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끝자락에 서서 돌아봅니다.

올 한 해 나는 무엇을 했나?

더 성숙해지고,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되었는가?

그러나 턱없어 보입니다.

최근 지하철에서 느낀 마음입니다.

남극의 펭귄이 혹독한 겨울을 날 때 서로들 밀착해서 한기를 이겨내는 모습을

감동하며 본 적이 있는데, 우리 지하철 모습이 본의 아니게 대충 그런 모습이더군요.

그렇게 빽빽한 지하철에서 이해가 잘 안 되는 모습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그렇게 혼잡한데,

왜 굳이 옆 칸으로 가려고 그 많은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는지요?

어떤 때는 무슨 공격 목표라도 되듯이 ‘5-3을 향해’라고 말하며

일단의 사람들이 무리지어 이동합니다.

가까스로 서있는 형편인데 그들이 우루루 지나가면 여기 저기서 비명이 터집니다.

또 있습니다. 백팩을 맨 사람들의 좌충우돌입니다.

지하철 내에서 이동하며 뒤에 맨 백팩으로 사람들을 이리 치고, 저리 치고 할 때,

특히 건장한 친구의 백팩이 내 눈 앞에서 움직여 조심해야 할 때, 참 야속합니다.

지하철을 잘못 탔나하며,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우리도 미국 뉴욕시처럼 지하철에서 옆 칸으로 이동하는 것을

금지하면 어떨까요? 이를 어기면 뉴욕시는 벌금 75달러를 부과한답니다.

객차 내 승객의 안전과 상호 편의를 위한 규정이라 하네요.

벌금이 해결책이 될까요?

또 백팩으로 사람들을 치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한 가지 해법이 떠오릅니다.

인사동에 골동품 가게가 있습니다.

전시장에는 개당 수천만원하는 문화재급 도자기도 있고,

수백만원 하는 그릇, 조각, 인형, 그림 등 소품들이 빼곡이 있습니다.

입구에 안내문(?) 하나만 달랑 있고, 한 사람만 지키고 있습니다.

안내문은 아이들을 대동한 손님과 백팩을 맨 손님들께서는 주의를 해달라며,

파손시 개인 변상임을 양해해달라는 내용입니다.

별 생각 없이 아이들 데리고 들어왔던 사람들이 황급히 아이 손을 잡는 모습이며,

백팩을 맸던 분들이 그걸 슬며시 내려 앞으로 조심스레 매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우리도 백팩으로 사람들 치면 청구서를 내밀까요?

독하게 추워진 날씨에 날선 나를 보며 실소하게 됩니다.

여전히 자신을 바꾸는 공부가 필요함을 절감 합니다

‘너그러움, 여유, 온전히 사랑하기, 진실하기, 자연에 가까워지기 ..’

나이 듦에 어울리는 말이지 싶습니다.

여기에 ‘헐거움’을 보태봅니다.

이번 겨울에 유례없는 한파가 찾아온다는데,

이렇게 되어야 나와 주변이 좀 더 따듯해지지 않을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