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가 한미연합사령부 용산 존치와 관련해 로버트 에이브람스 신임 한미연합사령관과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서울 용산미군기지 내의 한미연합사령부의 이전계획이 흔들리면서 용산지역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지역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확정된 사안이 아닌 만큼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적거나 시간차를 두고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소란스러운 주변과 달리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 ‘동중정’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국방부는 14일 한미연합사령부 이전 계획이 백지화됐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지만 향후 이전 방안에 대해 미군 측과 협의 중이라는 현황을 밝혔다. 올해 초 국방부와 미군은 연합사령부의 국방부 영내 이전에 합의했지만, 로버트 에이브람스 신임 한미연합사령관이 업무효율성을 위해 연합사 단일 이전을 추진하면서 이전계획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주한미군 용산기지는 지난 2003년 한미정상의 이전 합의 이후 공원화가 추진되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은 개발 호재를 기대하고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2005년 2월 53.4에 머무른 아파트가격지수는 현재 109.6을 기록하면서 같은 시기 종로와 중구보다 높은 지수를 보이고 있다.

▲ 공원화 계획이 수립된 2005년 이후 용산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급등을 보였다. 출처=한국감정원.

다만 이러한 흐름과 별개로 용산구의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추이’에 따르면 12월 3일 종로구와 중구가 각각 0.10, 0.05 상승한 데 반해 용산구는 –0.15 하락하면서 도심권의 평균을 하락으로 이끌었다. 12월 10일 기준으로는 종로구·중구는 보합(0.00)으로 전환했지만 용산구는 –0.06으로 하락폭이 살짝 줄어들었다.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공원 계획 차질이 주변 부동산 시장에 아직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대부분의 중개사들은 잠깐의 이슈일 뿐 개발은 큰 틀에서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사령부와 가까운 한강로1가의 P공인중개사는 “지난주 e편한세상 전세매물이 3000만원 하락한 5억8000만원에 나오긴 했지만, 연합사령부 이전과는 무관한 시점”이라면서 “연합사와 가장 가까운 편이지만 아직까지 변동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연합사 동쪽의 이태원동 S공인중개사는 “다들 결국 용산공원 계획이나 주변 개발계획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반영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지만 가격이 많이 오른 것에 비해 내려가는 속도는 더뎌 거래량도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중개사는 “이태원동의 상가와 주택가격 모두 변동이 없다”면서 “결국 잠시 잠깐의 이슈로 소비되고 있고, 매도자 입장에선 이런 시기에 움직이는 게 더 부담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남3지구 주변 보광동 C공인중개사는 “이 지역은 유엔사에 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합사령부 영향은 덜하다”면서 “급매물이 나오거나 문의가 더 늘어난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 계획이 이어지고 있어 일희일비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용산역 가까이의 부동산 시장 역시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한강로2가 S공인중개사는 “용산역 앞은 연합사와는 거리가 있어 영향이 덜하고, 정비창1구역 재개발 등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면서 용산지역에 여전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동부 이촌동의 한강맨션 재건축조합은 사업시행인가 준비를 위해 12월 19일 임시총회를 열 계획이다. 이 지역 W공인중개사는 “현재 인가 전 단계로 조건부 의결보고가 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일조권 보호 차원에서 전체 동 중 한 개 동을 없애고 용적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중개사는 “연합사 부지 이전은 현재 재건축 사업에 영향이 미미하고, 전체 공원 개발계획도 단계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앞으로도 크게 변동이 없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 동부 이촌동 한강맨숀은 연합사 이전과 별개로 12월 19일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준비를 위해 임시 총회를 열 계획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밖에 현재 연합사를 제외한 유엔사 등 미군부지 관련 이전과 개발 이슈는, 지난 6월 주한미군 사령부가 평택으로 이전을 완료하는 등 마무리 단계에 있다. 당초 정부는 2019년부터 공원조성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연합사 이전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중개사들과 지역민들은 ‘용산공원 조성특별법’이 있는 만큼 크게 걱정은 않는 눈치다.

용산지역 부동산 시장은 지난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통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개발 심리에 불이 붙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매입자 거주지별 주택 매매 거래량에 따르면 지난 9월 용산구 전체 거래량 522건 가운데 외지인 주택 매입건수가 약 33.1% 수준인 173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3.2%인 데 반해 약 10%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해당 통계 기준일이 실제 계약일이 아닌 신고일인 점을 감안하면 7~8월 급등한 가격과 매수수요를 통해 용산지역에 쏠린 기대감의 크기를 가늠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