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통신3사가 지난 1일 일제히 5G 전파를 송출한 가운데, 글로벌 네트워크 시장도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당장 장비와 단말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5G 영토를 차지하려는 이들의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 5G 시대가 열리고 있다. 출처=갈무리

통신3사, 5G 시대로
SK텔레콤은 1일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서울, 경기도 성남·안산·화성·시흥, 6대 광역시, 제주도 서귀포시, 울릉도·독도(울릉군) 등 전국 13개 시·군 주요 지역에 5G 전파를 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같은 시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트워크 관리센터’에서 5G 출발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는 서성원 MNO사업부장, 강종렬 ICT인프라센터장, 박진효 ICT기술원장, 유영상 코퍼레이트 센터장 등 임직원 100여명을 비롯해 명화공업 이경윤 이사, SKT대교대리점 권순택 대표, 구축협력사 ㈜지엔에스기술 문창수 대표이사 등 외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박정호 사장은 “5G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며, “SK텔레콤은 CDMA 디지털 이동전화부터 LTE까지 모바일 신세계를 이끌어 온 ICT리더로서, 소명감을 갖고 5G가 불러올 새로운 미래를 여는 선구자가 되자”고 밝혔다.

▲ 박정호 SKT 사장이 5G 전파 송출을 축하하고 있다. 출처=SKT

5G 1호 고객사인 안산 반월공단의 명화공업은 5G와 인공지능 머신 비전 솔루션을 가동했다. 자동차 부품이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가는 동안 1200만 화소 카메라로 사진 24장을 다각도로 찍어, 5G를 통해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했다는 설명이다. 명화공업 이경윤 이사는 “품질 검수 과정에서 대용량 사진 Data전송에 고민이 많았는데 5G에서 해답을 찾았다”며, “5G로 정보고속도로가 뚫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KT 아현지사 화재로 어려움에 처한 KT는 쇄신의 마음을 담아 역사적인 5G 전파 송출에 나섰다. KT는 5G 전파 송출과 함께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KT 5G 1호 가입자가 탄생했다고 밝힌 가운데, 그 주인공이 인공지능 로봇 로타라고 밝혔다. 단순한 이동통신 세대의 교체가 아닌 생활과 산업 전반을 혁신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KT는 이번 1호 머신(Machine) 가입자를 시작으로 하여 2호, 3호의 머신 및 B2B 파일럿 가입자로 새로운 영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 KT의 5G가 송출되고 있다. 출처=KT

KT는 전국 5G 네트워크를 구축함에 있어, 풀 메시(Full Mesh) 구조의 IP 백본망과 CUPS(Control & User Plane Separation) 구조 5G 코어 장비 기반의 에지(Edge) 통신센터 구축을 통해 차별화된 초저지연 5G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도 5G 시동을 걸었다. 하현회 부회장은 1일 자정 서울 마곡 사옥에서 주요 경영진들과 세계 최초 5G 전파 송출 행사에 참석해, 첫 5G 전파 발사 점등식, 깃발 꽂기 세레머니 등을 통해 새로운 5G 시대 선도를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전기술원에서 서울 마곡 사옥에 5G망을 이용한 ‘화상통화’를 걸어, 상용 네트워크 서비스의 안정성도 확인했다. 시연에는 하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화상통화’는 대전에서 5G 라우터(삼성 5G 모바일 핫스팟)가 연결된 노트북PC로 5G 영상 데이터를 서울 마곡 사옥에 전송, 서로의 화면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LG유플러스의 5G 기지국은 현재 4,100여 곳으로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지역을 구축한 상태다. LG유플러스는 오는 12월말까지 5G 기지국 7000개 이상을 구축할 예정이며, 내년 3월 단말(스마트폰)이 출시되는 시점에 맞춰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과 일부 광역시를 비롯 약 85개 도시로 5G 커버리지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LG유플러스 5G 서비스 국내 1호 고객은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LS엠트론’이다. 산업기계 및 첨단부품 전문 기업인 LS엠트론은 LG유플러스와 함께 ‘5G 원격제어 트랙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 LG유플러스의 5G가 송출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5G, 글로벌 동향은?
국내 통신3사가 5G 전파를 송출했으나 이는 진정한 의미의 5G 상용화는 아니다. 내년 3월에서 급하게 일정을 당기며 무리한 5G 상용화 패러다임을 내세웠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숙제도 많다. 5G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5G SA, 밀리미터파 기반 장비-단말뿐 아니라 초고속, 초저지연, 초접속이라는 5G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져야 하며 요금제 측면에서도 잠재 가입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요금제가 제공되어야 한다. 최근 10GB에 대략 5만 원 수준의 요금제를 발표했지만, 스마트폰 가입자들이 보기에는 충분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 5G의 빠른 속도로 인해 데이터 소비량이 더 늘어나 데이터 제공량이 더욱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도 있기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5G 요금제의 경우 현재의 LTE 요금제에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요금 인상이 있더라도 소폭 인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당분간은 커버리지가 크게 부족할 것이기에 이용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수준의 요금제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 주요국 5G 주파수 현황. 출처=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

