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로템 손상차손 및 대손충당금 <출처 : DART 전자공시>

[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현대로템의 전 사업부문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적 개선이 불투명한 가운데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압박은 상당한 수준이다. 올해 공모 조달에서도 간신히 미매각을 면했던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인사 개편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영위하고 있는 사업은 철도차량, 플랜트, 방위산업 등 크게 3부문으로 나뉜다. 모든 부문에서 특별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철도차량 부문은 부족한 채산성이 문제다. 2015년 중국 정부의 주도로 합병한 중궈중처(中國中車, CRRC)는 자국 수주를 바탕으로 세계 철도 시장의 30%를 점유할 만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과도한 입찰 경쟁이 불가피하다. 현대로템 철도차량 부문의 EBIT마진은 2016년 5.5%에서 2018년 9월 기준으로 0.7%까지 대폭 감소했다. 다만, 2016년 이후 늘어난 신규 수주 덕분에 수주잔고가 남아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플랜트 부문은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3년 외형을 키우려 EPC(설계/조달/시공)프로젝트의 수주를 늘렸다. 사업 경험이 적은 부문인 만큼 EPC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현재도 프로젝트의 공정지연 및 원가상승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사업 경험이 풍부한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의 협업을 통해 공정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이미 수주한 카타르 수처리 시설 등의 공정관리가 예정보다 지연되면서 원가부담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방산 부문은 신 전차 개발 지연에 따른 방위산업청과의 갈등이 자금 운용을 꼬이게 하고 있다. 방산 부문의 대금은 정비 이후 방위산업청과 가격 협상을 하는 것이 관례이다. 서비스를 먼저 제공하고 대금은 뒤늦게 받는 구조이다.

방위산업청은 K2 전차의 납품 지연을 이유로 현대로템에 최대 1700억원의 지연 배상금을 부과했다. 현대로템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K1 전차 정비 대가로 방위산업청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정비 대금은 597억원의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2018년 9월 현재 방산부문 관련 손상차손 및 대손충당금을 기록하고 있지 않다.

현대로템은 지난 6월 공모채 시장에서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초과수요는 100억원에 불과했고 금리 역시 밴드 상단(20bp)에서 결정됐다. 지난해 ‘부정적’ 꼬리표를 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던 셈이다. ‘경협 테마’도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

▲ 현대로템 매출액 순이익률 추이 <출처 : DART 전자공시>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규모는 2850억원에 달한다. 지난 9월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983억원이다. 자금조달이 불가피하지만 불안한 실적 전망에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국 수입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기존의 운전 자본 비용은 꾸준히 지출되기에 차입을 이용해 자금을 융통할 수밖에 없다. 이자비용의 확대와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2일 우유철 신임 대표이사 취임 등 최근 단행된 수장 교체는 실적과 재무안정성 개선의 기대요인으로 꼽힌다. 우 대표는 과거 현대로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사업구조를 잘 알 뿐만 아니라 R&D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적임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만큼 우 대표의 어깨도 무거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