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최근 단순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트렌드가 뷰티 업계에서도 사용 제품의 가지 수나 성분, 디자인을 간소화하려는 ‘뷰티 미니멀리즘’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인원 제품을 선호하는 트렌드부터 스킨케어 루틴을 간소화하려는 움직임과 심플한 패키지를 선호하는 경향까지 뷰티 미니멀리즘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의료기기 및 화장품 제조·유통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1000명 중 전체 응답자의 22.3%가 기초화장품을 11개 이상 사용한다고 집계됐다. 이는 꼭 11개 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5개~10개 사이의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바쁜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 단계를 건너뛰고 있다. 그렇다고 피부의 건강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제품으로 높은 효과를 내는 고효율의 스킨케어와 올인원 제품들을 사용하면서 단순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스킨(Skin) 케어’ 말고 ‘스킵(Skip) 케어’
스킵케어란 말 그대로 화장품 단계를 ‘스킵(Skip)’하는 것이다. 뭐든지 과하면 독이 된다는 말처럼 화장품의 과한 성분은 트러블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스킨케어 루틴을 간소화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성분을 파악해 꼭 필요한 화장품만 사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민감해진 피부에는 과한 영양공급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최소한의 화장품만 사용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활방식은 미의 기준도 변화시켰다. 잡티 없고 어린 동안피부에 집착하던 것에서 있는 그대로의 건강한 모습을 추구하는 흐름이 확산됐다. 아예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여성들도 늘었다. 황사·미세먼지 등 환경의 영향으로 피부 민감도가 높아진 것도 원인이다.

뷰티 전문가는 "미세먼지는 피지 분비와 각질 생성을 증가시키는데, 이에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 피부 온도를 높여 건조함을 더 심하게 느낄 수 있다" 면서 “이때 세안을 여러 번 하거나 화장품을 과도하게 바르면 피부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스로 화장품 성분을 확인하는 똑똑한 소비자의 등장이 화장품 건너뛰기를 부추겼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럼, 에센스, 로션, 크림 등의 성분을 찾아보면 다 비슷하다“면서 ”오히려 화학성분이 든 화장품을 여러 겹 덧바르다 피부가 예민해지고 트러블이 생기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이 알아서 화장품 단계를 단순화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여성 화장품도 ‘올인원’이 대세
올인원 제품이라 하면 보통 스킨케어 라인에서 남성을 타깃으로 한 전용 제품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이 최근 여성 화장품에도 적용되며 가사와 육아로 하루하루가 전쟁같이 바쁜 주부들, 만사가 귀찮은 귀차니스트들, 출근하기 바쁜 직장 여성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있다. 번거로운 과정을 줄이고 한 번에 관리하는 것, 이 점이 ‘올인원’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 LG생활건강의 ‘퓨어 클래리파잉 데일리 하이드레이션’ 제품. 출처=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은 지난해 2월 '퓨어 클래리파잉 데일리 하이드레이션'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피부 유수분 밸런스를 편안하게 맞춰주는 올인원 수분 충전제품이다. 스킨·로션·에센스를 한 병에 담아 피부 자극을 최소화했다. 피지 과다 분비와 이로 인한 트러블이 고민인 10대와 20대 초반의 피부를 위해 예민한 원료를 최대한 배제했다. 바르는 즉시 촉촉하게 수분을 충전하고, 번들거림 없이 산뜻하게 마무리된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는 지난 1월 컨실링베이스를 쿠션팩트에 녹인 투인원 제품인 '레이어링 커버 쿠션'을 출시했다. 컨실러 기능이 담긴 메이크업베이스와 쿠션 팩트를 따로 쓸 필요 없이 한 번에 커버가 가능한 제품이다. 라네즈 관계자는 “컨실러 기능의 베이스와 쿠션을 레이어링 하면서 완벽한 커버력과 자연스러운 생기 표현이 모두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 라네즈의 '레이어링 커버 쿠션' 제품. 출처=아모레퍼시픽

올인원 제품은 클렌징 라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LG생활건강의 자연주의 화장품 더페이스샵은 지난 1월 2차 세안이 필요 없는 '올클리어 클렌징 오일 휩'을 출시했다. 올클리어 클렌징 오일 휩은 오일 거품으로 메이크업 잔여물을 남기지 않고 한 번에 깨끗하게 클렌징 해주는 제품이다. 미온수 세정으로도 포인트 메이크업까지 지워져 별도의 2차 세안이 필요 없는 것이 특징이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천연 유래 세정 성분이 피부에는 부드럽지만 완벽한 클렌징을 돕고, 수분을 가득 머금은 초저분자 히알루론산이 함유된 제형으로 세안 후에도 당김 없이 수분감과 산뜻함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현대인의 바쁜 일상생활 탓에 올인원 화장품의 인기가 꾸준해 신제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갖가지 제품으로 화장대를 가득 채우곤 했지만 이마저 간소화하는 게 트렌드처럼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 더페이스샵의 '올클리어 클렌징 오일 휩' 제품. 출처=LG생활건강

‘스킵(Skip) 케어’ 어떻게 하는 걸까?
스킵케어가 트렌드라고 하지만 오랜기간 사용해온 본인의 스킨케어 단계를 처음부터 줄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올바른 스킵케어는 어떻게 하는 걸까? 보통 정석대로라면 세안제, 보습제, 자외선 차단제로 이어지는 3단계가 기본이다. 세안 후에는 화장수로 피부 결을 정리하고, 수분 크림을 사용해 피부에 보습 막을 만든 후 자외선 차단제로 마무리하는 식이다.

그러나 스킵케어는 단계별 화장품에서 자신의 피부 상태에 맞는 것 하나를 고르면 된다. 화장수는 스킨·토너·로션 등 맑은 액체로 된 것 중 하나를 고르고, 알코올이나 향료, 색소가 들어간 화장수는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모이스처라이저라고 불리는 보습제 역시 크림·세럼·에센스 중 본인에게 맞는 것을 골라 쓴다.

최근에는 토너를 얼음틀에 부어서 얼린 다음 하나씩 꺼내서 사용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스킨케어의 여러 방법을 건너뛰고 토너 하나로만 본인의 얼굴 상태에 맞게 제품을 얼린 뒤 녹이면서 피부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스킵케어는 화장품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이 아닌, 내게 맞는 영양분을 제대로 효율적으로 바르는 것을 의미한다. 민감성 피부나 지성 피부는 화장수나 크림 정도만 써도 적당하지만, 건성 피부는 보습력이 강한 에센스나 오일 등을 추가하는 것이 더욱 좋다.

고은비 아이오페 랩 연구원은 "본인의 피부 타입과 현재 피부 상태를 잘 파악하고 적절한 스킨케어 루틴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