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뱅크오브어메리카(BOA)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의 72%는 주택 소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WP)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새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밀레니얼들은 결혼과 아이를 갖는 것보다 주택 소유를 더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뱅크오브어메리카의 연구원은 2018년 주택구매 인사이트 보고서(Homebuyer Insights Report)에서 "미국의 밀레니얼들이 결혼을 포함한 거의 모든 주요 이정표보다 주택 소유를 더 중요한 목표로 생각함으로써 삶의 우선 순위를 재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은퇴 이후의 삶이 벌써부터 가장 높은 우선 순위에 오른 것이다.

조사에 응한 응답자의 80%는 은퇴 이후의 삶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고, 72%는 주택 소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으며, 61%는 여행이, 결혼과 자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응답은 50%와 44%에 불과했다.

분명히 사랑과 결혼이 우선 순위 목록에서 완전히 빠진 것은 아니지만, 밀레니얼들이 주택 소유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월 3500만 건의 조회수를 을 자랑하는 미국 최대 데이트 사이트인 맷치닷컴(Match.com)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입증되었다. 이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집을 처음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배우자나 파트너와 함께(돈을 합해) 집을 사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고, 굳이 결혼할 때까지 주택 구입을 미루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월간 조회수가 1억 88000만 건이 넘는 미국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 질로우의 조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주택 시장에 문의한 결과, 전국의 부동산 중개인들도 상당수의 젊은 독신 구매자들의 주택 시장 진입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동의했다.

오레곤주 포틀랜드의 부동산 중개회사 쿠퍼 리얼티(Cooper Realty)에서 중개인으로 일하고 있는 인 레이첼 번하드트는 "나 자신도 밀레니얼 세대여서 주로 밀레미얼 고객들을 맡고 있는데, 아마도 내 밀레니엄 고객들 중 최소 50% 이상은 결혼하기 전에 집을 샀다."고 말했다.

아이오와주 앙키니(Ankeny)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제니퍼 브라운은 "내 아이들도 밀레니얼 세대인데, 약혼하기 오래 전부터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니얼들이 자신의 배우자나 파트너와 함께 미리부터 집을 구하려고 주택 시장에 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임차 비용(월세) 때문이다. 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월세가 매년 또는 2년마다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들 중 거의 절반은 이미 그들 수입의 30%이상을 매달 임대료로 지불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오르는 것도 개인 구매자들이 주택 시장에 진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이 증가함에 따라, 매월 상환금이 증가하면서 임대에 비해 집을 사는 것의 매력이 더 줄어든 것이다. 집세와 담보 대출금 상환금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집을 처음 사려는 구매자들은 그나마 그런 매력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집을 사기 위해 주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주택 구입자들은 집을 구입할 때 그 곳에 정착하려는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밀레니엄의 주택 소유자는 "결혼과 가족 부양이 매우 중요하다. 젊은 가족을 위해 공간이 작은 집을 골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을 사는 것은, 특히 비싼 지역에 첫 집을 살 계획이라면, 이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기업 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AEI)의 주택시장 및 금융센터가 최근 내놓은 연구는 주택을 처음 사려는 구매자들이 집을 비교적 싸게 살 수 있는 지역을 소개하면서 "생애 첫 집을 얼마나 쉽게 살 수 있느냐는 소득이 얼마인가 보다는 어느 지역에서 집을 살 것인가와 더 관련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는 미국 50대 대도시 지역의 소득 대비 평균 집값 비율을 비교했는데, 대개 처음 집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가구 소득의 3.3배를 주택 구입에 사용했다.

가장 저렴한 장소로는 피츠버그,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세인트루이스, 디트로이트, 밀워키, 오클라호마, 휴스턴, 인디애나폴리스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츠버그의 경우, 처음 집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집을 사기 위해 쓴 비용은 연 소득의 2.3배였다. 가장 비싼 도시는 산호세,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덴버, 솔트레이크시티, 시애틀, 오레곤주의 포트랜드 등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산호세의 경우, 처음 집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집을 사기 위해서는 연 소득의 5배나 되는 돈이 필요했다.

워싱턴 D.C.와 뉴욕시도 비싼 도시들에 속했지만 워싱턴 D.C.가 뉴욕시보다는 좀 비쌌다. 워싱턴의 경우 주택 구입을 위해 연간 소득의 3.8배를 지출한 반면, 뉴욕에서는 3.6배를 쓴 걸로 나타났다.

AEI는 결론에서, 가격이 저렴한 지역의 가격은 거의 변동이 없는데 반해, 비싼 지역에서의 상황이 더 나빠졌다(집값이 올랐다)고 말했다.

밀레니얼들에게 학자금 대출금 상환 또한 주택 소유에 큰 장애물이다. 주택담보 대출을 제공하는 기관들은 대출자들의 대출을 승인하면서 부채 비율을 고려하는데, 여기에는 대출자의 학자금 대출도 포함된다.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을수록 당연히 대출 한도도 줄어든다.

학자금 대출이 주택을 소유하는데 장애가 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미국의 젊은이들은 그들의 인생 목표의 우선 순위를 (주택 소유 우선으로) 재편하고 있다. 재정적으로 안정되는 것이 그들의 마음에서 다른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