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잠시 멈춤(Stop)이 주는 힘’이라는 칼럼을 썼다. 칼럼의 핵심은 ‘일하면서 잠시 동안 멈추어 내가 했던 일, 앞으로 해야 할 일(Activity)’을 되돌아보면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면서 점차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에 노력해야 함을 역설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이상을 멈추려는 결단이 필요하다. 단순 변화가 아닌 ‘혁신’이 필요할 때 말이다. 계속 이렇게 하다가는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기 어렵고, 그렇다면 ‘전술적인 움직임’ 정도의 변화가 아닌 전략 그 이상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지난 2주 동안의 시간이 개인적으로는 그러했다. 개인적 이유로 해외에 2주간 체류할 일이 있어서, 그동안 멈춤 없이 했던 일들을 멈추어야 했다. 물리적으로 그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멈춤과 동시에 리셋이 필요했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위험을 무릅쓰고 모두 멈췄고, 쉼(Reset)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생각보다 큰 변화는 없었다. 그저 그동안의 해왔던 활동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계속해야 할지, 계속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하지 않는다면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 그 이유들을 안과 밖에서 찾으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두 가지 즐거움을 찾았다. 하나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해왔던 여러 반복 활동들이 주는 즐거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와 실제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설렘 말이다.

지난번에 언급한 ‘잠시 멈춤(Stop)’은 전자의 즐거움만을 제공한다. 기업 또는 직장인에게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현재 활동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조금 더 극대화하거나 더 높은 가치를 갖기 위해 또는 더 많은 고객들에게 좋은 방면으로 인식되기 위해 어떤 세세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기업에 비유하면 변화관리 전략을 통해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단계(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을 뜻한다. 따지고 보면 기업에서 늘 하고 있는 활동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이런 활동도 여러 번 반복하면 소위 ‘약빨’이 먹히지 않는다. 변화에도 나름의 패턴이 생기고, 그때마다 대응하는 방식에도 루틴이 발생하면서 변화가 그저 보여주기식으로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때 혁신이 필요하다. 그동안 해왔던 모든 것을 다시 처음부터 모두 다시 하는 것이다. 통째로 들고 거꾸로 매달아서 탈탈 털고, 이를 재배열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부 깎고 나누고 바꿔간다. 쉽게 말해 해보지 않았거나 걸어보지 못했던 길을 걷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에 ‘멈춤(All-Stop)’부터 필요하다. 멈추고 나서 그간의 크고 작은 것을 되돌아보고, 반성의 시간을 거쳐서 방지 또는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 애초에 처음부터 그런 류의 일이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만큼 혁신은 쉽지 않다. 하나를 내어 주어야만, 하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내어주는 것이 먼저다. 취하는 것은 그 나중이다. 물론 원하는 무언가를 취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그래서 ‘용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멈추었고, 두 가지 즐거움 중에 앞으로 일을 하면서 어떤 즐거움을 추구할 것인지도 결정했다. 두 마리 토끼를 좇기는 하겠지만,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인지 결정한 것이다. 혁신과 변화 중에 지금 현재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말이다.

이와 같은 기업의 혁신은 직장인에게는 퇴사에 의한 이직 등에 비유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을 넘어서, 먹고 살기 위한 중요한 선택을 하는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만 내 인생에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저울질하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이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욱이 특별히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기에 괜한 긁어 부스럼을 만들 것 같아 결정 자체를 뒤로 미루기도 한다.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 괜스레 등 떠밀려 선택하면 원하지 않는 어떤 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이를 되돌리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사실을 굳이 경험하지 않고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천하는 것은 점진적으로 전략적으로 추구하라는 것이다. 모든 결정에는 명분이 있어야 하고, 쉬는 것조차 자신이 납득할 만한 충분한 의도를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그냥 결정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크고 작은 변화 없이는 혁신은 절대 이루어낼 수 없다. 혁신을 위한 충분한 에너지를 모았을 때, 주변의 지지와 응원이 충만한 명분을 갖추었을 때 가능하다. 그 명분을 평소의 노력을 통해 쌓아가 전에 없던 길을 걸어야 할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래서 결정하기 이전에, 그동안 일을 하면서 얻었던 일의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잠시 멈춤 또는 리셋, 모두를 활용해서 스스로가 생각한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름의 사명감이라는 것도 흔한 종이조각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조금이나마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의 2주가 필자에게는 그런 시간이었다. 이직스쿨을 이끈 4년간의 활동을 되돌아 볼 수 있기도 했고, 반성과 동시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기간이었다. 그래서 해왔던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전혀 다른 활동을 통해 혁신을 위한 청사진을 그린 것이다.

물론 완벽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없다. 단지 필자가 추구하는 일을 통해 얻으려는 즐거움이 어떤 상태에 이르렀을 때 극대화될 수 있는지를 시험해왔고, 이를 평가와 동시에 어떻게 이끌어야 재설정한 원하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지 이전보다 상세하게 그려본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려본 것을 바탕으로 더욱 더 정확하게 빠르게 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술(계획)에 의해 움직이도록 노력하는 일만 남았다.

지금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잠시 멈춤보다 더욱 강력한 것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 전에 지금 나에게 필요한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자.

하나는 지금의 일상을 반복하면서 얻은 소소한 즐거움, 또 다른 하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했던 즐거움 말이다. 한쪽만 있는 삶은 없겠지만, 둘 중에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고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을 위해 잠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거나 일시정지하고서 되돌아보자. 자신이 바라거나 남들이 인정할 만한 혁신은 한두 번의 중요한 결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변화 속에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특정 계기에 의해 완성된다.

여러 번의 변침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래서 인생은 성공을 위한 게임이라기보다는 실패를 피하는 게임이라고 할까.

앞으로 더 나은 결과 또는 전혀 다른 상태에 도달하고자 한다면 한 가지만 명심하자. 그것이 곧 혁신이고, 그 혁신을 위한 보편적인 단계가 있다고 말이다. 지금까지 누려왔던 즐거움으로는 만족할 수 없고, 더 큰 즐거움을 위해 그동안 누려왔던 즐거움마저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포기할 수 없다면 일정 기간 동안 멈추어 보기라도 하자. 그 다음에 그 활동이 전혀 없던 때로 돌아가 어떤 선택으로 무엇을 추가할 수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당연히 추가하기 이전에는 이를 수용해도 충분한 상태인지 되짚어보는 것도 필수다.

충분한 목적의식에 대한 에너지를 쌓고,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기존과는 다른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는 멈춤(Stop)이 필요하고, 그 와중에 아주 가끔은 셧다운(Shut Down)이 필요하다. 셧 다운은 말 그대로 라인 전체를 멈추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리셋(Reset)이 될 것이고, 리스타트(Re-start)를 위한 이전 단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