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가수가 있습니다.

'포크계의 나윤선'이라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나윤선은 유럽에서 꽤 유명한 우리나라의 재즈 가수죠.

그 최고은이 서울 연희동에서 지하 녹음실을 개방, 한 달에 한 번씩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사십여 명이 들어가는 작은 녹음실 공간에 관객을 불러놓고

연주하고, 노래하니 모든 실력이 다 드러나게 됩니다.

많이 부담스럽겠지만, 열기가 대단해서 벌써 음악 매니아들에게는 명소로 알려졌습니다.

혼자 80여분을 끌어가지는 못하니 매번 한사람이나 팀을 게스트로 초청해

둘이 음악회를 담당하게 됩니다.

최고의 게스트 선정 기준은 '나의 사심'이라 말합니다. 어떻습니까?

최고의 선택 방식 같습니다. 이제껏 우리는 그런 선택의 경우

객관적인가, 과거 실적이나 주변 평가는 어떠냐며 남들 시각에 맞추는데 급급했는데..

심지어 가까운 가족에게도 내가 뭘 선택시 사심으로 선택했다면 항의받기 십상였구요.

그녀의 당돌한 선택, 그러니까 사심은 충격이고, 축복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선택의 여왕으로 불러봅니다.

물론 그녀가 이제껏 걸어온 길은 넓은 길, 잘 알려진 길과는 반대였습니다.

그 시절 좁고 어두운 길을 통과하며, 얼마나 힘들고, 불안했을지도 짐작이 갑니다.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였겠지요.

결국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은 결과 오늘 사심을 부리는 그녀가 되었습니다.

후배가 자신의 아들이 삼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반수로 금년에 재수를 했는데, 또 만족치 못해 벌써 삼수를 검토하고 있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지레 넘어져 그런 도전이라는 것도 아예 안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에 비하면 대견한 건가요?

결국 본인이 선택하게 하고, 책임감도 스스로 느끼게 하면 되는 것.

거기까지는 완벽(?)한 것 같은데, 이런 선택만이 가능한 건가에 대해선

얘기조차 꺼내지 않은 사실이 웬지 씁쓸해 졌습니다.

오늘날의 진정한 천재라 할 스티브 잡스가 청춘 시절 인도에서 보낸

시간들이 평생 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후배 아들은 똑같은 내용을 공부하며 삼년을 보내려한다니 가슴이 턱 막히고,

그 젊음의 시절이 찟겨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학교 졸업후 창업을 얘기하는 아들에게 대기업을 권했고,

지금 재미없게 회사 다니는 아들도 생각납니다.

나이 들어 좀 더 주도적으로 살아보려는 나도 겹쳐 보입니다.

루저를 위한 그룹였다는 퀸 그룹의 영화에 젊은이들이 열광합니다.

젊음들의 불안감이 느껴집니다.

그들이 경쟁이 치열해도 공무원, 대기업 같은 넓은 길, 남들이 간 길을 가려함도 이해됩니다.

그럴수록 그녀의 사심이 돋보입니다.

우리 모두 새 해에는 사심이 들어간 자신만의 선택 쪽으로 조금 더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