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배달의민족이 20일 힐하우스 캐피탈, 세콰이어 캐피탈,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부터 총 3억2000만달러(약 361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기업가치는 3조원이다. 지난 10일 클라이너퍼킨스, 리빗캐피털 등에서 900억원의 투자를 받은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가 약 1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블루홀이 약5조6000억원, 소프트뱅크의 추가 투자를 받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약 10조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IB 업계에서는 12월 초만 해도 배달의민족 기업가치를 약 1조원 후반대로 추정한 바 있다. 이번 투자로 배달의민족 몸값은 단순하게 계산해도 약 2배로 뛰어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시장 이용자수는 2013년 87만명에서 올해 약 2500만명으로 추정된다. 거래 규모 기준으로 2013년 3347억원에 불과하던 국내 배달앱 시장은 올해 3조원으로 추산된다. 배달의민족 기업가치와 동일하다.

전체 음식배달 시장이 총 15조원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배달앱 시장은 전체 시장의 30% 선까지 올라왔고, 그 중심에서 배달의민족이 강렬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 출처=프랜차이즈협회

배달의민족 확장일로
배달의민족은 이번 투자 유치로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으로 활동하며 국내 스타트업 업계 발전의 청사진을 그리는 상태에서, 배달의민족은 말 그대로 폭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보여준 행보만 봐도 눈부신 성장을 체감할 수 있다. 2010년 출시된 배달의민족은 특유의 브랜딩 활동으로 배달앱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이용자 고객에게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한편 음식점에는 과거 전단지, 상가책자 등에 비해 훨씬 저렴하면서도 더 높은 매출을 일으켜주는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2015년 초 500만 건 수준이던 월간 주문수는 2018년 7월 2000만 건을 넘어 최근에는 2700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월간 활성 이용자수도 800만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전개하며 사용자 경험의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배달되지 않던 맛집 음식을 배달해 주는 프리미엄 외식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를 전개하는 한편 2016년부터 강남구ㆍ강서구 등에 배민키친을 4곳을 오픈해 운영 중이다. 최근 배민키친 사업이 예상보다 성장하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공유주방 개념이 부상하며 비슷한 개념인 배민키친의 경쟁력도 탄력을 받고 있다.

공유주방, 그리고 클라우드 키친의 존재감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배달앱과 시너지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우버 창업주인 트래비스 칼라닉은 국내에서 클라우드 키친을 준비하며 “한국은 배달앱 시장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클라우드 키친이 배달앱은 아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배달앱과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 키친은 공유주방의 확장 개념이자 배달앱과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서 비 배달 레스토랑의 사용자 경험까지 제공할 수 있고, 당연히 배달앱 시장의 성장세는 큰 도움이 된다.

음식업 자영업자에게 배달 용품 및 식자재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배민상회도 야심작이다. 업주들에게 일회용 소모성자재(MRO)를 파는 배민상회는 '끼워팔기' 등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으나 지금도 순항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민마켓의 베타 버전이 출시되기도 했다.

▲ 배달의민족이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았다. 출처=배달의민족

인공지능과 자율주행로봇 등 최신 ICT 기술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올해 3월 자율주행 음식배달 로봇을 전격 공개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구상한 자율주행 배달로봇은 하반기 실질적인 프로젝트에 돌입했으며 최대 10년을 고려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단계 프로젝트는 실내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술 기반의 로봇을 시연 테스트하는 수준이다. 이를 위해 2017년 7월 고려대 정우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과 파트너십을 맺고 준비했으며, 현재 시제품이 1대 완성됐다. 2단계 실내외가 혼합된 공간에서의 시연 프로젝트는 올해 하반기 예정되어 있다. 스마트시티 플랫폼이 깔린 장소에서 2단계 로봇이 구동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 3단계는 일반 보행로를 포함한 본격적인 실외 환경으로까지 점진적으로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딜리는 지난 6월 천안의 한 푸드코트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가로 67.3cm, 세로 76.8cm, 높이 82.7cm 규격으로 위치추정센서, 장애물감지센서 등이 장착됐으며 푸드코트 내 지정 레스토랑에서 준비된 음식을 받아 고객이 앉은 테이블까지 최적의 경로를 스스로 파악, 자율주행으로 움직여 음식을 배달했다. 고려대 정우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과 추진하는 딜리 프로젝트다.

