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3기 신도시 공급과 함께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른 공공주택 공급이 늘어나면서 LH의 재무상황을 우려한 것과 달리 LH는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사업방식을 다각화하면서 정책사업 추진 기틀을 마련 중이다.

8년 만에 이자부담부채 36조원 감소… 통합공사 출범 이후 처음

LH는 2009년 10월 통합공사로 출범한 이후 이자부담부채가 2013년 최고 105조7000억원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부채감축노력을 위해 전사적으로 나서면서 올해 10월 말 기준 이자부담부채가 69조7000억원으로 낮아졌다. 이는 2013년 말 최고 105조7000억원 대비 무려 36조원이 감소했다. LH 이자부담부채가 60조원대로 진입한 것은 통합공사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자부담부채비율도 2009년 출범 당시 360%에서 올해 10월 말 기준 157%로 낮아지며 무려 203달러 감소했다. 이자부담부채 중 정부 지원금인 기금을 제외한 채권 등으로 구성된 선순위이자부담부채비율 역시 출범 당시 237%에서 87%까지 무려 150% 감소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LH는 최고인 A등급을 받았다. 공사 통합 후 9년 만이다.

▲ LH 진주 본사

또한 지역마다 장기간 미매각상태인 토지 감축목표를 별도로 부여하며 2016년 기준 25조2000억원의 토지, 주택을 판매해 25조원의 대금을 회수했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8년간 공공택지 매각 규모는 68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LH는 지난 10월 말 공사가 2009년 통합공사를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50년 만기 국내 최장기채권 900억원을 발행했다. 50년 만기채권은 장기적으로 채권발행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안정적이라고 판단될 경우에만 발행이 가능해, 국내에서는 정부 등 투자안정성이 가장 높은 극히 일부 우량기관에서만 발행이 가능한 채권이다.

국내 금융시장 관계자는 “LH 50년 만기 채권 발행금리가 10년 만기 국채 금리 수준인 2.171%로 결정된 것은 보험업을 중심으로 장기채 수요가 풍부한 것을 감안해도 성공적인 발행”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원가절감, 사업다각화, 대토보상 등을 통해 사업비를 최소화하고 선제적 판매촉진 노력 등을 통해 대금회수를 촉진함으로써 회수범위 내 투자원칙을 유지하면서 이자부담부채 감축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한편 LH는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사회적 가치 실현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해외채권인 5년 만기로 1억 스위스프랑(1140억원)의 소셜본드 발행에도 성공했다.

 

3기 신도시 발표에도 LH공사채 발행규모 크지 않아

LH공사채 발행은 토지·주택 개발사업에 큰 상관성을 보였다. 노무현 정부 때 2기 신도시 개발이 시작된 2004년 이후 대규모 택지개발 및 주택공급 사업의 영향으로 LH의 자산은 2004년 40조원에서 2013년 173조원으로 급증했다. 그 기간 동안 자산규모는 연평균 14조원씩 증가했고 LH 공사채 순발행도 연평균 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공공기관 부채감축계획에 따라 공사의 사업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자산의 증가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수익성 개선에 따른 현금창출력 향상과 정부의 유상증자 지속의 영향으로 공사채를 포함한 전반적인 부채 레버리지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4~2018년 동안 LH공사채는 연평균 약 5조원의 순상환을 기록했다.

과거 1~2기 신도시 사례에서 보면 신도시 개발에서 LH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기 신도시 때는 경기도 일대 건설된 곳은 5곳(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이다. 이 중 LH가 5곳 모두 참여했으며 부천시가 1곳에 참여했다. 2기 신도시에서는 총 12곳의 사업지에서 LH가 11곳을 참여했다. 3기 신도시나 신혼희망타운 역시 개발의 주도적인 주체는 LH가 될 것이란 시각이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1~2기 신도시 사례에서 유추해 보면 3기 신도시나 신혼희망타운의 경우에도 개발의 주도적 주체는 LH 공사일 것”이라면서 “다만 3기 신도시 건설에도 불구하고 LH 공사채 발행규모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된 이유는 LH의 사업진행 방식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리츠 활용 및 지자체 공동시행하며 사업다각화… 투자부담↓

LH는 재무레버리지를 축소시키는 과정에서 사업방식을 다각화(리츠 활용, 지자체 공동시행)함과 동시에 기존의 토지개발사업의 비중을 낮추고 공공주택사업을 확대함으로써 투자부담을 줄여왔다.

이경록 연구원은 “LH는 특히 공공주택사업이 확대될 경우 기금차입금과 임차보증금의 유입으로 공사의 실질적인 투자부담은 크게 경감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면서 “실제로 올해 10월 기준 공사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도 기금차입금과 공사채 등을 모두 포함한 이자부담부채는 잔액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한 반면 공사채와 CP 등의 시장성차입금은 잔액이 매년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LH는 정책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대행 개발과 공공임대 리츠 등 자체 사업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는 사업 방식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올 초에는 이와 관련된 사업을 3조8000억원가량 발주했다.

최근에는 신규 택지 수용 때 현금 대신 땅으로 보상하는 ‘대토’ 보상에 ‘리츠’ 제도를 결합한 ‘대토리츠’를 선보였다. 지난 2014년 동탄에 2호 대토 리츠가 설립된 이후 4년 만에 평택 고덕 국제신도시 대토리츠가 영업인가 승인을 받았다. 대토 리츠는 택지 개발 시 대토(현금 보상 대신 다른 땅으로 보상 받는 것)방식을 선택한 토지소유주들이 보상받은 땅을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현물출자해 리츠가 개발 후 분양할 때 소유주들에게 개발이익을 나눠주는 제도이다. 즉 지주들이 리츠를 만들고 LH가 직접 자산관리회사(AMC) 역할을 하면서 개발대행을 하게 된다. 대토 리츠는 일반 리츠와 달리 주식 공모 의무와 상장 의무가 없어 사모 형식으로 운용된다. 대토 리츠를 활용할 경우 LH는 토지보상금 부담이 완화된다. LH는 고양 장항지구에서도 추진 중이다.

2014년부터 리츠를 도입한 LH공사는 리츠방식을 도입하면 공공임대주택 임대기간을 2년 더 늘린 10년 공공임대주택을 2014년부터 연평균 1만6000호를 건설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올 11월 기준 LH가 운용하고 있는 리츠 수는 총 39개이며 수탁규모는 14조1863억원으로 전체 운용리츠의 37.1%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