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0대가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팅이 시니어들의 격한 동조를 받았다.

내용인즉 ‘내가 스스로 은퇴한다면 몰라도 니가 나에게 은퇴를 강요하는 것은 기분 나쁘다’는 것이 요지였다.

후배로부터 ‘선배님 이제 꼰대 노릇 그만하고 은퇴해서 후배들에게도 길을 좀 터주시죠’라는 말을 들은 50대가 상처받은 마음을 포스팅으로 올린 것이었다. 비슷한 또래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해당 포스팅을 올린 사람의 분노에 전적으로 동조하며 우리 사회 일각의 ‘꼰대 추방 움직임’에 대해서 울분을 토했다.

따돌림받는 꼰대들

올해 40대 후반인 정 모 씨는 얼마 전 자녀에게 훈계를 하다가 ‘아빤 꼰대야’라고 말하며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딸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50대 초반인 양 모 씨는 30대 중반인 직장 후배에게 조언을 해주려다가 ‘그러니 꼰대라는 소리를 들으시는군요’라고 말하며 양씨의 말문을 막아버린 후배 때문에 속이 상했다.

역시 50대 초반인 한 여사장은 회의 시간에 잔소리가 많은 자신을 꼰대라고 흉보며 뒷말을 하는 직원들의 카카오톡을 우연히 보고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당신은 꼰대인가?

경제의 주역이 8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로 옮겨가면서 60,70년대생들이 세대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는 50대는 물론 40대들도 꼰대라는 말에 상처를 받는 시대가 됐다.

오죽하면 2019년도 트렌드 키워드로 ‘꼰대’가 선정됐을까. BTS의 히트곡 중 하나인 ‘앙팡맨’에서 20대 중반의 리더인 RM은 ‘너도 꼰대 다 됐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상황을 노래로 표현하기도 했다.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를 뜻한다.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며 그것을 더 나이 어린 사람에게 강요할 때 꼰대라는 말을 듣지만 세상이 바뀐 걸 모르고 고집스럽고 다른 사람에게 훈계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 자주 사용된다.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간접적으로 담고 있다.

일단 꼰대 취급 당하면 함께 일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무슨 일을 같이 하더라도 왕따가 되기 쉽다. 겉으로는 친한 것 같아도 속으로는 은근히 따돌림 당하게 된다. 관계와 소통이 중요해진 시대에 꼰대 취급을 당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따라서 어린 사람들에게 꼰대 취급 당하지 않는 것은 성공적인 관계 유지에서 중요한 요건 중 하나이다.

당신의 성공을 방해하는 꼰대 기질

꼰대는 사적인 관계는 물론이고 직장 생활 나아가 고객과 사업자 사이에서도 관계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꼰대 이미지를 벗는 것은 성공적인 관계에 중요한 요건 중에 하나이다.

젊은 층들은 더 많은 기회를 위해서 50대들이 은퇴해주기를 바라지만, 밀려나는 50대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알바몬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사이에 50대 이상 고령 알바생은 5년 사이에 7배 이상 늘어난 걸로 밝혀졌다. 그만큼 50대들의 경제 활동에 대한 욕구는 강력하다.

이런 덕분인지 우리나라 50세 이상 경제활동 인구도 10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좋지 않다. 정부는 내년부터 50대들을 위한 적합 직종을 많이 개발해서 취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취업하기도 쉽지 않은 마당에 50대들은 어렵게 취업이 되어도 ‘꼰대’라는 인식이 장애물이 되어 새로운 일터에서의 적응이 쉽지 않다.

꼰대 속성을 벗어던지지 않는 한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창업을 해도 젊은 층과 비교하면 성과가 떨어진다.

시대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면도 있고, 경제활동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는 밀레니엄 세대와의 화합도 쉽지 않다. 재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50대들이 성공하려면 꼰대 기질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기업 퇴직 후 4번의 재취업을 하는 동안 새로운 직장 생활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A씨는 전문 음식점을 창업했다. 아내가 공무원이라 혼자 음식점을 운영하다 보니 젊은 직원들을 채용해야 하는 처지인데 젊은 직원들과 관계가 좋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직장 다닐 때는 부하직원들에게 편하게 야단도 많이 쳤다. 하지만 창업 후에는 종업원들에게 조금만 싫은 기색을 해도 금방 퇴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마음앓이를 하고 있다. 가장 속상한 것은 직원들이 가게를 퇴사하면서 입바른 말을 하는 A씨를 꼰대 취급하는 것이었다.

UN은 65세까지 청년으로 규정했지만

UN은 18세에서 65세까지를 청년으로 규정했다. 중년은 66세부터 79세까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장래 일하기 원하는 고령층(55~79세) 구직자 비율이 64.1%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남자는 74.8%, 여성은 62.4%가 취업을 희망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취업 희망자들의 34.4%는 일하는 즐거움을 위해, 58.3%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를 원해서 일을 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4년 이후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능동적으로 찾아서하는 50~70대 중·장년층을 ‘액티브 시니어’라 부른다. 인생후반을 위해 재취업을 준비하거나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재취업이나 창업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꼰대’ 기질을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꼰대라는 틀을 깰 수 있을까?

