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브랜드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이와이 타쿠마·마키구치 쇼지 지음, 이수형 옮김, 다산북스 펴냄.

원제목은 ‘스토리 전략’이다. 고객을 유혹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스토리’라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브랜드만의 고유한 스토리가 개발되어야 장기적으로도 경쟁 우위를 지키고 고객을 ‘열성적인 팬’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기업들의 비즈니스모델은 모방이 쉽다. 반면 브랜드나 제품 고유의 스토리는 경쟁사가 훔치거나 베낄 수가 없다.

책에는 고객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될 수 있는, 브랜드나 제품의 강점이 담긴 심볼릭 스토리(Symbolic Story) 만드는 법이 소개된다.

저자들이 꼽은 대표적인 심볼릭 스토리는 루이비통 트렁크다.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가 1912년 4월 14일 빙산에 부딪혀 침몰했다. 수천 명이 희생됐고 모든 것이 물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승객 짐 가운데 루이비통 트렁크만이 가라앉지 않아 일부 승객은 트렁크에 매달려 버티다가 구조됐다고 전한다. 타이타닉 선체는 약 70년 뒤 북대서양 3900m 해저에서 발견됐다. 이후 일부 유물들을 건져 올렸을 때도 선실에 있던 루이비통 트렁크 속 내용물이 그대로 있었다고 한다. 물론 둘 다 진위 여부가 확실치 않은 에피소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루이비통 트렁크의 세 가지 강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루이비통은 100년 전에도 상류층(Target) 고객의 사랑을 받았으며, 높은 기술력과 품질(Quality)을 갖췄고, 트렁크는 루이비통의 상징적인 주력상품(Staple Product)이라는 것이다.

1959년 3점식 안전벨트를 발명해 차량에 처음 탑재하고 관련 특허를 무상 공개한 ‘안전의 대명사’ 볼보자동차, 팔지도 않은 타이어를 굴리며 매장에 나타난 남성에게 아무 말 없이 환불해준 ‘고객중심 서비스’의 패션백화점 노드스트롬도 유명한 심볼릭 스토리를 갖고 있다.

심볼릭 스토리는 무엇보다 재미있고 간단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그러면서도 기업이 지향하는 경영전략 방향과 합치해야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독자적인 심볼릭 스토리를 토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성숙된 시장에서도 경쟁사와 차별화될 수 있었던 기업 사례들을 살펴보자.

일본 간사이 지방에는 간사이(關西)대학 도시샤(同志社)대학 등 명문 사립대들이 여럿 있다. ‘명문’에 못 미치는 긴키 대학은 일본 내 18세 수험인구의 감소세와 맞물려 여타 중급 대학들처럼 정원미달을 우려할 상황이었다. 바로 이때 심볼릭 스토리 ‘참치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대학 부설 수산 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참치 완전양식에 성공하자 긴키대학은 2003년 교내 벤처기업을 설립해 양식 참치 판매를 시작했다. 2005년 NHK를 통해 긴키대의 참치 연구와 양식 참치 판매 프로젝트가 세상에 알려지자 긴키대 참치는 유명세를 탔다. 2013년 긴키대는 도쿄와 오사카에 대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전문 레스토랑까지 오픈했다. ‘고정관념을 부수다’라는 카피로 참치 광고 캠페인도 펼쳤다. 긴키대 경영진은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긴키대는 실용교육을 추구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길 기대했다. ‘실용교육’은 이 대학의 차별화 전략이었다. 결국 기대는 이뤄졌다. 2014년 기준 대학 지원자 수가 10만6000명에 달했다. 전국 1위였다. 새로운 사립명문의 부상이었다.

저자들은 “모든 기업은 자기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다만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기업 내에서 어떻게 상징적인 이야기를 발굴할 수 있을까. 심볼릭 스토리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창업자나 전설적인 기술자, 저명한 고객 등 인적 자원을 다룬 이야기가 있다. 시대를 선도하고 세상을 변화시킨 제품이나 놀랄 만한 기술, 서비스 등 물적 자원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적인 업무 프로세스, 운영 시스템, 기술 혁신 등을 부각한 스토리도 있다. 조직 자원을 소재로 한 것이다. 저자들은 이 같은 관점에 따라 회사의 자원들을 재검토하면 심볼릭 스토리 감을 찾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끝으로 저자들은 “심볼릭 스토리를 만들고 나서 그것을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강화시키려면 경영진이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현장 구조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유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