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 제품 삼대장 램시마, 허쥬마, 트룩시마. 출처=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3개 제품인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허가 승인에 모두 성공한 가운데, 미국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주목된다.

제약바이오산업의 메이저리그 ‘미국’…3제품 시장규모만 14조원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 FDA로부터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에서 셀트리오의 제품 중 세 번째로 허가를 받은 것이다. 셀트리온이 미 FDA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은 제품은 총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로 3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3개 제품의 미국 허가는 ‘글로벌 톱 제약바이오 기업으로서의 성장’이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셀트리온이 반드시 성취해야 했던 목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세계 제약바이오시장 매출의 약 5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이에 더해 글로벌 최고 규제기관인 FDA로부터의 허가는 곧 최고 수준의 의약품 개발과 생산 기술력, 품질에 대한 신뢰를 뜻한다. 미국 시장에서의 의약품 허가와 판매 결과는 곧 글로벌 제약바이오시장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허쥬마의 미국 허가는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입지를 더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각 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램시마, 허쥬마, 트룩시마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오리지네이터)인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레미케이드’와 빅 파마 로슈(Roche)의 ‘허셉틴’, ‘리툭산(맙테라)’의 글로벌 매출은 약 24조원 규모다. 이 중에서 미국 매출만 약 14조원에 이른다.

▲ 미국 FDA가 허가한 바이오시밀러 목록표. 출처=각 제약사

FDA가 허가한 바이오시밀러는 총 16개 제품으로 이 중 세 개 제품이 셀트리온이 개발한 것이다. 셀트리온은 3개 제품 허가를 통해 해마다 수십 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격전지인 미국에서 본격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미국서 제품 시너지 낼 수 있을까

미국에서의 의약품 유통 경쟁은 미 정부가 ‘바이오시밀러 액션 플랜(BAP)’을 발표하는 등 시장경쟁 유도 정책 기조에 따라 더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고가 오리지네이터와 유사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바이오시밀러는 미국 정부의 바이오의약품 정책에 부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보다 한발 앞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의료계 교육과 우선 처방 권고 등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장려책을 펼친 유럽 국가들은 정부의 재정을 절감하고 환자 혜택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뒀다.

올해 7월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해와 올해 고가 오리지네이터를 바이오시밀러 등 가격 경쟁력이 있는 대체 의약품으로 전환해 연간 약 4700억원의 의료 재정을 절감했다.

▲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올해 7월 바이오시밀러 장려 정책인 '바이오시밀러 액션 플랜(BAP)'을 발표했다. 출처=미국 식품의약국(FDA)

셀트리온은 시장에 첫 진출하는 바이오시밀러 ‘퍼스트 무버’ 효과를 봤다. 유럽에서 출시된 셀트리온 3개 바이오시밀러는 순항 중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분석을 기준으로 첫 제품 램시마는 올해 유럽 시장 점유율 54%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트룩시마는 시장점유율 32%를 나타냈다. 올해 5월 출시한 허쥬마는 프랑스 등에서 입찰 수주에 성공하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3개 제품의 성공은 유럽의 바이오시밀러 장려정책과 더불어 바이오시밀러 퍼스트무버로서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마케팅을 담당하는 관계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축적한 유통, 판매 노하우와 임상 데이터를 통한 의료계의 신뢰 등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측은 미국에서 글로벌 제약사 테바(Teva)와 화이자(Pfizer) 등 파트너사와의 협력에 기반을 두고 항체 바이오시밀러 퍼스트무버로 확보한 브랜드 파워와 입지를 바탕으로 유사한 성장 트랙을 밟아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북미 판매를 담당하게 될 테바의 항암 네트워크가 성공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바는 혈액암 치료제인 트리세녹스(Trisenox), 벤데카(Bendeka), 트린다(Treanda) 등의 의약품을 유통하면서 미국 항암제 시장에서 판매 역량과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둘러싼 최근의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반독점 소송 경과에서도 미국 정부의 바이오시밀러 시장 개방 정책에 따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병원이 의약품을 구매할 때 보험사로부터 일정 마진인 리베이트를 지급받을 수 있다. 바이오의약품과 같은 고가의 의약품일수록 리베이트 금액 규모가 크다. 미국에서 램시마를 판매하는 화이자는 지난해 9월 오리지네이터를 판매하는 J&J에 리베이트와 관련, 불공정 경쟁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J&J는 미국에서 병원에 리베이트 철회 경고와 바이오시밀러 교체 거부에 따른 혜택을 부여하는 등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를 견제하는 활동을 해왔다.

