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공군에서 운용 중인 MIG-29 전투기의 모습

페루, 칠레, 브라질 등 무기수요 증가…국내기업 진출해야

박강욱 리마 KBC 차장

페루를 비롯한 중남미의 방산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페루는 미국의 해외무기판매프로그램(FMS, Foreign Military Sales)에 의거해 시킹헬리콥터(Sikorsky UH-3H Sea King) 6대와 12대의 엔진(General Electric T58-GE-40)을 600만불의 가격에 구입할 예정이다.

이 헬기들은 해병대 병력 수송, 정찰, 구조 임무에도 사용할 수 있다.
페루는 미국으로부터 2척의 뉴포트(Newport)급 상륙함(LST, Landing Ship Tank)도 구매할 예정이다.

페루 해군은 운용 중인 루포급 호위함 레이다 및 사통 시스템을 전면 정비하기 시작했으며 오토맷(Otomat MK-2) 및 엑소세(MM-38 Exocet) 대함 미사일 업그레이드 작업에도 착수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구매 및 정비는 페루의 국방기본핵심사업으로 2011년까지 페루군을 현대화하고 전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페루의 무기시장만 성장일로에 있는 것이 아니다. 만성적으로 국내 마약 게릴라 소탕을 위해 방위산업 제품 수요가 나날이 커지는 콜롬비아를 비롯해 칠레, 에콰도르 모두 재래식 무기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나라들이다.

칠레의 경우 남미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로 주요 자원인 동(銅)을 수출해 남는 이윤으로 지속적으로 무기를 구입 또는 개발하고 있다. 칠레는 이웃나라 페루의 국방비 지출 자제 요청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국가주권이라는 이유를 들어 엄청난 예산을 무기 구입에 쏟아붓고 있다.

브라질은 앞으로 수년 내에 원자력잠수함을 개발하기로 하는 등 야심찬 국방력 증강계획을 추진하는가 하면 파키스탄에 공대지 미사일(MAR-1) 100대(1억800만불) 판매 계약도 2008년에 맺은 바 있다.

또 프랑스로부터 120억불에 달하는 잠수함 5척(재래식 4척, 원잠 1척)과 헬리콥터 50대 구입계약을 양국 원수가 직접 체결하기도 했다. 브라질이 이 계약을 프랑스와 맺으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구한 것은 단순한 무기 수입이라기보다는 첨단기술 이전을 통한 장기적인 국방력 강화이다.

국내기업, 가격경쟁력, 기술력 충분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가 무기 구입을 확대하는 것에는 그 나름대로의 배경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외면상으로는 중남미 모든 국가가 비슷하게 보이나 실제로는 국가 간 인종, 문화, 역사, 정치, 경제 등 모두 큰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호 불신 및 증오도 강하다는 점이다.

또 최근 정치가 안정되면서 사정이 좋아지기는 하였으나 다수국에서 게릴라, 마약거래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무기 수요가 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황금어장인 중남미 방산시장에 한국 진출은 아직 전무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일부 장비, 탄약, 물자를 판 사례는 있으나 다른 나라들이 정교한 장비 위주로 진출하는 예에 비하면 그 규모는 너무도 작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중남미에 수출하기 시작해 2008년에는 수출액이 332억6700만달러로 총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9%에 달했다. 그러나 대(對)중남미 방산제품 수출이 2008년 전체 방산제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도 미미하다.

어느 중남미 국가든지 국방 현대화 작업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스페인, 프랑스, 독일, 미국, 브라질, 이스라엘, 러시아 등 각국 정부와 기업체가 항상 함께 활동하곤 한다.

중남미는 아직 미국이나 유럽의 최첨단 무기를 구입하기에는 그 구매력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도 있고 가격 대비 기술도 훌륭한 한국 제품이 각광을 받을 수 있는 시장이다.

문제는 이러한 중남미 방산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기업체 혼자만의 힘으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소형 장비, 소규모 거래는 기업만의 힘으로 가능하겠으나 대규모의 국방개혁 작업이나 첨단장비 거래에는 반드시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된다는 것을 다른 나라의 사례들이 보여준다.

이제까지는 중남미 시장, 특히 방산시장은 우리나라에게 지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너무 멀고 아득한 곳으로만 비쳤지만 앞으로 이 시장을 열기 위한 공격적이고 지혜로운 자세가 기대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수출도 확대하고 경제도 살리는, 알려져 있지 않은 지름길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