60대에 창업해서 70을 목전에 두고도 승승장구하는 영시니어. 은퇴 없이 전문 경영인으로 직장 생활을 잘 하는 영시니어. 나이 마흔만 되어도 꼰대 소리를 듣는 요즘 젊은 사람들과 활발하게 어울리며 성공하는 꼰대 이미지를 벗어던진 영 시니어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나이 인고 실무감각 가진 영시니어들

첫째, 실무 감각이다. 60이 넘어서까지 활동하는 시니어들은 권위주의가 없다. 젊은이 못지않은 실무 감각을 갖고 현장 일을 한다. 당연히 고객이나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이 든 티를 내지도 않으며 나이를 들먹이며 훈계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지시하고 훈계하기보다는 솔선수범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 관리하고 지시하기보다는 직접 몸을 움직여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둘째, 스스로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 ‘내 나이가 얼마인데’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나이가 멈춘 것처럼 자신을 청년으로 인식하고 젊은이처럼 말하고 활동한다. 내 나이가 많아서 뭔가를 하지 못한다는,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화덕피자 레스토랑인 뚜띠쿠치나 공덕점의 백승애 사장은 음악치료사로 일을 하다가 50대 중반에 창업을 했다. 현재 60이 훌쩍 넘었지만 붙임성과 매너를 기반으로 지난 8년간 꾸준히 단골을 확보해 지속적으로 매출이 상승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우 국물을 진하게 우려낸 곰작골나주곰탕 화양점의 김명진 사장은 60이 넘어서 창업에 도전했다. 외무부를 거쳐 영어권 대사관에 근무하던 공무원이었던 김명진 씨는 음식점을 운영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60이라는 나이에 점장 채용에 응시했을 정도로 자신의 나이에 대해서 당당했다. 점장으로 취업한 후 6개월 만에 관리하던 매장의 매출을 200% 이상 끌어올리고 창업에 도전했다. 두 사람은 모두 나이로 스스로를 제한하지 않았다.

단정한 외모에 매너 좋은 영 시니어들

셋째, 외모를 가꾼다. 비록 얼굴에 주름살은 늘어나지만, 정갈한 옷차림과 단정한 매무새로 사람들을 대한다. 화려한 멋쟁이가 아니라 단아하고 단정한 외모를 지향한다. 유행이 지난 옷을 후줄근하게 입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꼰대들과 달리 젊은 시니어들은 멋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는다.

넷째, 일이 건강이라는 걸 안다. 몸에 좋은 보양식도 좋고 운동도 좋지만 일이야말로 활력과 에너지를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그 나이에 쉬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일을 할수록 더 힘이 나고 젊어진다는 걸 안다.

다섯째, 붙임성이 있다. 권위주의 의식이 없으므로 나이를 가리지 않고 쉽게 친해지고 대화를 나눈다. 유유상종 성향 때문에 젊은이들은 끼리끼리 어울리려고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깔끔하고 아는 게 많고 친절하고 유쾌하고 상냥하다면 나이는 사람을 사귀는 데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

여섯째, 투자 마인드가 있다. 시니어들은 대체로 가진 것을 꼭 붙들어매고 돈을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성공하는 시니어들은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쌓아온 지혜를 통해 사리를 분별하고 사업성을 보는 눈을 갖고 있다.

쩍벌남에 목청 큰 꼰대들

일곱째, 매너가 좋다. 남자 꼰대들의 두드러진 특징 중에 하나는 쩍벌남이다. 주변 사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편한 대로 행동한다. 반면 영시니어들은 항상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매너가 좋다. 꼰대들은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 목청껏 떠들며 이야기를 한다.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반면 영시니어들은 젊은이들처럼 매너를 지키며 조용조용 대화를 나눈다. 꼰대들은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가부장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실수한 경우에도 침묵한다. 반면 영시니어들은 상냥하고 매너가 좋아서 미안하다,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여덟째,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꼰대들은 친구들과 있을 때 유쾌하게 떠들다가도 가족이나 익숙하지 않은 관계를 만나면 표정이 굳어있고 권위 있는 척을 한다. 반면 재취업과 창업에서 성공하는 영시니어들은 유머감각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면서 자신을 낮춘다.

아홉째,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에 민감하다. 성공하는 영 시니어들은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잘 안다. 트렌디한 방송프로그램이나 음악, 새로운 IT기기와 모바일 문화, 아이돌 가수까지 새로운 흐름에 민감하고 잘 받아들인다. 반면 꼰대들은 늘 흘러간 옛노래만 고수하고 새로운 문화를 모르는 것을 자랑스러운 고집으로 여긴다.

열 번째, 성공하는 영 시니어들은 끊임없이 배운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젊은 사람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꼰대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멋대로 행동한다.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고집스럽게 주장한다.

꼰대가 되어서 왕따 당할 것인가, 영시니어가 되어 새로운 세대들과 어울려 소통할 것인가. 재취업이나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