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키는 20일(현지시간), 11월 30일에 마감한 올해 3분기 글로벌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출처= The Sta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 경제 성장이 약화될 것이라는 징후가 투자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고,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의 성장 둔화를 경고하고 있지만, 나이키에게는 모든 상황이 좋아 보인다.

나이키는 20일(현지시간), 11월 30일에 마감한 올해 3분기 글로벌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의 매출이 26%나 늘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중에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광군제(Singles Day)가 있었고 에어 조던(Air Jordan) 운동화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나이키는 3분기 매출 증가를 향후 회사의 전반적인 성장의 전조로 여기고 있다. 나이키의 주식은 올해 글로벌 매출의 부진으로 지난 3개월 동안 18% 하락했지만 20일 실적 발표 후 7%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중국이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의류 회사인 나이키의 의류와 운동화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회사의 매출이 타격을 입을까 우려했다.

최근 중국 경제는 각종 지표를 통해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악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위안화 대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중국 소비자들에게 미국 제품은 더 비싸 졌다. 미국의 보석회사인 티파니(Tiffany)는 지난 달, 중국 관광객들의 보석 소비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나이키는 디지털 시장에서의 성장 전략을 공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이러한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

마크 파커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이 환경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의 핵심은 디지털 시장에서 두 배의 성장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키는 디지털 시대를 위해 스스로를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회사는 소매 매장을 통해서보다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신발과 옷을 판매하는 전략을 취했다. 온라인을 통한 매출은 오프라인에서 보다 더 높은 마진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회사가 회사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전시되고 판매되는 방식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회사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 여기에는 12개 주요 도시로 역량을 선택 집중하고, 판매가 부진한 소매 파트너들을 과감히 정리하며, 멤버십 앱 나이키플러스(NikePlus)를 재가동하는 전략 등이 포함되었다.

나이키의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에서의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은, 회사가 지난 9월 이 회사의 간판 슬로건 'JUST DO IT'의 30주년을 맞아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상징으로 미식 축구선수 콜린 캐퍼닉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던 것의 부작용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 나이키는 지난 9월, 미국 국가기 나오는 중에 무픞을 꿇고 앉으며 인종차별에 항의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미식축구선수 콜린 캐퍼닉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출처= Entrepreneur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San Francisco 49ers)의 쿼터백이었던 캐퍼닉은 2016년에, 경기 시작 전 미국 국가나 나올 때 경찰의 잔혹 행위와 인종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무릎을 끓고 앉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논쟁을 촉발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이 시작되자, 트위터에 캐퍼닉을 비난하는 글과 ‘나이키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What was Nike thinking?)라는 글을 올림으로써 이 논쟁은 전국적으로 뜨겁게 타올랐다.

▲ "만약 미식축구선수가 NFL이나 다른 리그에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일 특권을 원한다면, 그 선수는 우리의 위대한 국기와 조국을 비하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나오는 동안에는 반드시 서서 경의를 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선수를 당장 해고해야 한다. 그는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할 것이다! "    출처=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캐퍼닉의 이러한 저항적 행위 이후 미국프로축구연맹(NFL)의 32개 구단은 모두 그와의 계약을 거부했고 그는 2016년 시즌 이후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이 사건 이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이키가 그를 광고 모델로 발탁한 것이다.

나이키의 결정에 핵심 고객들, 즉 대도시의 젊은 미국인들도 의견이 양분되었다. 지난 9월 캐퍼닉의 광고가 공개되며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을 당시, 여론조사기관 SSRS 옴니버스(SSRS Omnibus)가 CNN에 독점적으로 제공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사람들 중에는 이 광고를 반대하는 사람들보다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키는 20일 발표에서, 앞으로 주품목이었던 비싼 농구화 대신 중저가 운동화를 판매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키는 조만간 남성용 요가 의류를 출시하면서 애슬레저(athleisure, athletic(운동)과 leisure(여가)의 합성어, 일상 생활에서도 입을 만한 가벼운 운동복을 말함)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회사는 이미 지난 9월에 여성용 운동복 아슬레타(Athleta) 브랜드를 성공리에 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