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최근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겨냥한 서비스를 시작해 눈길을 끈다. 기업의 크기와는 별도로 ICT 플랫폼 전략적 측면에서 국내 대표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통신사인 SK텔레콤이 제대로 된 반격에 나설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갤럭시노트9에 RCS가 적용된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RCS..."조인과는 다르다 조인과는"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내 RCS(Rich Communication Suite) 기능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기술 기업인 '뉴넷 캐나다(NewNet Canada)'를 인수한 바 있다. 뉴넷 캐나다는 2009년 뉴페이스 테크놀로지(NewPace Technologies)로 설립되었으며 이후 2014년 미국의 뉴넷 테크놀로지에 인수됐다.

RCS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만든 통합 메신저 규격으로 별도의 가입절차 없이 기존 단순 메시지(SMS) 전송 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고해상도 사진 전송, 그룹 채팅 등이 가능하다. 더불어 RCS 기술을 채용한 이동통신사업자간 연동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통신사와 공동으로 RCS 역량을 키워왔으며 초기 테스트 베드는 갤럭시노트9이 될 전망이다. 단체 메시지가 가능해지고 전송이 가능한 멀티미디어 용량 크기가 커질 전망이다. 카카오톡과 비슷한 모바일 메신저 기능이 대부분 구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RCS는 제조사나 통신사의 전유물은 아니다. 실제로 RCS는 국태 통신3사가 의욕적으로 키운 바 있다. 조인은 2012년말 통신사들이 카카오톡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모바일 메신저다. 네트워크 사업자의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되며 상당한 관심을 끌었으나 2015년 결국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았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의 등장으로 굳어버린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을 통해 구현될 RCS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총반격이자 통신사와의 협력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나아가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 강자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별도의 앱 설치도 없을 것으로 보여 간소한 사용자 경험도 보장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9를 통해 증강현실 이모지를 킬러 콘텐츠로 내세웠으나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에 철저히 밀린 뼈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RCS 도입으로 새로운 반격의 발판을 만들 수 있을 지 시선이 집중된다. 나아가 간편결제 등 다양한 ICT 서비스를 5G를 전제로 한 기술력으로 어떻게 RCS와 연결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 갤럭시노트9의 증강현실 이모지가 보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SK텔레콤 "mVoIP 수요 가져온다"
삼성전자가 RCS를 통해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의 핵심을 노렸다면, SK텔레콤은 로밍 요금제 개편을 통해 음성 매출 일부를 포기하면서 mVoIP(모바일 인터넷 전화) 시장 강화에 나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외에 체류하며 카카오의 보이스톡을 사용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피아식별은 더욱 선명해진다.

SK텔레콤은 17일 해외 음성로밍 통화 무료 시대를 열며 해외 음성망을 이용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음성 통화로의 혁신을 꾀한다고 발표했다. 데이터로밍 요금제만 가입하면, T전화로 해외에서 한국에 있는 상대방과 무료로 통화할 수 있으며 고객이 제공 데이터를 부담없이 쓸 수 있도록 통화에 사용되는 데이터 이용량을 차감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로밍고객은 해외에서 한국으로 발신하는 통화와 한국에서 걸려온 통화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로밍고객이 T전화만 이용하면 통화 상대방의 가입 통신사도 상관없으며 상대방은 T전화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해외에서 한국간 음성통화는 물론, 고객이 현지에서 현지로 발신하는 통화요금도 무료다. 올해 데이터로밍 요금제 이용은 전년 대비 22% 증가해 로밍 고객 10명 중 7명이 데이터로밍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SKT가 로밍 요금제 개편을 단행했다. 출처=SKT

SK텔레콤은 로밍 요금제 개편을 통해 로밍 음성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 데이터 상품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타 통신사의 mVoIP 가입자를 끌어온다면 로밍 음성 매출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다. 당장의 라이벌은 mVoIP를 주로 사용하는 타 통신사 고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카카오의 보이스톡 수요도 끌어오려는 전략도 수립된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 메신저앱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보이스톡은 간단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강점이지만 지연시간이 길다는 약점이 있다. 이 대목에서 SK텔레콤은 T전화 플랫폼 기반으로 해외 데이터 망과 국내 음성 망을 연동하는 기술 방식을 제공해 통화 연결 시간도 평균 5초에서 1초 이내로 80% 이상 단축됐고 음성통화 품질, 통화중 음성 전달 속도가 기존 로밍 대비 평균 20%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금전적 부담도 덜어준다. 보이스톡과 같은 기존 mVoIP서비스가 고객 데이터로밍 요금제에서 데이터 제공량이 차감되는 반면, T전화 기반 통화는 데이터가 차감되지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유영상 MNO사업부장은 “이번 로밍 혁신으로 고객들이 로밍 음성통화요금 부담을 완전히 덜면서 고품질의 음성통화를 이용할 수 있게 돼 해외 로밍 이용시 최고의 혜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SK텔레콤은 내년에도 서비스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 방안을 지속적으로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