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카풀을 둘러싸고 택시업계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1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는 가운데,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전략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SK텔레콤이 5G 시대를 맞아 전통 네트워크 비즈니스는 물론 탈통신 전략을 강하게 구사하는 상태에서 그 롤모델로 시가총액으로는 비교도 되지 않는 카카오를 참고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 티맵과 누구의 콜라보가 발표되고 있다. 출처=SKT

모빌리티에 관심이 많은 SKT
SK텔레콤은 국내 통신사는 물론 네이버, 카카오와 비교해도 가장 빨리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출시한 바 있다. 이어 내비게이션 티맵과 누구의 연동을 끌어내며 인공지능 빅데이터 전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티맵x누구(T map x NUGU)가 그 성과물이다. 향상된 교통 안전성과 고객 편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기존 티맵의 음성 지원이 단순히 한 두 단어의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 검색을 지원하는 수준이었다면, `티맵x누구`는 음성만으로 내비게이션 고유의 기능은 물론 `누구`가 지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002년 네이트 드라이브 출시 후 2014년 빅데이터 기반 도착 예정시간을 제공하고 2016년 도로 위 돌발상황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을 넘어 이제 인공지능과 내비게이션이 만난 셈이다. SK텔레콤 이상호 AI사업단장은 “티맵x누구는 안전과 즐거움 두 가지 측면에서 자동차 생활이 진화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면서  “인공지능 누구를 자동차 생활뿐만 아니라 홈, 레져 등 다른 생활 영역으로 연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기점으로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전략도 탄력을 받았다. SK(주)가 추진하고 있는 카셰어링 시장 진출은 새로운 측면의 신성장 동력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SK(주)는 가입자 300만명을 돌파한 국내 카셰어링 업계 1위인 쏘카에 2016년 589억원, 지난 5월 15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풀러스 지분 20%를 매입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 P2P 카셰어링 업체 튜로에 지분투자도 했다. 황근주 PM1부문장은 “쏘카와 튜로의 운영 노하우 교류에 따른 동반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전략은 최근 티맵택시로 집중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택시 이용 자사 고객들의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말까지 티맵 택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승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출시했다. 아직 카풀은 고려하지 않으며, 무료로 플랫폼 볼륨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운전 중 고객의 호출 응답을 위해 스마트폰을 조작해야 하는 현재의 방식이 택시기사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택시기사 3만 명에게 버튼식 '콜(Call)잡이'까지 제공했다.

▲ 티맵택시가 기사들에게 제공하는 콜잡이 버튼이 보인다. 출처=SKT

최근 연말 시즌을 맞이해 카카오 카풀 논란으로 투쟁하고 있는 택시업계와의 협력도 빨라지고 있다.

SK텔레콤은 18일 서울시와 함께 연말 시민들의 심야시간대 귀가를 돕기 위해 티맵택시(T map 택시) 운영 이벤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금요일과 토요일, 월요일(21·22·24·28·29·31일, 총 6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2시간 동안 귀가 수요가 몰리는 강남역과 홍대입구역, 종각역에 300대의 티맵택시를 특별 배치해 서울 시내 거리와 목적지에 상관 없는 택시 이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이번 이벤트를 위해 운행에 나서는 300대의 택시에 대해 탑승 장소에서의 주차 편의 등 각종 행정상의 지원에 나선다. 택시기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지원금도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지영 SK텔레콤 TTS Unit장은 “이번 티맵택시 이벤트를 통해 올 연말 택시 잡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시민들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택시를 이용하시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택시 이용 편의 향상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물론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는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19에 공동부스를 마련해 모빌리티 전략 강화에도 나선다. Innovative Mobility by SK(SK의 혁신적인 모빌리티)라는 테마로 그룹의 모빌리티 기술 역량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전시 부스는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모인 노스홀에 꾸려진다.

▲ SK 3개 계열사는 내년 CES 2019에 참여한다. 출처=SK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에너지∙화학업계 최초로 CES에 참여하는 기록을 세웠다. 전기차 배터리,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배터리, 배터리의 핵심 구성요소 LiBS(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를 소개할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며 전기, 신재생 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ESS 배터리는 현재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 세계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LiBS(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도 공격적으로 전시할 예정이다.

SK텔레콤도 첫 CES 나들이에 나선다. 단일광자 라이다, HD맵업데이트 등 자율주행기술을 소개한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이와 별도로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센트럴홀 내부 공동 전시 부스에서 홀로박스와 옥수수 소셜 VR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IDQ 인수 후 양자암호통신 외에도 양자센싱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5G를 중심으로 하는 모빌리티 전략을 전개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모빌리티 기술의 강점을 메모리 반도체 솔루션으로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자율주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인포테인먼트, 텔레메틱스에 적용된 차량용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다양한 제품을 전시한다. 최근 메모리와 낸드플래시 영역에서 발 빠른 기술 진보를 끌어가는 한편, CES 2019 참가를 통해 보폭을 넓힌다는 각오다.

