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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의 기업과 커뮤니케이션] 분노 유발 세상 vs. 감동 유발 세상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1.01  19:28:23
   

모 뮤지컬 배우의 남편이 만취 운전으로 동승했던 배우 2명이 현장에서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대중의 비난도 거세게 쏟아졌다. 이에 그 뮤지컬 배우는 출연하기로 했던 뮤지컬 작품은 물론 본인이 연출을 맡은 작품에서도 하차했다.

그녀는 심경을 묻는 인터뷰에서 학교에서도 공연에서도 나왔고, 다 녹화해놓은 방송도 엎어졌고, 사고 뒷수습이며 유가족에 대한 도의적 책임 등으로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힘든 시간임을 밝혔다. 하지만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자신의 뒤를 이어 뮤지컬 배우를 지망하고 있는 아들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한 마디 더 힘주었다.

“아들을 위해서 살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다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가 자식인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고생 아닌 시절이 없었고, ‘왜 이렇게 살아가야 하나?’하고 되뇌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고 또 지갑에도 늘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버티게 된다.

 

‘위급 시 아이들부터 구해주세요’ vs. ‘급하면 알아서 피해가든가’

명절 연휴를 지나면서 눈에 띄는 차량용 스티커 하나가 있었다. 많고 많은 차들, 그리고 갖가지 종류의 차량 스티커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그 스티커를 대하는 순간 마음 한 구석이 울컥해지면서 그 스티커가 붙은 차는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흰색 SUV 차량 뒷유리창에는 ‘위급 시 아이들부터 구해 주세요’라는 흰색의 손글씨체 문구가 붙어 있었다.

나이가 들면 감수성이 예민해지고 눈물이 많아지는 탓인지는 몰라도 그 짧은 문구 하나를 접한 뒤 한참 동안이나 가슴이 먹먹해졌다. 물론 그 스티커의 1차적인 목적은 초보운전이니 배려해 달라는 것이지만 그런 중에도 그런 문구를 선택한 부모의 심정이 먼저 와 닿았다. 간혹 문구들 중에는 애교를 넘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비아냥거리는 듯한 느낌의 문구도 많다. ‘급하면 어제 오지 그랬어?’ ‘뒤에서 박으면 나는 좋지만’ ‘급하면 알아서 피해가든가’ 그런 차에게는 양보의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말 한 마디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일도 많지만, 우리 주위에는 말 한 마디 하지 않아서 끝끝내 사람들로부터 배척되거나 평생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히는 경우도 많다. 그 한마디 말이라는 것은 진정성을 담은 말이어야 한다. 일본의 성노예로 고생하신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나 물질이 아니라 그들의 진심이 담긴 사과다. 그리고 갑질 논란의 주인공이 된 재벌가의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것 역시 정신적 물질적 보상 보다 그들이 반성한다는 말이다.

방송에 출연해서 이름을 떨친 모 업체의 수제쿠키가 유명했다. 아이의 태명을 따서 상호를 지었다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여 돈벌이를 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명절 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대중의 공분을 샀다. 유기농이라고 판매하던 것들이 실은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던 것들을 사다가 재포장한 것에 불과했는데, 문제는 이를 지적하는 소비자들에 대처한 그들의 태도였다. ‘큰 이윤을 남기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다. 주문량이 늘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려 발뺌한 것이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고 그로 인해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사건 직후 그들은 바로 폐점한 후 연락을 두절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식을 줄을 몰랐다.

불볕 더위가 기승이던 8월의 어느 날,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진심 어린 사과’ 소동이 있었다. 입주민임에도 차량에 홀로그램 스티커가 없다는 이유로 주차위반 딱지를 덕지덕지 붙였다는 이유로 화가 난 차주가 주민들이 들고나는 지하주차장 입구를 막으면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사유지이다 보니 구청이나 경찰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당장 다음날 아침부터 출퇴근 차량 통행에서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버스 회차도 불가능할 것을 염려해 모두가 합심해서 차를 옆으로 이동시켜 앞 뒤로 막아두었다.

지방의 한 아파트촌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거의 모든 언론은 시시각각 전황을 생중계하듯 이를 기사화했다. 가만 있지 않겠다거나 경찰에 고발할 것이라는 차주의 원망이 그대로 기사화 됐고, 언론은 이때다 싶어 법률 해석까지 덧붙이며 승패를 전망하기도 했다. 결국 동네 주민들이 원한 것은 ‘미안하다’는 차주의 사과 한 마디였다. 그런데 그게 무슨 커다란 인생 실패처럼 느껴졌는지 차주도 버틸 대로 버티다가 결국 사과하고 이사 갔다.