반독점 소송 제기 당시 더글라스 랭클러(Douglas M. Lankler) 화이자 수석 부사장은 “J&J가 하는 일련의 행동은 바이오의약품 약가 경쟁과 혁신법(BPCIA)과 미국의 독점금지법 정신에 반하는 행위”라면서 “우리는 환자들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치료법을 통해 혜택을 보고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 소송을 제기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기업 경쟁을 유도해 약가를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BPCIA(Biologics Price Competition and Innovation Act)와 독점금지법을 발표한 것인데, J&J가 이러한 정책 기조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J&J는 이에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 소송 각하를 요청했으나,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은 “J&J가 보험사와 공급자에 환급을 철회하겠다고 위협했으며, 효과적으로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의 가격을 부풀렸다”면서 요청을 기각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에서 경쟁 유도를 위한 변화 등은 바이오시밀러 기업에는 긍정적 신호로 여겨진다. 장기적으로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시장 점유율 확대와 순조로운 시장 진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추후 소송결과에 따라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 점유율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와 의료계 바이오시밀러 기대 높아…허쥬마 순항?

미국 의료계에서 항암제는 다른 질환에 비해 약가가 높아 논란이 지속됐다. 미 정부가 BAP 등 바이오시밀러를 장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에서 유방암 환자가 셀트리온이 개발한 허쥬마의 오리지네이터 허셉틴으로 치료를 받으면 연간 약 8만달러(약 9076만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암학회(ASCO)에서는 항암제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환자들이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암 환자는 다른 질환 환자에 비해 파산할 확률이 2배 이상으로 높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서는 연간 7000만원에 이르는 허셉틴의 비싼 약가로 유럽 보건당국과 기업 사이에 마찰이 일기도 했다. 당시 영국에서 의약품 보험급여 여부 논란이 이어지던 중 허셉틴의 투여를 기다리던 환자가 사망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미 정부는 높은 약가에 따르는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미 정부는 2009년 BPCIA에 이어 올해 미국 환자우선(American Patients First)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규제에 대한 부담을 줄여 약을 시장에 빠르고 저렴하게 공급하는 처방약 가격 인하 정책이다. 즉각적인 조치 중 하나로 BAP와 바이오시밀러 사용 촉진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점이 발표됐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 셀트리온이 개발한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이 미국 항유방암 치료제 분야서 순항할 것으로 전망됐다. 허쥬마 제품 모습. 출처=셀트리온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에서 허쥬마가 출시되면 높은 약가로 항체의약품 항암제 치료 혜택을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유방암 환자뿐만 아니라 미국 보건당국의 건강재정 부담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허쥬마는 항암제 특성상 오리지네이터를 수월하게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치료옵션이 있는 자가면역질환 영역과 달리 HER2양성 유방암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약은 허쥬마의 성분인 트라스투주맙이 독보적이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HER2양성 유방암환자를 위한 다른 치료제들은 가격이 매우 높고, 허가 적응증이 제한적이라 허쥬마와 경쟁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HER2양성 유방암 치료제로 로슈가 개발한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바이오베터)는 환자 1인 당 연간 치료비가 16만7000달러(약 1억9000만원)에 이른다.

셀트리온의 허쥬마 외에 경쟁사의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의 허가 절차는 지연되고 있어 어떤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트라스투주맙 시장을 선점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인도의 제약바이오기업 바이오콘(Biocon)과 미국 제약바이오기업 밀란(Milan)이 공동 개발한 오기브리(Ogivri)는 허가를 받았으나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글로벌 제약사 암젠(Amgen)과 엘러간(Allergan)이 공동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ABP 980’은 올해 6월 1일 FDA로부터 최종 요구 공문인 CRL(Complete Response Letter)을 받았다. 화이자는 올해 4월 FDA로부터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PF-05280014’에 대해 자료보완 요구를 받아 허가 일정이 한 차례 늦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