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두나무의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 13일 글로벌 블록체인 투명성 연구소(BTI)가 발표한 월간 '거래 볼륨 리포트(Exchange Volumes Report)'를 인용해 자사가 거래량 기준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3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빗썸을 누르고 1위라는 설명이다.

특기할 수 있는 대목은 자전거래 여부다. BTI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의 투명성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해 지난 8월부터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거래소 랭킹을 발간하고 있으며, 특히 자전거래로 의심되는 볼륨을 제외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업비트가 1위에 올랐다는 점은 결국 업비트가 자전거래 청정구역이라는 논리와 이어진다.

▲ 업비트 임원진 일부가 불구속 기소를 당했다. 출처=업비트

실제로 업비트 관계자는 “BTI는 자전거래 구분 알고리즘 개발 등 거래소 분석 시스템을 계속 고도화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거래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업비트는 과연 자전거래 청정구역일까.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5월 사기 및 사전자기록 위작 혐의로 업비트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를 확보했으나 오랫동안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일각에서는 “검찰의 무지로 새로운 ICT 동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반전은 21일 벌어졌다. 검찰이 업비트 운영업체 이사회 의장이자 최대주주인 송모씨와 재무이사 남모씨, 권트팀장 김모씨를 암호화폐 거짓 거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말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무려 254조원 상당의 허위주문과 4조2000억원 상당의 ‘자전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암호화폐 시세가 호황기를 누리던 시절이라 고객 인출 불능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으나 혐의는 충분하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업비트는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업비트는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급격한 거래량 증가로 제휴사 장애가 발생해 이로 인한 일부 시스템 오류에 대응하면서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실제 회사가 보유한 자산으로 오류를 보정하기 위한 거래를 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보유하지 않은 암호화폐를 매도, 매수한 바 없고 임직원 및 개인이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재판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성실히 소명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암호화폐 시장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일부 자전거래는 인정했다. 업비트는 “거래소 오픈 초기에 거래량이 적은 코인 등에 대해 매수자와 매도자간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외부 거래소 가격을 참고하여 표시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이를 위한 기술적인 방법으로 자전거래의 방식을 활용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이고 단순한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업비트는 “오픈 초기에 약 2개월간 마케팅 목적으로 일부 자전거래를 했으나, 시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당시 총 거래량의 약 3%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 때 사용한 것은 엄격하게 분리 관리된 법인 계정이며, 시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하는 한편 거래소 오픈 초기 기간에 마케팅 목적으로 시장 활성화에 국한됐다고 말했다. 자전거래에서 발행한 수수료는 회사 매출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논란의 파괴력과는 별개로, 제한적이고 큰 의미가 없는 자전거래도 분명 문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물론 자전거래는 업비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트코인닷컴은 지난 8월 130개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전거래에 나서고 있으며 글로벌 상위 100개 거래소 약 70%가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자전거래 청정지역으로 분류되던 업비트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후 일부 자전거래 사실을 고백하며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와의 점유율 전쟁에도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업비트 외 다른 많은 거래소도 자전거래에 나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BTI에 의해 자전거래가 의심된다는 빗썸은 이러한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 빗썸은 “자전거래와 관련해 많은 검증을 받았고, 문제가 없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