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는 1981. 8. 7.부터 2011. 8. 4.까지 B주식회사의 이사로서 근무하였습니다. A는 B주식회사의 이사로 재직 중이던 1987년경 C주식회사를 설립하여 C주식회사의 이사 또는 실질주주로서 C주식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위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A는 B주식회사의 이사이자 C주식회사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셈입니다. 한편 C주식회사는 B주식회사와 D외국업체가 체결한 E제품에 대한 독점판매계약기간이 끝나기 전부터 E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사업을 하다가 위 계약 기간이 끝나자마자 B주식회사를 제치고 D외국업체의 한국 공식총판이 되어 위 제품의 수입, 판매업을 영위하였습니다. 또한, 이후 C주식회사는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여 영업권 상당의 이득도 얻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E제품에 대한 수입, 판매권을 C주식회사에게 빼앗긴 B주식회사는 경영악화로 해산하였고, 졸지에 한 때 잘 나가던 회사가 A와 A가 설립한 C주식회사 때문에 망하는 것을 목격한 B주식회사의 주주들은 B주식회사의 이사이자 C주식회사의 실력자인 A에게 경업금지 및 기회유용금지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하게 됩니다.

우리 상법 제397조 상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이 없으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사원이나 이사가 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1항), 만약 이사가 이를 위반하여 거래를 한 경우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그 이사의 거래가 자신의 계산으로 이를 회사의 계산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제3자의 계산으로 한 것인 때에는 그 이사에 대하여 이로 인한 이득의 양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제2항). 즉 이사는 자신이 속한 회사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만약 이사가 자신이 회사에 재직하는 동안 자신이 속한 회사와 동일, 동종의 영업을 하는 다른 회사에 몸을 담고 소외 ‘딴 짓’을 하면, 그 이사가 이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그것이 이사가 직접 번 돈이든 이사를 통해 다른 사람이 번 돈이든 가리지 않고 회사로 귀속시키라고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권리는 무한정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그러한 거래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하면 소멸하게 됩니다. 이사의 ‘딴 짓’을 발견하면 회사는 한시라도 지체없이 이를 청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A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B주식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었습니다. 다만, 그 범위와 관련하여 법원은 B주식회사가 A의 경업행위 및 사업기회 유용행위로 입은 손해는 B주식회사의 매출액 감소에 따른 영업수익 상실액이고, B주식회사의 매출액 감소분은 C주식회사가 판매한 D외국법인 제품의 매출액이라고 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C주식회사는 A가 유용한 B주식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하여 직접 사업을 영위하면서 이익을 얻고 있다가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면서 영업권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는 점도 상기하면서, 그 영업권 속에는 C주식회사가 직접 사업을 영위하여 형성한 가치도 있겠지만, A의 사업기회 유용행위로 B주식회사가 상실한 D외국법인과의 독점판매계약권의 가치도 포함되어 있다며, 이후 B주식회사가 해산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은 따로 산정해 B주식회사에 배상하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A 및 A가 설립한 C주식회사 등은 B주식회사 상실한 매출액 감소분 이외에도 C주식회사가 제3자에게 영업권을 양도하여 얻은 이익 중 상당부분을 B주식회사에 배상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와 같은 경업금지의무 위반(상법 제397조) 이외에도 자신이 주식회사의 이사로 몸담고 있으면서, 주식회사에 근무하면서 쌓은 노하우, 회사 정보 등을 이용하거나 회사가 수행하고 있는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사례도 적잖게 보게 됩니다. 이 경우 회사는 해당 이사가 이사 2/3 이상의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는 한 사업기회 및 자산의 유용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이사 및 이를 승인한 이사로 하여금 연대하여 회사에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상법 제397조의 2). 그러나 이상과 같은 손해배상청구를 통한 피해회복은 사후적 구제수단에 불과하고, 이사의 자산 정도에 따라 집행상의 어려움 등으로 완전한 피해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새로 취임하는 임원에 대하여 최소한 재직 기간 동안만이라도 ‘딴 짓’을 하지 않도록 별도의 약정을 체결하고, 이를 이사 해임사유로 삼는 등의 방법으로 사전적으로 피해 발생 자체를 막으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