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에서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70,80년대를 주름잡던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퀸의 리드보컬이 되기 전 영화 속 프레디는 자신의 앞니가 남보다 두 개 더 많아서 입이 튀어나왔고, 덕분에 더 음역도 높고 노래도 잘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바로 그 돌출된 치열 때문에 보컬은 안 되겠다고 거절을 당하고, 유명세를 탄 후에도 기자들로부터 치아교정은 언제 할 거냐는 질문을 받는다.

하필 돌출입 수술을 주로 하는 필자로서는,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영화 주인공의 과장되게 돌출된 입매에 천착하게 되어 몰입이 방해되고 말았다. 알고 보니 이 역을 맡은 배우는 실제 프레디 머큐리의 입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영국의 특수분장팀의 손으로 앞으로 돌출된 형태의 인공 치아를 입 안에 장치했다고 한다. 또한 프레디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종종 입술로 앞니를 숨기려 하는 모습까지 연기로 연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의 시각에서는 실제 프레디 머큐리의 특징을 잡아낸 것이 너무 과했다고 생각한다. 마치 캐리커처처럼 그 인물의 특정적인 면을 포착해 싱크로율을 높이려고 한 노력은 가상하지만, 돌출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필자의 눈에는 너무 과도한 돌출입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연기력도 갖추어야 하는 배우의 캐스팅은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특수 분장을 실제보다 더 과도하게 할 이유는 없지 않았을까? 보통은 실제 인물보다 영화 속 인물이 너무 잘생겨서 싱크로율이 떨어지곤 한다.

여하튼 실제 프레디와 영화 속 프레디 역의 돌출입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첫째, 실제 프레디 머큐리의 상악 돌출입은 사진으로 봤을 때 중등도가 살짝 넘어가는 수준이다. 그런데 영화 속 프레디의 상악 돌출입은 단연 ‘최상급’이다. 그래서 더 눈에 거슬린다. 필자의 눈에는 아주 전형적인 돌출입수술 대상이다.

둘째, 실제 프레디 머큐리의 경우 상악 돌출입이 있었지만, 잘 발달되고 다소 길이가 긴 턱 끝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강한 턱 끝이 돌출입을 다소 가려주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상악 돌출입이 시각적으로 덜 눈에 띄는 형태였다. 크게 입을 벌리고 노래할 때나 말할 때 상악 치열이 많이 노출되기 전까지는 돌출입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정도였고, 크게 웃어도 거미스마일(Gummy Smile)은 없었다. 게다가 위 앞니보다 아래 앞니가 더 뒤에 있어서 윗니, 아랫니 사이의 전후간격이 있는 과개교합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되면 아랫입술이 상대적으로 더 뒤에 있어서 같은 앞턱 끝도 더 강조되어 보이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영화 속 프레디의 돌출입 분장은 너무 과도한 돌출입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턱 끝의 위치와 길이는 원래 배우의 턱 끝을 그대로 놔두었다. 즉, 돌출입과 무턱처럼 보이게 되고 만 것이다. 그래서 가뜩이나 과하게 튀어나오게 만든 상악이 더 튀어나와 보이게 되었다.

셋째, 실제 프레디 머큐리는 아마도 돌출입을 덜해보이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약한 미소를 지어 윗입술을 얇게 만든다든지, 콧수염을 기른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영화 속 프레디는 돌출입이 덜 해보이게 하는 ‘생활의 지혜’가 없었다. 원래 자기 입이 아니니 그런 요령이 있을 리 없다. 거기다가 콧수염 분장까지 하니 돌출입이 더 심해보일 뿐이었다.

어찌 되었건 프레디 머큐리의 돌출입이 정말 영화 속 주인공의 말대로 더 노래를 잘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면 대단한 축복이다. 퀸은 지금 들어도 세련된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다. 신이 음악의 천재성과 돌출입을 같이 주신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심한 돌출입을 가진 사람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다인종국가인 영국, 유럽, 미주 같은 곳보다 단일민족이 근간인 한국에서의 돌출입은 아무래도 더 스트레스가 된다. 잘생기고 아름다운 입매에 대한 평가기준이 매우 일률적이다. 누가 만든 기준에 맞추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직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돌출입이 심할수록 심리적인 위축감과 컴플렉스로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물론 심한 돌출입으로 승부를 건 희극인도 있고, 다소 돌출된 입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한 가수들도 있지만, 누가 봐도 돌출입을 가진 배우가 사랑이라는 감정이입이 필요한 정통멜로의 주연을 꿰찬 경우는 찾기 어렵다.

우리는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꾼다.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퀸의 이 대표곡을 필자는 성형외과 레지던트 시절 고된 일과를 끝내고 당직실에서 쓰러져 잠들기 전 짧은 샤워를 하며 자주 흥얼거리곤 했다. 사방이 타일로 된 조그만 샤워실은 울림이 좋았다. 내 인생의 단 하나의 사랑은 누굴지 궁금한 시절이었다. 벌써 20년 전 이야기다.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이라는 뜻으로 워라밸이라는 말이 있다.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가 있다면, 러브 오브 마이 워크(Work)도 있을진대,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일(Work)이 바로 돌출입수술이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된 지 20년째다. 의사로서 그 기간의 대부분을 돌출입수술을 하는 데 쏟아부어왔다. 2018년 가을 성형외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수술 연자로 강단에 섰을 때, 십수년간 꼼꼼히 기록한 돌출입수술의 비망록을 펼치는 느낌이 들어 울컥했다. 세월이 필자의 수술 실력은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필자의 마음은 더 연약하게 만들고 있다. 진료실에서 돌출입에 맺힌 사연들, 살아온 이야기들을 듣다가 종종 눈물 글썽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비망록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사는가?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요절했고, 기타리스트였던 브라이언 메이는 천체물리학 박사가 되어 60세에 영국 리버풀의 대학 총장을 지냈다.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

특히 이번에 입시전쟁을 치른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멋진 인생을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