털에서 일하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영국 드레이퍼스지 선정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패션인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삼성전자와 함께하게 된다면 부사장급을 맡아 IM부문 리테일 온라인 마케팅 팀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김 전 CEO 영입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을 마케팅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밀레니얼 세대는 스마트폰과 SNS을 익숙하게 다루며 획일화된 취향보다 자기를 위한 큐레이션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

삼성전자도 CE부문에 라이프스타일 랩을 설치하는 등 일찌감치 이들에게 주목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지난 IFA 2018 기자 간담회에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제품에 주력했다"면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제품 개발이나 기획의 대상으로 삼고있다"면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연구하고 외부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이 증가하는 한편, 그들의 트렌드가 미래 먹거리라는 점에 주목한 셈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당장의 수익보다 ‘밀레니얼 세대의 이해’에 방점을 찍었다. 디지털 마케팅에 특화된 김 전 CEO의 영입이 필요한 이유다.

밀레니얼 세대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이 삼성전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요금상품 0플랜을 출시했으며 KT도 만 24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Y24 요금제를 데이터ON 요금제 구조로 새롭게 개편했다. 모두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는 한편, 그들로부터 미래 가능성을 배우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 분야에서 많은 인재들을 영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미 AI 센터장을 맡은 래리 헥 전무와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최고혁신책임자(CIO) 사장이다.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머신러닝과 딥러닝, 컴퓨터 비전, 가상현실(AR) 등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들도 영입한 바 있다. 인공지능 등 ICT 기술 발전에 필요한 핵심 인재들을 빠르게 흡수하는 한편, 디지털 마케팅에 방점을 찍은 패션계 전문가를 영입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삼성전자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사구시 행보도 이번 영입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화웨이의 공세에 대비해 신임 네트워크사업부장으로 전경훈 부사장을 임명한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정 부사장은 포스텍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2012년 전격 삼성전자에 영입되어 앞으로 5G 네트워크 전략 총괄을 맡을 전망이다.

전 부사장은 일반적인 교수와 달리 이론보다 현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사며, 이 부회장의 실사구시 행보와 결을 함께한다는 평가다. 최근 삼성전자의 행보와 비슷하다. 자연스럽게 실제 패션업계에서 성과를 거둔 김 전 CEO의 영입도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고 파악하려는 삼성전자의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