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한화시스템 재무구조가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악화됐다. 실적 부진을 겪은 모회사에 대규모 배당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단기차입금 등이 대폭 늘어난 탓이다. 내년 국방예산 증가에 따른 매출액 신장이 예상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184.4%로 전년대비 크게 급증했다. 모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구 한화테크윈)에 배당금(972억원) 지급을 위해 단기차입금과 사채 등을 크게 늘린 탓이다. 한화테크윈은 시큐리티 부문 및 엔진부문 실적 저하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5% 감소하는 등 상당한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한화시스템의 배당 규모는 이익잉여금 누적분이나 전년도 배당액에 비해 크다. 이익잉여금은 2014년 1068억원, 2015년 1193억원, 2016년 1323억원이었다. 반면, 지급 배당금은 2014년 96억, 2015년 108억, 2016년은 50억원에 불과했다. 전년에 비하면 무려 약 20배가 상승한 것이다.

▲ 한화시스템 이익잉여금 및 배당금. 출처=DART

게다가 한화시스템이 올해 8월 초 그룹 계열사인 한화S&C를 흡수합병하면서 순차입금은 6년만에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보유 현금보다 빚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현재 단기(1년 내) 요구 현금은 단기성차입금 621억원과 내년 자본적지출(CAPEX) 예상금액 약 560억원이 있다.

최근 정부는 내년 국방예산을 8.2% 늘린 46조6971억원으로 책정했다. 한화시스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방예산 증가폭은 지난 2008년(8.8%) 이후 최고치다. 여기에 무기 구입 및 제반 개발비용 등을 의미하는 방위력개선비는 10년 내 최고 비율인 13.7% 증가한 15조3733억원으로 확정됐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전략기술 개발 및 개선비용은 지난해보다 11.3% 증가한 3조2306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8월 한화S&C와의 합병을 통해 방산전자산업과 ICT 기술의 시너지를 통한 매출 신장을 노리고 있는 한화시스템으로서는 매우 긍정적인 소식인 셈이다.

한화시스템의 합병은 공정위의 지속적인 압박에 따라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낮춰 내부거래 등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의 의미로 보인다. 그러나 한화시스템이 현재 국내 수위급 방산전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S&C는 그룹 내 주요 산업인 방산, 금융 등 시스템통합(SI) 사업으로 축적한 ICT 노하우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합병 효과가 기대된다.

물론 방산업 경쟁은 치열하다. 지난 2009년 이후 일종의 독점 제도가 폐지되면서 본격 경쟁체제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완성장비를 다루는 일명 ‘전문화 업체’, 부품을 다루는 ‘계열화 업체’를 지정하고 사실상의 독점권을 보장해줬던 기존 정책을 폐지한 것이다. 

그러나 방산업은 높은 자원 및 기술 집약도 등 사업특성으로 대체로 진입장벽이 높아 일부 수위업체들의 위치는 흔들림이 적었다. 한화시스템도 그 중 하나다.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국방예산 증가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한화시스템 방산부문(한화시스템)과 시스템통합부문(한화S&C) 지속적인 실적 개선도 향후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더한다. 

한화시스템 매출액은 지난 2013년 6176억원에서 지난해 8586억원으로 대폭 올랐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좋아졌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2013년 506억원에서 지난해 718억원으로 상승했다. 신규수주도 꾸준히 있어 최근 몇 년동안 매출액 2배가량의 수주잔고를 유지해왔다. 올해 3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1조8385억원을 기록 중이다. 

▲ 한화시스템 매출액 및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올해 3분기 매출액은 합병에 따라 지난 8월까지의 실적분만을 더한 것이다. 출처=DART, 한국신용평가

한화시스템은 지난 5일 한국항공우주산업과 군사용 정찰위성 관련 탑재체 등에 대한 2796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1일에는 800억원 규모의 국방시스템통합(SI)프로젝트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 성능 개량사업을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수주했다.

한화S&C부문 실적은 외형 감소 등에 따라 매출액 감소가 있었지만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오히려 증가, 지난 2013년 349억원에서 지난해 605억원으로 늘었다.

강교진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자주국방 역량 강화 및 첨단무기 비중 확대 필요성을 감안할 때 향후 양호한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라면서 “SI부문은 업계 선두권에 비해 대외 프로젝트 수주 실적은 적은 편이나 계열 매출비중이 약 80%이므로 우수한 사업안정성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지난 2017년 대규모 배당금 지급 등으로 재무적 여력은 과거 대비 축소된 상태"라면서 “그러나 올해 3분기 기준 유동성 1067억원과 향후 1년 내 1000억원 이상의 영업현금 창출 능력을 고려하면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과 자본적지출 자금소요 등의 대응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