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공사가 2014년 11월 나주로 이전한 후 부지는 현재 이렇다 할 진척없이 휑한 모습이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의 신축 업무빌딩 건립이 가시화할 전망인 가운데 삼성동 일대는 기대감과 신중함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주변 상인들은 임차료 상승과 수요층 실종에서 회복할 기회로 여기는 반면, 주택가는 9.13 대책의 영향으로 여전히 조용한 관망을 이어가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 17일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조기 착공을 핵심으로 한 기업투자 활성화 방안을 밝혔다. 지난 2014년 한국전력공사가 이전하면서 남은 부지는 현대차그룹에 조 단위 가격으로 매각돼 화제를 모았다. 매각 이후 해당 부지의 비즈니스센터 건립을 두고 약 4년 가까이 부침이 있었지만 정부가 나서 지원을 약속하면서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의 통과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신사옥으로 자리 잡을 ‘GBC’ 건립 계획은 옛 한전부지 7만9342제곱미터 넓이에 향후 국내 최고(崔高) 높이인 약 569m, 105층 높이의 빌딩 1동, 35층 높이 호텔·오피스텔 1동 등 총 5개 빌딩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공언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룹 관계자는 “아직 정부의 발표가 있었을 뿐 공식 절차나 계획에 돌입한 것은 아니라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고, 현대건설 관계자 역시 “구체적인 건립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수도권정책과의 GBC 관련 담당자는 국토부의 정책 노선이 급선회했다는 일각의 지적을 부정하면서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가 요청한 인구유발효과 추가분석과 인구과밀 저감대책 보완사항이 어느 정도 완비됐다는 판단에 논의가 진척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현재 심의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아니고 19일 관련한 여타 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에 따라 본위원회에 상정될지 결정된다”고 말했다. 담당자에 따르면 해당 안건이 위원회 심의 절차에 착수한 것은 약 1년 정도로 현재까지 약 세 차례 보완요구사항 협의가 오갔고, 본 위원회에 상정되더라도 세부 저감대책을 추가로 수립할 방침이다.

담당자는 “건물이 들어섰을 때의 인구 유발, 유입의 적정성을 유지하도록 대책을 세우고, 또한 정확한 고용효과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착공 기간에 약 8만명, 준공 후 20년간 110만명 단위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실제 착공을 위해선 지난한 절차가 남아있다. 서울시 건축관리팀 관계자는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안건이 통과하면, 1년 전 건축심의를 거친 기존 계획을 일부 수정한 후 서울시에 보고해야 한다”면서 “이후에야 건축허가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다만 사업 규모가 큰 관계로 관련 부서 협의 등이 이뤄지면 약 2~3개월이 소요되고, 이후 착공 역시 규모가 큰 관계로 준비 과정에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면서 “일러도 2019년 상반기가 돼봐야 정확한 윤곽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코엑스와 GBC를 사이에 둔 영동대로는 GTX, 위례신사선 등 교통개발계획이 잡혀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삼성동 일대는 향후 GBC와 함께 영동대로 지하의 광역환승센터, GTX-A 노선과 C 노선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해당 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예비타당성을 통과한 GTX 두 노선 외에도 위례신도시에서 이어지는 위례-신사선, 기존의 2호선 삼성역, 9호선 봉은사역, KTX동북부연장선 등 총 6개의 노선이 삼성동을 경유한다. 또한 잠실역의 광역환승센터처럼 지하 환승센터를 설치해 해당 노선과 광역·지선·간선 버스를 연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처럼 각종 개발 호재로 주변 지가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이미 현대차그룹의 매입이 결정된 2014년 이후 주변 건물들의 공시지가는 평년의 급등 흐름을 가볍게 뛰어넘는 모습을 보였다. 주택뿐 아니라 장래 한전부지 사업에 대비해 주변 상업용 빌딩 투자도 활발해지면서 생긴 결과다.

▲ 국제업무빌딩 사업의 후광효과를 기대하고 투자자본이 유입되면서 한전부지 주변 업부용 건물 공시지가는 급등하는 분위기다. 출처=국토교통부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

2014년까지 2400만원대에 머물면서 최고 증가폭이 100만원에 내외를 기록한 한전부지 동편의 한 업무용 건물은 2015년 들어 단숨에 400만원이 뛰었다. 현재 이곳의 개별공시지가는 매년 300만~400만원씩 상승한 결과 3900만원에 이르고 있다.

부지 북쪽의 주거단지 역시 큰 흐름 속에서 동일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삼성1동 래미안1차 아파트의 전용면적 84㎡는 1층의 경우 2014년 5억6900만원에서 2015년 5억8000만원으로 조금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이듬해부터 4000만원 이상 상승하면서 올해 1월 7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 국제업무빌딩 사업의 여파로 지난 2년 동안 삼성동의 한 아파트 등 한전부지 주변 주택의 가격도 급등했다. 출처=국토교통부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

공인중개사들은 이후 토지·주택가격 상승을 두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미 투자 수익을 기대하고 유입된 자본이 많은 이유에서다. 또한 상업용 빌딩 공시지가가 급등하면서 상가 임차료도 뒤이어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4년 11월 한전이 나주로 이전한 후 직원 등 수요자층이 줄면서 공실도 발생했다. 아직까지 이 지역에 회복의 기미는 없었지만, GBC 준공 후 재부흥의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나지막하게 형성돼 있었다.

삼성1동 L공인중개사는 “삼성동 부동산 시장은 지난 3년 동안 매매열풍을 넘어 광풍을 보이면서 집값이 배로 뛴 곳도 수두룩하다”면서 “착공되면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테지만 아직 주택시장은 9.13 대책 이후로 아직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옛 한전부지 주변 상권은 수요층이 급감하면서 침체기를 맞고 있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같은 동 S공인중개사는 “보도를 보고 문의가 있을 줄 알았는데 세무조사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도는 등 워낙 침체된 탓에 주택매수 문의는 없다”면서 “8.2 대책 이전에 투자한 사람들이 1억~2억원씩 손해를 보면서 버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개사는 “대신 준공이 완전히 이뤄지고 상권이 재형성되면 다시 가격 변동은 있을 것”이라면서 “아직 체감은 못하고 있지만, 주택가로서는 배후수요가 생기는 상황이라 악영향은 없을 것이고, 또 교통 호재도 있기 때문에 하락장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반면 삼성2동의 M공인중개사는 “사실 이 지역 주민들이나 중개업자들은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이미 집값이나 지가는 개발 호재를 반영했기 때문에 크게 놀랄 것은 없다”고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 한전 이전 후 일반상권 뿐 아니라 봉은사 주변 사무실까지 공실이 발생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상권 문제를 담당하는 강남구청 지역발전추진반 관계자는 “상인회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상권 침체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이 주변 상권과 공생을 위해 향후 건설현장 식당을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은 약속했지만 구체적으로 상권 부흥책이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일반 상점 외에 사무실 공실 현황을 묻는 질문에 관계자는 “한전과 관련된 사업 등 일부 공실이 발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상인회 이야기로는 매출은 하락하는데 공시지가가 상승해 임대료가 많이 올랐다”면서 “착공, 준공에 따라 매출이 증가하거나 관련 산업이 입주하는 등 부흥의 요인은 있지만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