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한국의 가계는 경제사회적 변환기를 맞아 투자자산을 배당·임대수익 등이 확보되는 인컴자산과 안정·수익성이 높은 해외자산에 투자비중을 확대 운용하는 자산운용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박영호 선임연구위원은 ‘은퇴리포트38호’에 게재한 ‘Next 20년’ 내 자산을 어디에 둘까(일본의 ‘과거 20년’이 주는 교훈)‘ 제하의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은 자산운용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서 ‘과거 20년’간 일본 가계가 고령화와 장기 저금리·저성장의 경제사회적 흐름을 먼저 경험하고도 자산구성 변화와 자산운용전략에 있어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미리 어려운 국면에 대처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일본의 장기 불황 고정에서의 가계 자산구성 흐름과 이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파악해 보고, 이를 반면 교사로 삼아 ‘향후 20년’ 우리나라 가계의 올바른 자산운용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보고서 작성의 목적을 밝혔다.

♦일본 자산시장 ‘3저(低) 현상’(주식·부동산·금리) 지속

버블붕괴 이후 일본의 자산가격은 고령화, 저성장, 디레버리징 과정 등 구조적 변화가 겹치면서 일본 자산시장의 ‘3저(低) 현상’(주식·부동산·금리)이 지속되었다.

주식시장은 일본 기업들의 부채 축소 몰입과 매출 성장정체로 인해 2010년대 초반까지 장기 침체 속에 잠겨 있었고. 부동산시장은 경제의 장기 저성장 추세 가운데 주식시장 보다 더 지속적이고 뚜렷한 침체를 나타냈다.

시중금리 또한 버블붕괴 후 일본의 성장동력과 기업 투자 위축으로 저금리 구조를 유발했다.

저성장, 저금리 환경이 장기적으로 고착되는 동안 주요 투자자산의 Income(배당·임대수익 등) 수익률이 금리 대비 비교우위에 놓임에 따라 Income기능 측면에서 투자자산 보유의 매력이 예금 보유의 매력을 확실하게 상회하게 되었다.

따라서 2000년대 이후 고배당주식, 배당주펀드, 부동산펀드(REITs) 등 금융투자자산과 수익형부동산의 경우, 자산가치의 상승보다는 이자 수입을 대체하는 소득을 얻기 위해서 장기간 투자하기 적합한 시장상황이 조성되었다.

♦일본 가계자산 구성, 예금·연금자산 의존, 국내 집중

일본의 가계자산은 버블붕괴 이후 2000년대 초중반까지 장기간 예금, 연금 위주의 가계자산 구성을 유지하였고 동기간 투자자산 보유는 국내자산에 집중되었다.

가계자산은 절대 저금리 상황에서도 높은 예금 비중을 유지했고 ▲매우 낮은 I인플레이션 수준 ▲저조한 주가 수익률과 큰 변동성 등이 이같은 소극적 금융자산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자산 중 연금자산 비중은 2000년대 초반까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다가2005년부터 완만하게 하락하게 되었다. 이는 2006년 초 고령사회 진입을 계기로 한 은퇴와 지출 본격화에 따른 영향이 컷던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자산 구성 변화 다양한 시도 활성화

일본 가계의 투자자산 운용은 펀드 등 간접투자를 중심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활성화 되기 시작했고 2010년대 들어 더 활발해졌다. 이는 저성장, 저금리현상이 뚜렷해진 환경 변화를 계기로 개인의 투자활성화를 위한 제도 마련 등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주식배당수익률, 부동산임대수익률 등이 정기예금 금리를 뚜렷하게 상회하면서 고배당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는 물론 배당주펀드, REITs를 비롯한 다양한 투자펀드의 금융자산 내 비중이 늘어났다. 반면 예금과 채권자산은 저금리 기조에 따라 투자매력이 약화돼 2000년대 초반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Income 투자에 초점을 맞춘 주식과 다양한 펀드상품 투자는 2000년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보다 활발하게 시도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주식형펀드, 해외자산 등 주요 투자자산이 가계총자산 및 금융자산에서 차지한 비중은 각각 10%~15% 내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었다.

가계의 해외자산 투자는 제한적인 비중을 유지하면서 2000년 초반부터 성장하기 시작했다. 엔캐리트레이드 영향과 더불어 2010년대 초반까지 해외채권 중심으로 투자가 활발하게 전개되며 가계자산 구성에 변화가 나타났다.

♦2010년 이후 한국 경제흐름 1990년대 일본 비슷

우리나라는 2010년 이후 일본의 1990년대 전후 자산버블 및 붕괴시기와 일부 유사한 경제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증거는 일본에서 80년대 이후 본격화된 ▲고령화 ▲기업의 경제성장 기여약화 ▲저성장의 장기추세 모습이 한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령화 진전 속도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며, 2020년대 중반까지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고령화를 중심으로 한 인구구조 변화는 장기적 경제성장 탄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핵심요인이 된다.

우리나라 제조업 역시 일본처럼 해외 진출 과정을 거친후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국내외 사업부문의 경제성장 기여가 모두 약화 국면으로 전환된 상태이며, 이같은 성장저하 요인들이 2011년 이후 주식시장 침체를 야기했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Next 20년’ 지향 자산운용 방안, Income 투자·해외투자 비중 확대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을 볼 때 향후 저성장과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고, 자산가치 상승을 통한 가계자산 축적이 힘들어질 것이다.

20년 전에 일본이 겪은 어려움에 직면하기 전에 우리나라 가계는 ▲선제적인 자산구성 변화를 모색하여 ▲Income 투자와 ▲해외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춰 자산운용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중국 등 핵심 수요시장의 성장둔화와 글로벌 혁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큰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를 들어 가상의 투자성과를 비교해보면 2011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 주식과 채권에 60:40으로 투자했을 때 보다 글로벌 주요 주식과 채권에 10~20%씩 분산투자했을 때 후자의 위험 대비 수익률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가올 2020년대를 전후로 50~60대의 은퇴가 본격화 될 전망인데 주요 자산이 부동산에 치중돼 있고, 금융자산 축적을 통한 은퇴준비는 일본에 비해 취약한 상태이다.

이들 은퇴세대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고 나서면 공급이 늘어나고, 동시에 부동산 수요 계층의 규모와 소득수준이 취약해 질 수 있어 부동산 가격의 장기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한국의 개별 가계는 스스로 연금과 투자를 통한 은퇴자산 보완이 필요하다.

박 연구원은 보고서 결론에서 한국 가계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금리를 대체할 안정성과 수익성이 확보되고 현금흐름이 확보되는 Income 자산에 초점을 맞춰 자산을 구성해야 한다고 하고, 동시에 장기적으로 고성장과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자산 투자 비중을 확대한 자산운용전략을 수립해 투자해야 ‘Next 20년’을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