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태 화백(崔禮泰, CHOI YE TAE)의 2003년에 제작된 누드 군상은 이전과는 완연히 다른 해석으로 누드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포즈라든지 구성 자체야 그리 새로운 맛이 없다. 하지만 여체를 붉은 색과 푸른색을 대비시킨 극적인 색채배열방식은 상식을 뛰어 넘는 파격이다.

 

마치 연극에서 인위적인 조명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듯 강렬한 색채대비는 시각적인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런 놀라운 시각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조형적인 새로움은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신비이자 강력한 설득력이다. 상식을 뛰어넘고도 그림으로서의 멋과 격조를 전혀 해치치 않는다.

 

여기에서 이처럼 청적의 극적인 대비가 결코 부자연스럽지 않게 보이는 것은 검은색과 녹색이 배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강렬한 색채대비를 배경을 이루고 있는 이 두 가지 색채가 거뜬히 받아내는 것이다. 검은색은 원색의 제안을 어떠한 형태로든지 무리 없이 소화시키는 친화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되고 있다.

 

최예태 작가(ARTIST CHOI YE TAE,최예태 작가,최예태 화백,崔禮泰)의 누드화처럼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누드화가 기억의 공간에서 좀처럼 찾아낼 수 없다. 창작의 묘미란 이런 것이다. 색채를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이처럼 의식을 전환케 하는 전혀 새로운 색채이미지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독특한 색채배열만으로도 개별성은 충분하다.

△글=신항섭(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