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올해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상위권을 인버스 상품들이 휩쓴 가운데 우리나라 단기 투자 비중은 해외와 비교해 쏠림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 성향 상 변동성 장세에 대비한 수익률을 의식한 투자 행태라는 해석을 내면서도 ETF의 본래 목적인 장기투자에 더 유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TF는 뮤추얼펀드에 유동성을 부여해 인덱스펀드와 주식거래의 장점을 더한 상품이다. 인버스 ETF란 추종하는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2X 상품은 지수선물이 하락할 경우 수익은 하락폭의 2배가 나지만 상승할 경우엔 손실도 두 배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레버리지는 일반적인 지수 상승장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들은 지수 상승과 하락에 투자하기 때문에 단기적 접근의 투자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해외 시장에 비해 ETF 단기 투자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은 편중이 심한 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레버리지·인버스 일평균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해 47.9%에서 올해 10월 69.1%로 늘었다. 지난달에는 66.0%로 소폭 감소했다.

국내와 미국의 레버리지·인버스 ETF 비교. 출처=신영증권

김남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ETF 시장은 다양한 자산군이나 특정테마나 섹터형 ETF에 적절히 분산돼 있기 보다는 국내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전략 ETF에 운용자산(AUM)과 거래량이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AUM(Asset Under Management)이란 펀드자산을 집계할때 펀드자산에 투자일임자산을 더한 운용자산을 의미한다.

김 연구원은 "국내ETF 전체 AUM의 20.3%가 레버리지·인버스형 상품인 반면, 미국은 1.4%에 불과하다"며 "거래량에서도 국내 레버리지·인버스는 ETF 전체의 약 70%에 달하지만 미국에서 거래량은 17.3%로, 국내 ETF 시장은 장기투자 보다는 단기적인 방향성 전략이 주를 이룬다"고 진단했다.

국내와 미국 ETF에서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입지가 차이나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자들의 성향과 거래하는 주체의 차이로 판단된다. 미국투자자들은 레버리지나 인버스가 아닌 일반ETF를 장기적인 투자 관점으로 보유하는 성향이 강하다

김 연구원은 "국내시장에서 레버리지·인버스를 가장 많이 거래하는 주체는 개인투자자들로 실제로 개인의 거래량이 전체 레버리지·인버스에서 약 50%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밖에 외국인이35% 내외로 활용을 하고 있으며, 기관은 레버리지·인버스 ETF 거래에 크게 나서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버스ETF는 기초지수의 하락과 동행하는 역추적 전략에 다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증시가 하락하는 기간 동안 레버리지 ETF로 지수 움직임과 반대로 매매하는 전략이 나타나면서 순자산가치총액의 하락에 따른 AUM이 감소하는 모습보다는 지속적인 자금 유입으로 AUM이 유지되고 있다.

변동성 장세 지속, ETF 장기투자 상품 유념해야

그러나 대내외적 정치·경제적 요인 등으로 인한 변동성 심한 장세와 약세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 지수 추이.(2018년 12월 21일 기준) 출처=인베스팅 닷컴

ETF의 경우 증시와 관련이 많기에 앞으로의 시황은 중요한 사항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 경제 성장률을 낮추고 내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있다 보니 투자자들이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활용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런 전략은 장기보다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대신증권은 내년 상반기 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상고하저를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며 "인버스 ETF를 고수하라고 얘기하긴 힘들고 변동성 있는 이벤트들이 있을 때 단기적인 관점에서 트레이딩 수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운용1팀장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레버리지와 인버스ETF 투자 니즈 또한 같이 커지고 있다"며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는 단기 투자용 상품으로 시장의 움직임에 실시간으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 기간이 길어질 경우 손실 위험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특히 레버리지의 경우 일별 수익률의 2배를 추구하는 상품으로 투자 기간의 누적수익률의 2배와 실제 ETF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변동성 장세와 관련 선진국에 투자하는 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일 섹터에 집중하는 상품보다는 분산투자가 자체적으로 가능하거나 스마트베타 전략, MSCI 지수를 추종하는 ETF들이 괜찮아 보인다는 의견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변동성 장세에 대응한 정기적인 리밸런싱이 쉽지 않다"며 "선진국에 분산투자하는 상품, 선진국의 주식과 채권을 다 담고 있는 상품 등이 이런 상황에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EMP 글로벌 로테이션펀드와 코덱스 선진국 MSCI월드 ETF 등을 추천했다. 이런 ETF들이 올해같이 흔들리는 장에서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논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중립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장은 "미중 무역분쟁, 미국 경기둔화 가능성, 원유가격 하락 등 매크로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국채, 일본엔화, 금 등 안전자산의 비중 확대를 통한 다소 중립적인 포트폴리오 운용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부문장은 "국내주식의 경우 박스권 움직임에 대비한 시장 대비 알파추구를 위한 ETF활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대표지수형보다는 커버드콜 ETF등 안정형 상품과 섹터·테마·인컴형 ETF를 활용한 초과수익 추구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며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계좌 내 해외자산 ETF의 가격 조정 시 적극적인 편입비중 확대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TF는 시장 대표지수와 연동하는 상품이 많아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 상품이 사실 더 많다.

고영태 한국거래소 ETF팀장은 "방향을 설정하고 들어오는 투기 거래자 같은 카운터 파티가 거래 활성화에 긍정적인 점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ETF의 본질은 장기투자가 맞다"고 말했다.

고 팀장은 "레버리지 효과라는 것이 잃는 부분도 2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보합 상승을 반복하다던지 하락 보합을 반복할 경우 하나의 패턴으로 주가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이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수익률 수준이 감소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이 시점이 저점인지 고점인지 알 수 없는 만큼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정보가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