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올 한해 제과업계는 우울한 한해를 보냈다. 이렇다 할 히트상품 없이 오히려 제과시장 규모는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시장규모 축소의 원인으로는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시장 위축, 수입산 제품 다양화, 빠른 트렌드 변화 등이 꼽힌다. 제과업계 성패는 오히려 해외시장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다.

시장조시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과 시장은 지난 2015년 6조7344억원에서 정점을 찍은 뒤 올해까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6조7211억원, 지난해에는 6조5658억원으로 점차 시장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 국내 제과시장 규모. 출처= 유로모니터

빙과시장 침체는 제과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빙과시장은 2015년까지 2조원대 규모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1조713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커피전문점이 다수 생기면서 빙과류 대신 커피를 마시는 인구가 늘어나 빙과시장이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감자칩, 나초, 크래커 등을 포함한 스낵류는 2015년 2조151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 (2조666억원) 소폭 줄었다. 지난해에는 2조1110억원으로 늘어나는 듯 했지만 2015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히트상품도 자취를 감췄다. 통상 히트상품의 기준은 월매출 10억원이다. 과자 한 봉지 가격이 1000원에서 1500원인 것을 감안하면 한 달에 약 100만봉이 판매돼야 히트상품 대열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이렇다할 신제품이 탄생하지 못했다. 해태제과의 ‘빠새’가 15개월 연속 월 매출 10억원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출시된 상품이다.

메가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연매출 1000억원 이상 제품은 롯데제과의 ‘자일리톨(껌)’이 유일하다.

연매출이 500억원 이상인 준메가브랜드도 손에 꼽을 정도다. 롯데제과는 꼬깔콘(900억원), 빼빼로(950억원), 가나(720억원), 몽쉘(520억원) 등 네 가지를 보유하고 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882억원), 포카칩(783억원), 오징어땅콩(592억원) 등 세 가지다. 농심 새우깡이 약 7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1970년에서 1980년대 처음 출시된 스테디셀러 제품이다.

지난해 3월에 출시된 오리온의 꼬북칩은 연매출 500억원을 넘기는 준메가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10월 누적 매출액은 400억원으로 소폭 떨어졌다.

▲ 제과 3사 준메가브랜드 연매출. 출처= 각 사

이처럼 빠른 트렌드 변화도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다. 어느정도 브랜드가 자리를 잡아도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약발’이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연구기간과 많은 비용이 투자된다”면서 “같은 제품에 새로운 맛을 추가하는 것도 최소 1~2년의 연구기간과 생산라인구축에 시간이 필요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뒤쫓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신제품을 출시했을 때 타사에서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기를 바라기도 한다”면서 “미투제품이 출시되면 새로운 상품군에 대한 시장이 생기고 좀 더 오랜 기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제과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훨훨 날고 있다.

농심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0.7% 줄었지만 해외 사업에서는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매출액이 13.5% 늘어난 77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유통채널 확대에 힘입어 166% 늘어난 43억원을 달성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매출액이 각각 10.4%, 26% 오르는 등 시장별로 고른 매출을 나타냈다.

해외 사업 비중이 50~60%인 오리온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오리온은 올해 3분기 중국법인 영업이익이 4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9% 증가했다. 이 기간 중국에서 신제품 광고비 50억원이 집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닝서프라이즈’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롯데제과는 롯데지주에서 해외 계열사 세 곳을 돌려받았다. 롯데지주 출범 과정에서 내준 라하트, 콜슨, 길리안이 지난 9월 롯데제과 품으로 돌아왔다. 이들 회사는 지난해 기준 합산 순이익이 400억원 이상으로 해외 사업에 큰 힘이 된다. 롯데제과는 최근 2022년까지 국내와 해외의 매출 비중을 각각 50%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해외시장에서 영역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제과업체들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