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8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고속 지하 교통터널 ‘루프’를 공개했다. 공개 장소는 교통정체가 심각한 미국 서부 LA. 루프는 머스크 식 해법이었다.

머스크가 공개한 지하터널은 LA 남부 호손에서 LA 국제공항(LAX)까지 총 연장 1.14마일(1.83km). 머스크는 언론과 초대 손님들을 개조된 테슬라 모델 X에 태워, 지하 9m 땅속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지름 3.65m의 원통 백색 터널 루프가 있었다.

루프는 특별하게 설계된 자동차 바퀴를 이용해서, 터널 트랙에 맞물리게 해서 달리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지하철 궤도를 자동차로 달리는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지하철보다는 지하 고속도로에 가깝고, 주행 중 빠른 속도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1.14마일을 달린 차량의 운행속도는 시속 64km. 주행거리가 짧아서인지, 생각보다 느렸다. 시승자들은 ‘놀이기구를 탄 것 같다’, ‘몸이 한 쪽으로 쏠리는 기분이었다’, ‘서로 부딪쳤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낯선 경험에 대한 자연스런 반응이었다.

시승자들이 지적한 요동에 대해서, 머스크는 준비시간 부족을 언급했다. 시제품과 달리, 본제품은 매끄럽게 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루프가 완성되면, 시속 241km까지 운행이 가능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루프가 교통 정체를 해소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루프에 관해, 머스크가 자신 있게 내세운 것이 가격경쟁력이었다. 시제품 건설비용 1,000만 달러(113억 원)는 같은 거리의 일반 터널 건설비용 10억 달러(1조 1,300억 원)보다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머스크는 루프 시험구간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음속으로 사라진 영불 합작 여객기 콩코드

1956년, 영국은 초음속 여객기를 구상했다. 그리고 6년 뒤, 프랑스와 마하 2.2까지 나는 여객기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협조라는 의미를 가진 여객기 이름은 콩코드.

시험용으로 제작된 콩코드 1호기는 1968년 지상시험을 마쳤고, 2호기는 1969년 4월 처녀비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객기의 실용 운항에는 2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막상 비행기를 만들고 보니, 예상 못한 문제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운임을 고가로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 또 연료비용, 대기오염, 소음문제, 환경파괴 문제 등도 지적되었다. 제작 과정에서 파악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상업적 경쟁력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개발비용 회수를 위해서, 영국과 프랑스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콩코드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과 프랑스의 사례를 보고, 초음속 여객기 개발을 추진했던 미국은 곧바로 보잉 2707 생산을 중단했다.

1972년까지, 영국과 프랑스는 20기의 콩코드를 제작했다. 콩코드는 6,000km 거리의 대서양을 2시간 52분 59초에 횡단했다. 평균 속도 2,000㎞/h(마하 1.7)이었다.

콩코드의 수난사는 계속되었다. 상업비행을 위해, 131석으로 고안된 콩코드 100석로 변경되었고, 2003년까지 30년간 부정기 전세기로 런던과 뉴욕, 파리와 뉴욕만 오고가야 했다. 심지어 2000년에는 탑승자 109명 전원이 사망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영불 합작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콩코드가 남긴 교훈은 하나, 제품 생명은 실용성.

9시간 걸리던 유럽-뉴욕을 4시간으로 단축했지만, 운임은 이코노미 항공권의 15배.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했다. 재미로 한 번 탑승은 가능해도, 계속 타기는 어려웠다.

 

에디슨의 뒤를 잇는다는 머스크

미국이 오늘날의 미국이 된 데에는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1847-1931)의 역할이 컸다. 에디슨은 평생 1,000개가 넘는 제품을 발명했다. 그러므로 에디슨이 만든 제품을 거론하는 것보다, 에디슨이 만들지 않은 제품이 무엇인가를 따지는 것이 더 빠르다.

에디슨의 발명품들은 어떻게 미국 발전에 기여했을까? 제너럴 일렉트릭(GE)을 통해서, 에디슨은 자신의 발명품을 제품화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한 제품으로, 에디슨은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켰고, 미국이 세계 시장을 지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에디슨의 뒤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는 머스크. 남아프리카 출신 머스크도 기상천외한 상상으로 세상이 놀래게 만든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미래의 설계자.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모델로 삼은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20여 년간, 머스크는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다. 1995년, 지역 정보 제공 시스템 Zip2 창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머스크는 2000년 인터넷 결제 시스템 페이팔, 2002년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 X, 2002년 전기자동차 제작회사 테슬라, 2006년 청정에너지 공급회사 솔라시티, 2015년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기업 오픈AI, 2017년 인공지능 회사 뉴럴링크와 루프 건설 업체 더 보링 컴퍼니를 설립했다.

 

장치 산업의 한계와 머스크의 돌파력

하지만 안타깝게도, 머스크는 제2의 에디슨이 되기 힘들 것 같다. 개인용품을 만들었던 에디슨과 달리, 머스크가 관여하는 산업은 장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장치 산업의 소비자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이다. 로켓, 인공지능은 개인이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지하 터널 루프, 시속 3,000km 고속철도 하이퍼루프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이 자신의 필요를 위해, 루프나, 하이퍼루프를 건설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머스크는 교통정체 해소를 위해서 지하터널을 뚫어 해결하겠다며 루프를 고안하고, 비행기보다 빠른 고속철도를 개발하겠다고 몰두하고 있다. 사실 교통정체 해소 방안은 지하터널 건설이 아니어도 충분하다. 또 장거리 이동을 위해 비행기보다 빠른 고속철도를 이용해야 할 사람도 많지 않다. 하지만 머스크는 속도에 집착한다.

미국 LA 정도 교통정체 도시라면, 주차비를 올리고, 대중교통을 강화하면 해결된다. 굳이 루프를 설치하느라,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루프를 이용하려면, 전기자동차를 사야하고, 특수 바퀴도 구입해야 하며, 루프 이용비용도 내야 한다.

머스크의 회심작 하이퍼루프도 마찬가지이다. 하이퍼루프가 필요한 지역은 미국, 유럽의 유레일,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 중국의 대륙횡단철도 정도이다. 그중에서, 자동차 문화와 항공이 발달한 미국은 수천 km 터널을 뚫고 하이퍼루프를 건설할 이유가 없다. 또 십여 개국 이상이 관련된 유레일도 국가 간격이 좁아서 설치할 필요가 없고, 1억 3,500만 명 인구의 러시아는 경제성이 낮아 딱히 설치할 까닭이 없다.

유일하게 남은 나라가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시속 600km의 고속철 보유 국가이다. 총연장 22,000km를 시속 300km로 달리는 4종4횡을 확보했고, 2030년까지 고속철 34,000km 포함, 철도영업구간 175,000km의 8종8횡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국이 머스크에게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하이퍼루프를 건설하겠다고 나설 리가 없다.

시장 이기는 공장은 없다. 머스크가 꿈꾸는 루프나, 하이퍼루프를 보면, 영불 합작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생각난다. 머스크가 어떻게 시장을 지배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