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이 18일(현지시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 79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 80억1000만달러에 비하면 다소 저조한 성적이다. 주당 수익 전망치는 2.95달러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마이크론의 부진은 '남 일'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사이클 종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국내 반도체 업계도 마이크론의 실적 부진에 잔뜩 위축되는 분위기다.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17일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기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장비 지출액이 총 557억8000만달러를 기록, 올해와 비교해 약 7.8% 줄어들 것으로 봤다.

SEMI는 불과 3개월 전 내년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장비 지출액이 올해와 비교해 7.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의 활력을 상징하는 장비 지출액 전망이 단 3개월 만에 '플러스 7.5%'에서 '마이너스 7.8%'로 돌변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업황악화가 직격탄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SEMI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내년 메모리 반도체 설비투자 전망치는 올해와 비교해 무려 1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보고서에는 3% 증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하락세다. 13% 감소하는 낸드플래시는 물론 D램은 23%나 빠질 전망이다. 글로벌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종료될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가격 하락세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10월 기준 D램 고정거래 가격은 7.31달러로 주저앉았고 낸드플래시도 3.25달러에 머물렀다.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은 내년 상상하기 어려운 피해가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는 120억8700만달러가 예상,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할 전망이지만 올해와 비교하면 무려 34.7%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신설라인 준공을 통해 물량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 '속도조절에 돌입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공급과잉 이슈까지 겹치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과 중국도 타격은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설비투자율 기준 2.0% 감소가 유력하지만 총액은 119억5700만달러로 한국을 바짝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에서 두각을 보이는 대만은 내년 오히려 24.2% 늘어난 114억3800만달러의 설지투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위축은 피할 수 없으며,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워낙 튼튼한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업황악화에 따른 고통의 크기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