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카풀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10일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던 택시기사 최 모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응집력이 강해진 택시업계는 오는 20일 10만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시위를 통해 무조건 카카오 카풀을 막아낸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사립유치원 논란으로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과 택시업계를 비교하며 "택시업계가 한유총보다 더 심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택시업계와 한유총은 각각 형편없는 택시 서비스, 사립유치원 회계 논란에 휘말리며 지탄을 받았던 공통점이 있으나 한유총은 최근 일부 몸을 낮추며 사과 메시지를 조금씩 보내는 중이다. 그 진정성에 대한 상황판단과는 별도로, 택시업계는 후안무치의 끝만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택시기사 최모씨의 분향소 인근에 카카오 카풀 반대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무조건 반대, 반대..."지친다"
택시업계는 단 하나의 목표. 카카오 카풀 반대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택시기사 월급제 등 기사 처우개선에 대한 다소 무리한 정책까지 언급되고 있으나 택시업계는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시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10일 숨진 택시기사 최모씨의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한 시민은 "택시기사의 죽음은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분향소 앞은 지하철 입구이기도 한데 '선봉대'라는 조끼를 입은 택시기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워대는 모습이나, 여전히 난폭운전을 하는 택시기사들이 많다는 점 등 시민의 입장에서는 선뜻 택시기사들과 함께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카오 카풀 자체에 대한 논란에 집중하면, 택시업계의 문제를 더 확실하게 짚어낼 수 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최초 교통질서 교란이라는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교통질서 교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객관적인 데이터도 없고, 오히려 택시업계의 낮은 서비스를 지적하는 목소리만 커졌다. 실제로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일부터 16일까지 서울에서 택시 무질서 행위로 1975건이 적발됐다. 택시가 도로교통법을 어긴 건수는 1662건에 달했고 승차거부도 105건에 이르렀다.

택시업계는 ICT 발전에 따른 모빌리티 전략을 자체적으로 가동, 이 과정에서 다양한 지적사항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카오가 굳이 카풀을 통해 ICT 혁신을 택시업계에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택시 서비스의 고질적인 난맥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상당히 오랫동안 있었고, 지금까지 택시업계가 큰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카카오 카풀 반대를 외치는 택시업계가 일종의 역풍을 만나자 꺼내든 카드는 생존권 보장이다. 그러나 카카오 카풀이 택시업계를 고사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평가다. 하루에 2회 운행되는 카카오 카풀이 택시업계의 존립을 흔든다면, 이 정도의 미풍에 흔들리는 택시업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 된다. 이 마저도 택시업계가 정부여당이 제시한 처우개선 방안을 거부하면서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택시업계의 카카오 카풀 반대 주장의 행간에 '택시기사 처우개선은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 택시업계의 지난 10월 대규모 파업 현장이 보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진심으로 상생나서야"
카카오 카풀 논란을 두고 논란이 깊어지는 가운데, 상생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택시업계가 카풀 논란에서 소위 묻지마 강경투쟁에만 나서고 있으나, 이들이 사라져야할 적폐는 아닌데다 그들의 주장에도 일견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의 온디맨드 플랫폼에 대한 ICT 산업적, 노동구조적 측면에서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 많다. 택시업계의 일부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상생의 탈출구를 찾으려면 택시업계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진정한 의미의 화합을 추구해야 한다. 이런 행보가 현실이 되려면 택시업계는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하고 나아가 진심으로 ICT 융합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