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선농단의혹사건 특별검사팀 수사본부장을 맡았던 A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기소한 후 업무에 관련한 검찰 간부 등과 만찬을 하던 중 당시 법무부 검찰국 과장 2명에게 각각 현금 1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주고 9만 5천원 상당의 식대를 대신 지불해 1인당 109만 5천원의 금품을 제공하였습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게 명목과 관계없이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제8조 제1항 참조),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제22조 제1항 제1호 참조). 이에 대하여 A는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호에는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 등이나 파견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등에게 제공하는 금품(1호)과 공직자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물 등의 금품(6호),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8호) 등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항변하였으나, 검찰은 끝내 A를 기소하였고, A는 면직처분까지 받았습니다.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알려진 고위급 검사 A의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하여 최근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실 이 사건은 1심 단계에서부터 항소심,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무죄 선고를 받아왔습니다. 다만, 각 법원이 무죄 선고를 한 근거는 조금씩 달랐습니다. 우선 1심 재판부는 동일한 기회에 여러 종류의 금품이 제공, 수수되고 각 금품이 청탁금지법 적용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다툼이 있다면, 각 금품별로 예외사유를 따져야 한다며, A가 제공한 금품을 식대와 격려금으로 구별하였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식대는 선배 검사인 A가 법무부 후배 검사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밥을 산 것이므로 청탁금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100만원의 격려금은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으므로,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될지언정 형사처벌 대상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항소심 재판부는 동일한 기회에 제공된 식대와 격려금을 분리해서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1심 법원의 판단을 비판하면서도 식대와 격려금 모두 ‘상급 공직자’가 위로, 격려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므로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호 상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므로 결론적으로는 1심 법원의 무죄 판단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선고를 내렸습니다. 결국 대법원에서는 청탁금지법 제3항 제1호가 적시하고 있는 ‘상급 공직자 등’의 법률적 의미가 문제되었습니다. A와 금품 등을 제공 받은 후배 검사들은 비록 연수원 기수와 직급의 차이로 선후배 관계가 형성되기는 하지만, 검찰 조직 내에서 A가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직무상 명령을 내리거나 지휘, 감독하는 관계에 있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청탁금지법의 입법목적과 청탁금지법 제8조 3항 1호의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제8조 3항 1호에서 정한 '상급 공직자 등'이란 금품 등 제공의 상대방보다 높은 직급이나 계급의 사람으로서 금품등 제공 상대방과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고 그 상하관계에 기초해 사회통념상 위로·격려·포상 등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말하고, 금품 등 제공자와 그 상대방이 직무상 명령·복종이나 지휘·감독관계에 있어야만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며, 그 의미를 분명히 하였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는 형법상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가 동원되었습니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호는 혐의자의 범죄 성립을 면하게 해 주려는 취지의 조항인 만큼 이를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게 되면, A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높여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유추해석금지원칙에 어긋나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청탁금지법은 그 동안 주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에 의존해 온 측면이 많은데, 이번 사건은 법원이 청탁금지법을 해석하고 이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는 데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청탁금지법에 대한 판례는 아직 ‘판례군’을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는 않으므로,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관련 판례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자신의 경우에 적용시키는 것은 여전히 지양해야 할 바이고, 의심이 들면 반드시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