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있는 세계 최대의 공장을 더 확장하고 있으며, 엔진 공장을 추가로 더 세울 것을 검토하고 있다.    출처= AutoNew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의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보다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지만, 미국 자동차 산업은 엄청난 격변의 중심에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현재의 상황(판매 증가)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선 그들은 너무 많은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인들이 더 이상 원하지 않는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그것이 GM이 미국 공장 4개를 폐쇄하고 포드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 자동차 공장은 판매할 수 있는 양보다 300만대나 더 많은 승용차, SUV, 트럭을 만들 수 있는 공장 시설을 가지고 있다. CNN이 12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 산업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상세 보도했다.

자동차 공장 건설 붐

과잉 생산능력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지난 30년 동안 새 자동차 공장 건설 붐을 유발한 것이다.

현재 외국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에 19개의 자동차 조립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볼보(Volvo)는 올해 초에 공장 문을 열었고, 토요타(Toyota)와 마즈다(Mazda)는 합작으로 앨라바마(Alabama) 공장을 짓고 있다. BMW는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에 있는 세계 최대의 공장을 더 확장하고 있으며, 엔진 공장을 추가로 더 세울 것을 검토하고 있다.

외국 자동차 회사들의 미국 공장은 이들의 미국 고객에 대한 선적 비용과 배송 시간을 줄여 주었다. 또 환율 변동의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실제로 외국 자동차 회사들의 미국 공장은 그들이 지난 30년 동안 미국 시장 점유율을 두 배로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절반 이상이 외국 자동차 회사들의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차들이다.

외국 자동차 회사들의 이 같은 미국 시장 점유율 증가는 결국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희생을 가져왔다. 1988년 토요타가 켄터키 공장의 문을 열면서 자동차 공장 건설 붐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3사는 미국 시장의 74%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늘날 이 세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44%로 떨어졌다.

GM의 12개 조립라인 중 절반이 손익분기점이라 할 수 있는 80% 미만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연구 센터(Center for Auto Research)의 산업·노동·경제 담당 부사장 크리스틴 드지크젝은 “미국의 자동차 3사 모두 유휴설비를 가지고 있다. GM이 가장 많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SUV 차량의 갑작스러운 인기

고객의 취향 변화도 공급 과잉에 일조한 측면이 있다.

자동차 구매자의 선호도가 승용차에서 SUV나 트럭으로 갑자기 선회하면서 승용차를 만들던 설비가 남아돌게 되었고 SUV 공장만 풀가동되고 있다.

일부 자동차 공장은 승용차 라인을 SUV 또는 트럭 생산라인으로 변경했다. 포드는 포드 포커스(Ford Focus)를 만들던 공장을 뉴 레인저(New Ranger) 픽업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다. 포드는 또 가동률이 낮은 몇 개 공장의 일자리 1150개를 줄이고 이들을 SUV를 만드는 공장으로 옮기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지프 체로키(Jeep Cheorokee)를 만들기 위해 디트로이트에 폐쇄된 엔진 공장을 다시 열 계획이다.

하지만 공장을 승용차 라인에서 트럭 라인으로 개조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다. SUV의 인기로 수요가 증가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동차 생산 공장의 유휴 시설을 모두 가동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 이유로 GM이 공장을 폐쇄할 계획을 내놓고 포드가 승용차를 만드는 공장에서 교대 근무조와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은 GM이 미국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하자 국가가 GM에게 해 준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며 GM을 비난했다.   출처= WNDU

자동차 판매의 감소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면서 판매가 3분의 2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이제 예전처럼 차를 많이 구입하지 않는다.

미국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5% 하락했다. 올해 9월까지의 판매는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2016년 만은 못하다.

글로벌 자동차산업 시장조사기관인 LMC 오토모티브(LMC Automotive)의 제프 슈스터 애널리스트는 “2016년까지는 모든 회사가 성장하면서 공장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고 모든 공장이 풀가동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공장들을 철수하기 시작했고 조금이라도 더 긴축하려고 노력한다. 승용차 공장을 크로스오버와 SUV로 개조하다가 결국에는 GM 같이 폐쇄 절차를 밟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내년에 경제가 침체되기 시작하면, 자동차 판매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수입 자동차 문제

또 다른 문제는 수입 자동차 시장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의원들은 GM이 미국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하자 재빠르게 유럽, 아시아, 그리고 멕시코의 미국 자동차 회사로부터의 자동차 수입 때문이라며 이들을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 수입이 미국 자동차 공장들의 경쟁의 원인이긴 하지만, 그것이 가장 큰 원인은 아니다.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절반 이상은 미국에서 생산된다.

외국 자동차 회사들은 지난해 미국에서 총 520만대의 자동차를 만들었다. 이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멕시코와 캐나다의 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한 자동차보다 100만대 더 많은 수치며,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의 거의 두 배, 유럽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의 4배 이상이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수입되는 대부분의 차들은 SUV가 아닌 승용차 모델들이다. 따라서 미국인들이 승용차 구매 감소는 해외로부터의 자동차 수입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