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전자가 17일 경남 창원시 소재 창원R&D센터에서 H&A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 건국대학교 민상기 총장, 세계김치연구소 하재호 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식품과학연구소’를 개소한 사실이 18일 확인됐다. 물과 공기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최근 스마트 키친 전략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드롭 등 다양한 파트너와 손을 잡는 광폭행보도 벌어지고 있다.

본질에 다가서려는 LG전자의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궁극적인 목표가 결국 ‘가전제품 팔기’에만 매몰되는 장면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ICT 기업들도 자사 제품이나 솔루션 판매를 위해 본질에 집중하고 있지만, 대단위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전략을 구사하며 종합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쪽에 더 집중한다. LG전자의 최근 행보가 2% 아쉽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문을 연 식품과학연구소는 식품, 김치, 요리 각 분야의 전문역량을 보유한 LG전자 연구원들이 상주한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건국대 등의 국내 교수진과 농촌진흥청, 세계김치연구소, 한국식품연구원 등 정부기관 및 연구소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자문단과 협력하며 다양한 ‘주방가전’에 노하우를 녹여낸다는 설명이다.

본질을 추구하려는 LG전자의 행보에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월 정수기의 위생과 수질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물과학연구소’를, 10월에는 차세대 공기청정 핵심기술을 전담하는 ‘공기과학연구소’를 개설한 바 있다.

▲ LG전자 식품과학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출처=LG전자

문제는 모든 대단위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제품 판매에만 방점이 찍힌 대목이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생명과학을 연구하고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이유는 알파벳 생태계의 강화에 목적이 있지만, 큰 틀에서 인류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비전도 깔렸다. 이러한 시대정신이 반영이 되면 더욱 강력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LG전자는 유독 이 부분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모바일AP도 퀄컴에 100% 기대고 인공지능 전략도 자체 플랫폼이 있다지만 대부분 구글과 아마존에 의존한다. 결국 ICT 초연결 시대에서 제조업 하청업체에만 만족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식품과학연구소도 LG전자의 제품을 돋보이게 만드는 점에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 자체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제조의 영역’에만 빠져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나아가 본질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에 대한 접근을 ‘제품 팔아먹기’에만 활용한다면 명확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