 

감동 좀 주고 받는 세상이라면

한국 증시가 맥아리 없이 퍼런불이 계속 켜지자, 하루에도 몇 번씩 분기 실적이며, 사업 전망에 대해 물어보는 투자자들 전화가 계속됐다. 3분기 매출 11조원대, 영업이익 6조원중반대 그리고 순이익 4조원 후반대를 기록한 하이닉스 마저도 파란불 신세를 면치 못하는 신세이니 장이 말이 아닌 상황인 것이 분명했다. 아침부터 입맛이 썼다. 오후가 되자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간절히 생각났다. 눈으로는 모니터를 보고 손은 키보드 위에 있었지만 머릿속은 온통 잘 구운 삼겹살뿐이었다. 그렇게라도 스스로에게 위로를 해야 견딜 수 있는 시간이었다.

후배 한 명을 꼬셔서 결국 삼겹살 집으로 가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삼겹살과 항정살 구이를 다 먹어 갈 때쯤 저쪽에 앉은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부부가 3남매를 데리고 와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부부의 나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교복 조끼를 입고 있었고, 그 앞에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딸과 테이블을 짚고 겨우 서서 장난을 치는 갓난쟁이의 모습이 보였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옷차림의 가족들 뭔가 대견한 듯 엄마의 즐거운 표정과 무거워 보이는 아빠의 뒷모습을 대하는 순간, 뭔가 모를 감동이 느껴졌다. 마침 중간고사 기간이니, 중학생 아들이 노력한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둬서 아빠가 한턱 내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비싸고 화려한 곳으로 가기에는 뭔가 부족한 살림살이의 향기가 느껴졌다.

난 어렸을 때 그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이기도 했고, 우리 집에서는 100점은 흔하디 흔한 것이었고, 학업우수상 같은 것은 앨범에 몇 권씩 있었다. 가끔 동생이 올 백점을 받거나 전교 1등 정도 하면 집에서 돼지고기 구경은 할 수 있었다. 시험칠 때 100점이나 95점이면 용돈으로 50원 정도를 받았는데, 4과목을 치르는 월례고사 때마다 용돈 200원이 생기는 셈이니, 시험치는 날이 너무 기다려지기도 했다.

그 단란해 보이는 가족들 사이로 무거운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잠깐 이런저런 생각에 먹먹해지는 느낌이었다. 결국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에서 주저하지 않고 구석에 앉아 있는 가족들의 식비를 같이 계산했다. 따라 나오던 후배가 ‘누군지 알고 계산을 해주세요?’라고 물었지만 ‘그냥 애들에게 산타가 좀 일찍 다녀갔다고 생각하면 좋지 않겠어?’라고 대답해줬다. 물론 내 추측이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확인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고, 그렇게 하는 것이 나 스스로의 맘이 훈훈해 지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떤 기업은 출입 기자단과의 연말 송년 모임에서 일년간 기자들의 활동상을 담은 동영상과 각종 선물로 기자들에게 감동을 주며 한 해를 마무리 한 적이 있었다. 상당한 예산이 필요한데도 허락해 준 경영진의 마음 씀씀이가 더 부러웠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들은 한결 같이 그날 하루를 위해서 오랜 동안 준비 해 온 커뮤니케이션 팀원들의 노력에 더 고마워했다. 기업이 보여준 정성에 감동한 기자들, 당연히 여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은 물론이다.

또, 한번은 건설부동산에 오랫동안 출입을 해온 모 여기자의 모습에서 받은 감동이다. 그 회사는 국내에서 굴지의 건설사로 손꼽히는데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상당히 오랫동안 회사가 힘든 시기를 보냈다. 어느 날 경영진들이 회사의 재기를 다짐하는 행사를 가졌는데, 오랜 동안의 출입으로 거의 가족처럼 지내던 그 여기자만 유일하게 초대를 받았다. 의미 있는 행사로 마무리가 되면서 주요 경영진들이 각자 한 마디씩 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특별 손님으로 초청된 그 여기자에게도 마이크가 돌아갔다.

그때까지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잘 해보고자 의기를 모으던 사람들을 바라보자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고 한다. “참, 좋은 회사인데,,,,,,,,” 이 한 마디를 해 놓고선 결국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무려 출입 기자가 이런 정도로 회사에 애정을 보이는데, 순간 모든 사람들이 숙연해졌고, 기자는 그 한 마디와 눈물로 모든 것을 다했다. “참, 제가 주책이죠?” 웃자고 시작했는데, 그 얘기를 하는 순간 또 눈이 벌개졌다. 기자가 그렇게 생각해 주는 회사가 있다니, 부러웠다. 그 얘기를 듣고 벌개진 눈을 하는 기자를 보는 내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서로 외면한 채 한참 동안 서로 말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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