미국의 5G 시장 참전은 내년 초다. 단말기 업체인 애플이 아직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9월 버라이즌이 세계 최초 5G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가정을 대상으로 유선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대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앞으로의 행보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마켓인텔리전스 시장조사업체를 표방하며 최근 국내 ICT 업계 전반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는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버라이즌의 서비스는 28GHz 대역의 주파수와 ‘5G TF’라는 독자 통신규격을 활용 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서비스를 3개월간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 기존 이동통신 고객에게 월 50달러, 비고객에게는 월 70달러의 요금을 부과하는데 특히 신규 가입자에게 무료로 크롬캐스트나 애플TV 4K를 제공하고 유튜브 TV 3개월 이용도 지원한다. 5G를 향한 열망이 상당하다.

버라이즌은 내년 상반기에 표준기술 기반의 모바일 5G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으로, 삼성전자 및 에릭슨과 이미 장비 계약을 맺었다. 내년 3월 이후 5G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AT&T는 애틀랜타, 샬럿, 달라스, 인디애나폴리스, 오클라호마 시티 등 12개 지역에서 연내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며 내년 초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 내쉬빌, 올랜도,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 지역 등으로 네트워크 구축을 확대한다. 삼성전자와 협력해 내년 3월 5G 단말기 서비스도 시작한다.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과 관련해 내년 하반기에 3GPP의 5G NR 기반 두 번째 스마트폰도 출시한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나아가 삼성, 에릭슨, 노키아로부터 장비를 공급받으며 특히 삼성전자와는 미국의 삼성 반도체 공장에 5G망을 구축해 스마트 팩토리 관련 설루션의 활용과 검증에 나설 계획도 세웠다.

T모바일도 내년 상반기 5G 상용화가 목표다. 지난 7월 노키아와 35억 달러 규모의 5G 장비 도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특히 600MHz 저주파 대역폭도 5G 서비스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공개된 로드맵이 다소 불분명하다는 약점은 있다. 스프린트와의 합병 가능성을 타진하며 시너지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미국 통신사들의 5G 서비스는 현재 sub-6GHz 대역에 기반하고 있으며, 당분간 동일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내년 하반기에 밀리미터파 대역을 지원하는 단말이 출시된다는 점은 현지 통신사들도 내년 중반 이후 해당 대역 지원 장비를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의미의 5G 단말기 상용화는 내년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 일부 방송 사업자들도 적극적으로 5G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는 케이블 사업자 차터는 이미 올해 초 6개 도시에서 3.5GHz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한 5G FWA 서비스의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위성방송 사업자인 디쉬 네트워크는 AWS-4 및 700MHz 대역의 주파수를 확보했다. 아직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나 FCC의 주파수 라이선스 허가 조건 상 2020년 3월까지 해당 대역을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은 "미국은 세계 최대의 IT업체들이 존재하며 전 세계의 ICT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5G에 기반한 새로운 혁신적 서비스들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에는 국내보다 강점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면서 "미국은 5G의 필요성이 큰 자율주행차 부문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으며,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4차 산업혁명 부문에서도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본도 5G 시계를 빠르게 돌리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상용화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 10월 초 총무성이 2019년 중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통신사들에게 협력을 요청했다. 도코모와 KDDI는 2019년 하반기 pre-commercial 형태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고 소프트뱅크도 한 칼이 있다.

중국도 움직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곧 이통사를 대상으로 5G 영업허가를 발급할 전망이며, 현지 통신사들은 이미 2019년 중 18개 도시에서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테스트에 나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 이통3사는 적극적인 5G 투자와 서비스 발굴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5G 전략에서 느렸던 유럽도 최근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 업체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다.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은 "삼성전자의 경우 한국과 미국에서의 실적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장비 사업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5G 스마트폰 판매 시장도 그만큼 확대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LG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도 "유럽의 경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영향력도 상당히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조명했다. 단말기로 이어지는 5G 생태계의 수혜가 곧 국내 단말 제조사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