▲ 티맵택시가 부활하고 있다. 출처=SKT

"널 가지고 싶어"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전략은 자체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자율주행차부터 계열사별로 마련된 강력한 인프라와의 융합, 나아가 실제 모빌리티 업계 파트너와의 연동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대목은 카카오와의 교집합이다.

모빌리티에 시동을 건 두 회사의 초기 인연은 악연으로 시작됐다. 카카오는 내비게이션 스타트업인 김기사의 록앤올을 인수해 카카오내비를 완성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거진 표절 논란이다. 당시 록앤올이 티맵을 서비스하던 SK플래닛의 데이터베이스를 탈취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논란은 법적 공방으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카카오내비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협력한 장면은 SK텔레콤에게도 타격이었다. 실제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카오내비의 협력이 발표된 후 사내메일을 통해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둘러싸고 택시업계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자, SK텔레콤은 탈 카카오택시를 주장하는 택시기사들을 '포섭'하려는 시도도 보인 바 있다. 실제로 10월 서울 광화문 대규모 집회 전 벌어졌던 택시업계의 카카오 판교 앞 시위 현장에서는 SK텔레콤 티맥택시 유인물이 발견되어 눈길을 끌었다. 카카오택시를 사용하는 택시기사들에게 '티맵택시로 넘어오라'는 뜻이다. 택시업계도 SK텔레콤의 제안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ICT와 택시 서비스의 만남에 따른 시너지는 오히려 SK텔레콤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의견교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SK텔레콤의 티맵택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11월 기준 가입 택시 기사 10만명을 확보하고, 배차 성공율이 3배 이상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국 택시 기사(27만명)의 37%, 서울시(8만3000명)에선 54%(4만5000명)의 택시 기사가 티맵 택시에 가입했다.

가입 추세는 11월 초 6만5000명에서 11월24일 10만2000명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호출 건수도 앱 리뉴얼 전과 비교해 약 10배 이상 늘어나는 등 대폭 증가했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이용자 확대 추세를 바탕으로 2020년 말까지 티맵 택시 실사용자 5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결론적으로 SK텔레콤은 모빌리티 전략을 추구하며 콜택시 영역에서 카카오를 정조준, 카풀 논란으로 불거진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간극을 파고드는 중이다. 지도부터 모빌리티 전반에 이르는 많은 영역에서 SK텔레콤은 카카오의 흔적을 쫒으며, 카카오 모빌리티의 약점을 노리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서울시와 함께 승차거부 없는 택시 테스트에 돌입하는 장면도,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두고 택시업계와 힘겨루기에 나서는 현재 시작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을 준비하며 럭시를 인수한 상태에서, SK텔레콤이 럭시의 경쟁사인 풀러스의 지분을 다수 가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카카오 모빌리티의 균열을 노리는 장면을 두고 의미심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탈통진 전략을 추구하는 SK텔레콤의 많은 비전과 목표가 얄궂게도 모빌리티 외 카카오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많이 차용하기 때문이다.

음원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2005년 당시 국내 최대 음반사인 서울음반사를 인수하며 음반 시장에 진입한 바 있다. 이후 음반 시장이 음원 스트리밍 시장으로 변하며 서울음반사는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로 사명이 변경된 상태에서 SK플래닛의 자회사가 된다. 로엔의 멜론은 한 때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절반을 장악할정도로 승승장구했으나 2013년 로엔 지분 61.4%를 2972억원에 홍콩의 사모펀드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로 넘기고 말았다.

▲ 플로가 런칭됐다. 출처=SKT

그 로엔을 카카오가 인수했고, 현재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음성 인터페이스 영역에서 알뜰하게 사용하는 중이다. SK텔레콤은 최근에야 다시 음원 시장에서 반격에 나섰다. 플로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개인 취향을 분석, 추천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어뎁티브 UX(Adaptive UX)를 적용해 매일 바뀌는 홈 화면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인기 차트에서 탈피해 자신만의 음악 취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도 있다. 일각의 음원 차트 조작 가능성을 원천 배제한다는 뜻이다. 네이버뮤직에서 바이브로 브랜드를 통합하는 네이버와, 특히 SK텔레콤의 소유였던 로엔을 가져간 카카오와의 한 판 승부가 예상된다.

최근 SK텔레콤은 로밍제 개편을 선언하며 mVoIP(모바일 인터넷 전화) 시장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로밍 요금제 개편을 통해 로밍 음성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 데이터 상품 활성화에 방점을 찍는 한편  mVoIP 쪽에도 집중한 분위기다. 타 통신사의 mVoIP 가입자를 끌어온다면 로밍 음성 매출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라이벌은 mVoIP를 주로 사용하는 타 통신사 고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카카오의 보이스톡 수요도 끌어오려는 전략도 수립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