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지역경기 침체로 지방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가해지면서, 지방은행을 모체로 둔 캐피탈 사의 건전성 여부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내놓은 2019년 산업전망에 따르면 은행업 전반은 안정적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방은행은 지역경기침체에 따른 리스크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은행을 앞세워 신용등급 안정화를 찾고 있는 캐피탈사 중 지방은행을 모기업으로 한 캐피탈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취약업종 여신 비중.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불안한 지방은행

1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다음 해 산업환경과 신용등급 전망을 발표하고, 모두 다음 해 은행업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업 전반이 안정적일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지방은행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신평사들은 지역경기 위축에 따른 지방은행 잠재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조선, 해운, 건설, 자동차 산업 부진과 부동산 경기 위축 등 지역경기 침체로 지방은행의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6월 기준 조선, 해운, 건설, 자동차 여신의 총여신 내 비중은 지방은행이 8.7%로, 시중은행 4.7%보다 많다.

이혁준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본부장은 “취약업종 부실화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며, 가계여신 건전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기평 김정현 전문위원도 “주력산업의 불황으로 지방은행들이 건전성 관리 부담에 노출돼있다”면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차별화되고 있는 점에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산업의 전망은 은행 등에 업힌 금융계 캐피탈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금융계 캐피탈사들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는 등 수익성 하방압력이 가해지고 있지만, 금융계 캐피탈사들은 꿋꿋하다. 금융계 모기업의 탄탄한 계열지원가능성이 반영된 결과다.

▲ 할부리스사의 총자산과 성장률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은행이 다한 캐피탈산업, 의존도 ‘매우 높음’

캐피탈 산업은 상황이 녹록치않다. 그럼에도 금융계열 캐피탈사들의 신용등급은 상향조정됐다. 은행, 금융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자금조달 등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탓이다.

앞서 신평사들은 국내 캐피탈산업이 각종규제와 경쟁심화, 금리인상 등으로 수익성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산업 내 경쟁이 심화되고 감독당국의 규제강도가 강화되면서 운용수익률이 지속 하락하고, 조달금리 인상으로 이익구조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불안한 시장상황 속에서도 금융계 캐피탈사와 기업계 캐피탈사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그만큼 캐피탈사들의 계열지원가능성에 큰 의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신용등급이 AA급으로 평가받거나 상향조정된 캐피탈사들의 공통점은 금융계열이라는 점이다. 국내 3대 신평사들은 KB캐피탈, 하나캐피탈, BNK캐피탈, IBK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 유지로 평가했다. 지난달 말에는 신평사별로 메리츠캐피탈과 NH농협캐피탈, DGB캐피탈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반면 기업계 캐피탈사의 경우에는 수익성이 개선됐음에도 등급을 유지했다. 현대캐피탈(AA+)의 경우 현대자동차 등급전망이 하락함에 따라 한기평으로부터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 메리츠캐피탈과 NH캐피탈의 재무표 비교. 출처=나이스신용평가

특히 AA급 금융계 캐피탈사들의 신용등급은 시장점유율이나 자산 규모 등보다 계열지원가능성의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나신평으로부터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메리츠캐피탈과 NH농협캐피탈의 올 6월 기준 자산규모는 메리츠캐피탈 4조9955억원, NH농협캐피탈 4조5853억원이다. 메리츠캐피탈의 자산규모가 더 크지만 NH농협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A-, 메리츠캐피탈은 A+다.

현승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주력사업의 안정성의 차이”라면서 “NH농협캐피탈은 계열사와 사업연계를 바탕으로 다변화를 줘 재무건전성을 관리하는 반면, 메리츠캐피탈은 소매금융과 부동산 등 다소 안정성이 낮은 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GB, BNK 계열지원여력약화 반영할 수 있어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금융계 캐피탈사에는 지방은행을 모기업으로 한 DGB캐피탈이 포함됐다. BNK캐피탈은 기존 등급을 유지했다.

지난달 말 한국기업평가는 DGB캐피탈의 A0등급에 달렸던 '안정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최근에는 3대신평사가 모두 BNK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양사모두 평가에 계열지원가능성이 반영됐다.

DGB캐피탈의 지분은 100% DGB금융그룹이 가지고 있으며, 대구∙경북 지역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업이다. BNK캐피탈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BNK금융지주도 부산은행, 경남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업이다.

다음 해 지방은행은 지역경기 침체에 따른 리스크로 불안할 전망이다. 따라서 지방은행을 지원주체로 둔 BNK캐피탈과 DGB캐피탈의 신용등급도 변동가능성이 있다.

현승희 선임연구원은 “만일 지방은행이 부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계열캐피탈사의 신용등급에 지원여력약화를 반영할 수 있다”면서 “다만, 지방경기 불황이 예상되긴 하지만 위험한 수준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