또 하나의 줄기는 지난 8월 피자헛에 나타난 딜리 플레이트다. 베어로보틱스와의 협력으로 등장한 딜리 플레이트는 매장 내부의 음식 배달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고려대 정우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과의 콜라보와 동일하지만,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고려대 정우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과 모색하는 로봇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배달원의 대체, 보완에 방점이 찍혔다. 3단계 실외 환경을 커버리지로 삼는 장면을 의미심장하게 볼 필요가 있다. 실제 거리에 나서 배달을 하는 로봇은 실내용 로봇과 비교해 설계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1일 단순 평면 기준의 배달로봇을 넘어 엘리베이터 이용 등 수직 이동을 위해 현대무벡스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번 협력은 로봇 물류 서비스에 있어 필수적인 아파트, 오피스텔 등 건물 내 층간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까지 주로 평면 공간에 머물러 온 자율주행 로봇 개발을 이제 승강기에 연동함으로써 수직 이동의 제약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배달의민족은 올해 판교 제2테크노벨리 내 복합용지를 두고 대기업과 치열한 경쟁률을 벌인 끝에 판교행 티켓을 거머쥔 상태다.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상태에서 2020년 판교 사옥으로 자리를 옮기면 1000명이 넘는 대형 스타트업으로 승승장구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베트남을 기점으로 하는 글로벌 전략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배달의민족 로봇 경쟁력이 눈길을 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다양한 태클 넘어야"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으며 누적 투자금 5000억원을 돌파한 배달의민족은 기업공개(IPO)도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당분간은 '마이웨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골목상권 등을 둘러싼 소상공인과의 충돌이 가장 예민한 문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 10월 국회의원회관에서 배달앱의 문제 확인과 개선을 위한 ‘배달앱 문제 개선 정책토론회’를 통해 배달앱 시장 전체를 정조준했다. 토론회에서 이성훈 세종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배달앱의 약탈적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적하며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와 광고료 외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 우려, 체제에 따른 유통 권력 집중, 광고를 많이 한 가맹점 정보 상위 랭킹으로 정보의 왜곡, 미가입가맹점 영업침체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무엇보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부각시켰다. 이 교수는 배달앱이 소상공인들의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며 “배달앱 이전의 매출에서 배달앱 이후 매출의 변화는 크지 않았으나 오프라인 주문이 온라인 주문으로 주문 유통채널의 성격이 변화된 것”이라면서 “배달앱 광고를 하지 않으면 매출 하락, 배달앱 광고를 하면 매출 증가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라고 비판했다.

▲ 프랜차이즈협회의 골목상권 관련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ICT 업계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큰 설득력은 없다고 본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정체성과 수수료 개편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공격을 위한 공격'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배달앱 전체가 공격당하는 한편, 특히 시장 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분명 리스크다.

배민찬 이슈도 배달의민족이 반드시 털고 지나가야 하는 논란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5년 신선식품 정기배송 스타트업 덤앤더머스를 인수해 배민프레시로 사명을 변경한 후 지난 9월 배민찬으로 리뉴얼까지 단행했다. 그러나 내년 2월 배민찬은 종료된다.

배민찬 종료의 표면적 이유는 전략의 변화다. 배달의민족은 "반찬 배달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새벽배송을 중단하는 것"이라면서 "반찬배달도 즉시배송 형태로 배달의민족에 통합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새벽배송을 둘러싼 시장 상황 변화와, 전체 서비스의 전략적 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맞아 떨어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배민찬 서비스를 종료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부당한 처우를 겪고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배달의민족은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잡음이 나오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워라밸'을 중시하는 기업이 아니며, 내부에서는 혹독한 수준의 업무강도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이 심심치않게 들리는 것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의 배달의민족이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소위 B급 감성의 브랜딩도 지금은 역풍을 맞는 상태다. 배달의민족 치믈리에 행사에는 동물보호단체가 난입하고 있으며, 배민신춘문예는 '미투'를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대거 몰려 난장판이 된 바 있다. 배달의민족이 작은 스타트업일 때는 무리없이 '한바탕 웃고 넘어갈' 이벤트도, 몸집이 커지니 보는 눈도 많아지며 '의외의 고통'이 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브랜딩에 강점을 가진 배달의민족이 곡민해야 할 지점이다.

▲ 배민찬이 내년 종료된다. 출처=배달의민족

딜리버리히어로와의 격전은?
배달의민족이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아직 국내 배달앱 시장은 천하통일이 아닌 명백한 3파전 구도다. 배달의민족 경쟁자는 요기요와 배달통이며, 두 서비스의 존재감은 배달의민족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실제로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이 55.7%, 요기요 33.5%, 배달통이 10.8%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은 구 알지피코리아가 서비스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두 서비스의 점유율을 더하면 43%를 넘기며, 배달의민족이 가진 55.7%의 점유율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배민천하'는 아니라는 뜻이다.

▲ 출처=프랜차이즈협회

요기요와 배달통도 최근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지난 3일 두 서비스를 운영하는 구 알지피코리아는 사명을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로 변경하며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는 독일에 본사를 둔 딜리버리히어로의 한국 자회사다. 2011년 첫 진출 후 배달통과 푸드플라이와 한 식구가 되어 푸드테크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딜리버리히어로는 현재 글로벌 40개 국가에서 28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푸드테크 산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의 존재감도 만만치않다. 출처=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는 사명 변경을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사명변경에 맞춰 사옥도 함께 이전한다.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KG타워에서 서초 마제스타시티로 사옥을 옮긴다. 신사옥은 14,880㎡ 규모로 신규 채용 확대 및 성장속도를 고려해 현재보다 3배 이상 규모를 키웠다.

최근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는 1인 가구를 겨냥한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배달 전문 음식점 '셰플리 키친'에 이어 '직화반상'까지 타진하며 전격전을 나서고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인상해 갑질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지만 1만원 이하 수수료를 없애는 등 파격전인 정책도 시작했다.

요기요는 이번 결정으로 최근 확대되고 있는 배달앱을 통한 커피, 디저트 등의 주문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강신봉 대표는 “1만원 이하 주문 수수료 폐지는 사장님들의 수수료 부담을 최소화하고 상생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요기요의 고민이 담긴 결정인만큼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입장에서 요기요와 배달통의 합동공격, 이에 따른 점유율 전쟁은 피할 수 없다. 만만한 싸움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배달의민족은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는 물론 최근 배달앱 시장을 타진하는 카카오 등과도 대결해야 한다. 경쟁자가 많아지는 한편 유례없는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할 경우 시장 전체가 요동칠 수 있다. 역시 배달의민족이 넘어야 할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