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정부의 대출규제와 부동산 시장 압박으로 인해 강남권 및 재건축 아파트 시장 가격이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올해 급격하게 올랐던 아파트 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올 초 수준으로 가격이 회귀했지만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 같은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2%로 5주째 하락했다. 재건축 시장은 -0.06%로 7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현재 강남4구의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은 150조7298억원이다. 서울 재건축값이 하락세로 전환되기 직전인 10월 말 151조8001억원에서 한달 반 사이 1조703억원 가량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하락세에 강남 부동산 시장에는 곳곳에서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94.7㎡가 급매로 16억원에 시장에 나왔다. 같은 아파트 내 같은 면적 아파트가 지난 9월 거래된 금액은 18억5000만원으로 무려 2억5000만원이 하락했다. 이 아파트는 올 초인 1월 16억원에 거래됐지만 7월을 기점으로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두 달 후인 9월 18억 원대를 찍었지만 결국 정부의 규제 하에 올 초 수준으로 가격이 회귀했다.

대치동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9.13 국토부 부동산 정책 이후 아주 급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다만 매물이 있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관심고객을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재건축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반포주공 1단지와 신반포 4지구 역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기는 매한가지다.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 1단지는 현재 5~6층짜리 저층 99개동 3590가구가 재건축 이후 향후 지하 4층~지상 35층 55개동 총 5388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들 단지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재건축 부담금을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물이 소진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 서울 재건축 아파트 주간 매매 변동 추이. 출처=부동산114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전문 부동산인 S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따르면 3주구 전용면적 72㎡ 매매가격은 19억8000만원선에 형성됐지만 아직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지난 8월에만 해도 같은 단지 같은 면적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이 20억원을 돌파했다. 당시 이 단지는 재건축 부담금이 조합원 1인당 최대 4억원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재건축 사업이 순항하면서 가격이 뛰었다. 반면 최근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난데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부담금까지 피했지만 오히려 가격은 1억원 가량이 빠진 상태다. 올 초 같은 단지 같은 면적대 아파트가 거래된 금액은 19억2000만원으로 올 초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면적별로는 최대 3억원 가량 빠진 곳도 있다”면서 “재건축이 진행될수록 일반적으로 매물이 나오지도 않고 가격도 떨어지지 않지만 정부 규제와 투자심리가 저하되면서 반포주공1단지 같은 경우 면적별로 매물이 여럿 나왔지만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 1월부터 12월 현재까지 총 이 단지에서 매매거래가 진행된 계약건은 78건으로 이 중 8월에 21건이라는 가장 많은 계약이 체결됐다. 그러나 9.13 대책 이후 시장이 급경색 되면서 12월 14일 기준 이달에 거래가 진행된 것은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 반포주공 1단지 월별 거래건수. (단위: 건) 출처=서울부동산정보광장

강동구 랜드마크인 593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는 둔촌주공 역시 호가가 속절없이 하락하며 매매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 단지는 올 1월 주민이주를 마치고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면서 한 달 사이 91건이 거래되기도 했다. 특히 이 단지는 재건축 후 기존 가구수보다 2배 가량 많은 1만2032가구 규모의 미니신도시급 아파트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노후아파트가 즐비한 서울시내에서 미니신도시급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찾기가 어려운 만큼 시중의 관심은 뜨거웠다. 특히 둔촌주고은 5호선 둔촌동역 뿐 아니라 9호선 중앙보훈벼원역이 이달 개통하면서 9호선 수혜지역으로도 꼽혔다. 이 단지는 내년 6~7월께 분양에 나설 전망이다.

재건축 단지이자 9호선 수혜지역인 이 곳은 둔촌주공 4단지가 지난 9월 전용면적 104㎡가 16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올해 1월 14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둔촌주공 1단지 전용 88㎡는 올 1월 13억2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2개월 뒤인 3월 15억3000만원에 거래가 됐다. 두달동안 2억원이 뛰었지만 9.13 대책 이후 수요자들이 보합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14억9500만원으로 14억원선으로 뒤돌아섰다.

하나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9.13 대책 이후 정부 대출규제와 함께 부동산 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거래 뿐 아니라 가격도 많이 하락했다”면서 “9.13대책을 기점으로 가격이 1억원 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1단지의 경우 9.13 대책 이후 거래가 성사된 건은 단 3건에 불과하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구 하락폭은 0.17%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큰 변동률을 보였다. 송파구(-0.16%), 서초구(-0.11%), 강동구(-0.07%) 등을 기록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없고 대출도 많이 나오지 않는 등 거래가 안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거래가 안되다 보니 가격도 하락하고 있고 내년 역시 총선 이전에 특별한 정책이 나오지 않는이상 이 같은 기류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광역교통망 예타 통과 등 교통호재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이미 시장에 반영된 부분도 있고 수도권지역에는 큰 호재로 작용할 만하지만 정작 강남이나 서울에서는 집값을 움직일 만한 큰 호재로 작용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